〈청와대 vs 백악관〉
〈청와대 vs 백악관〉
박찬수 지음/개마고원·1만3000원 박찬수 <한겨레> 기자가 쓴 <청와대 vs 백악관>은 정치권력의 정점에 위치한 한·미 두 나라 대통령실의 운영 메커니즘과 그 안에서 작동하는 권력관계의 양상과 이면을 비교와 교차기술 방식으로 풀어낸 책이다. 2000년 10월부터 1년 반 동안 청와대를 출입하며 기록한 취재수첩과 3년 동안의 워싱턴 특파원 생활, 정치부 현장기자와 데스크로 경험했던 네 차례의 대통령 선거가 책의 바탕이 됐다. 글쓴이가 바라본 청와대와 백악관은 건물의 형태와 구조부터 대조적이다. 군사정권 시절 오직 대통령 한 사람을 위해 전통 궁궐양식을 본떠 지은 청와대 본관이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실을 분리시킨 권위적이고 폐쇄적인 구조라면, 백악관은 유럽의 귀족 저택을 모방하긴 했지만 집무실과 참모들의 방을 근접해 배치하고 집무실과 뜰을 직통으로 연결시킨 개방형 구조다. 글쓴이는 이런 공간 배치가 대통령의 리더십과 대통령실 문화의 차이로 이어진다고 말한다. “(청와대는) 집무실과 비서실이 멀리 떨어져 있어 참모들이 대통령을 마주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모든 정보를 손에 쥐고 모든 사안을 다 꿰뚫어볼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지기 쉬운 대통령은 이런 분위기에서 훨씬 더 독단적이고 주관적인 정책결정에 휩쓸리기 쉽다.” 이렇듯 문화가 다른 두 나라 대통령실이지만 비슷한 점도 적지 않다. 정권 이양기에 ‘전임’과 ‘후임’ 사이에 형성되는 미묘한 관계가 그렇다. 특히 정권이 교체되는 경우라면 앙금과 갈등이 표면화되는 경우가 많다. 노무현과 이명박, 클린턴과 부시 대통령의 첫 회동 역시 그랬다. 먼저 노무현·이명박 대통령의 경우다. 2007년 대선 직후 청와대에서 만난 두 사람은 겉으로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였지만 한-미 자유무역협정 비준 문제로 신경전을 벌였다. 클린턴·부시 대통령도 비슷했다. 2001년 1월 부시 당선자를 백악관으로 초청한 클린턴 대통령은 10분이나 늦게 나타나 후임자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혔다. 집권 초기 전임 정권과의 차별화에 역점을 두는 모습도 두 나라가 닮았다. 그런데 차별화의 방식은 극단적으로 갈린다. 한국이 국세청·검찰 등 사정기관을 동원해 전임 정권의 약점을 캐는 데 주력하는 반면, 미국은 ‘정책’을 통한 차별화가 핵심이다. 부시 행정부의 에이비시(Anything But Clinton·클린턴 정권의 정책방향을 모두 수정하겠다는 뜻) 행보가 대표적이다. 희귀한 사례지만 최근 미국에서 ‘정치보복’ 논란으로 비화한 사건이 있었다. 지난 4월 오바마 대통령이 부시 행정부 시절 백악관과 법무부 관리들이 테러 용의자에 대한 물고문을 승인했다는 메모를 공개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을 포함한 정권 핵심 인사들이 관련자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를 두고 격론을 벌였는데, 결론은 ‘공개는 하되 처벌은 하지 않는다’였다. 오바마 대통령의 말은 이랬다. “이것은 반성을 위한 것이지, 보복을 위한 게 아니다.” 그럼 왜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전임 정권에 대한 정치보복이 되풀이되는 것일까. 글쓴이는 그 이유로 △선거전 과정에서 쌓인 극심한 감정의 골 △상대방의 정치적 재기를 미리 꺾으려는 정치공학적 계산 △전임정권의 실패를 부각시킴으로써 정책 추진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발상을 꼽는다. 이 책에는 소소한 정보들도 많다. 매일 아침 대통령 책상에 올라가는 정보기관의 보고에는 어떤 내용이 담겼고, 국내외 정보가 실시간으로 수집되는 대통령 상황실은 어떻게 운영되는지, 대통령의 경호와 건강관리는 어떻게 이뤄지는지 등이다. 신참 출입기자를 위한 ‘청와대 매뉴얼’로도 손색이 없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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