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똥 서울똥-순환농사, 순환하는 삶〉
〈시골똥 서울똥-순환농사, 순환하는 삶〉안철환 지음/들녘·9000원 “옛날에 똥이 돌고 돌았어. 사람 똥은 개가 먹고 개똥은 닭이 먹고 닭똥은 돼지가 먹고 돼지똥은 오리가 먹어서 땅으로 들어가는데 이걸 지렁이가 먹는 거야. 지렁이똥은 작물이 먹고 작물은 사람이 먹어 똥의 순환이 완성되는 거지.” 우리 조상들은 똥을 귀하게 여기고 소중하게 다뤘다. 똥이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데 꼭 필요한 거름의 재료로 쓰였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밥은 나가서 먹어도 똥은 집에 가서 싼다”고 했을까. 지은이는 토양과 농작물 그리고 생태계를 위협하는 화학비료의 대안을 똥에서 찾는다. 똥을 소중히 여긴 우리 조상들의 면면은 ‘뒷간 문화’에 그대로 나타난다. 우리 뒷간 종류는 여섯 가지 정도다. 가장 흔한 것이 ‘푸세식’이다. 통풍이 잘되고 공간이 널찍한 곳에 설치해 청결을 유지했다. 땅에 묻는 용기의 개수에 따라 2조식, 3조식으로 나눴다. ‘잿간식’도 있다. 똥을 눈 뒤 왕겨나 재, 낙엽 등을 떨어뜨려 덮었다. ‘통시’에는 똥이 떨어지는 곳에 돼지를 키웠다. 돼지가 똥을 먹어 치웠다. 절에 있는 뒷간이 ‘해우소’다. 우리 전통 뒷간은 청결하고, 배설물이 잘 발효되도록 만들어졌다. 거름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제대로 된 ‘똥’을 만들기 위해서다. 똥으로 만든 거름을 밭에 뿌리고 작물을 키웠다. ‘똥거름’은 토양을 비옥하게 해주고 작물의 생장에 절대적인 영향을 준다. 먹은 만큼 땅으로 돌려보내고, 그 땅에서 자란 곡물을 먹었다. 우리의 똥이 소중하고 순환하는 똥이라면, 서양에서는 더러워서 버리는 똥이다. 중세 유럽에서 페스트가 유행해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불결한 배설물과 화장실 문화가 그 원인이었다. 그들의 주택은 5층 가까이 되는 고층이었다. 1층에 공동화장실이 있었지만, 대부분 요강을 쓸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요강에 든 똥이나 오줌을 창문을 열고 길거리에 버렸다. 길거리는 똥과 오줌으로 질척댔다. 병균이 창궐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 셈이다. 우리 농부들은 ‘똥 퇴비’와 함께 순환농법으로 자연환경을 지켰다. 땅을 ‘빼먹는’ 수탈 작물은 일체 단작하지 않고, 땅을 지켜주는 콩과 식물 등 다양한 작물을 함께 재배했다. 혼작·윤작·간작 농사로 땅을 비옥하게 유지했다. 이렇게 여러 작물을 재배하면 땅에서 종이 다양하게 번성한다. 종이 다양할수록 생태계는 건강해지고, 먹이사슬이 제대로 살아 움직인다. 지은이는 “자연 문명이 철기 문명과 석유 에너지로 대체되면서 순환의 고리가 끊기고 더는 내적 발전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이런 순환 농사를 지을 줄 몰랐던 서양 사람들은 화학비료를 만들었고, 결국 땅을 황폐화시키고 환경오염이라는 심각한 문제를 불러일으켰다. 지은이는 또 “먹은 만큼 다시 땅으로 돌려줄 때 땅은 영원히 순환된다. 똥의 순환은 곧 자연의 순환, 건강한 생명의 순환”이라고 말한다. 똥은 밥을 먹고 나온 더러운 찌꺼기다. 하지만 그것이 다시 밥을 만드는 거름이 됐다. 밥이 똥이 되고, 똥이 밥이 된다. 똥이 없어도 농사는 가능하지만, 똥이 없으면 흙과 곡식이 다 망가진다. 흙과 곡식과 똥의 순환에서 소중한 고리는 똥이다. 똥이 순환해야 생명이 산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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