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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프레임 전쟁에서 지면 자유를 잃는다”

등록 2009-06-12 19:17

〈자유전쟁〉
〈자유전쟁〉




〈자유전쟁〉
조지 레이코프 지음·나익주 옮김/프레시안북·1만5000원

“자유를 잃는 것은 무서운 일이지만, 자유의 개념을 잃는 것은 훨씬 더 끔직한 일이다.”

<자유전쟁>은 ‘개념의 전쟁’을 위한 전략지침이다. 책을 쓴 조지 레이코프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는 변형생성문법 이론으로 알려진 노엄 촘스키 밑에서 공부했다. 하지만 의사소통을 가능케 하는 언어의 형식 구조에 매달렸던 스승과 달리, 개념화나 범주화 같은 인간의 사고능력의 중요성에 주목했다. 2006년 펴낸 <프레임 전쟁>은 그의 학문적 문제의식을 현실 분석에 적용한 결과물이다. 여기서 그는 미국의 진보진영(liberal)이 지리멸렬에 빠진 것은 보수진영과의 ‘프레임 전쟁’에서 패배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글쓴이는 프레임을 “제한된 범위의 정신구조”로 정의한다. 중요한 것은 대중의 정치적·경제적 판단 대부분이 이 프레임의 범위 안에서 작동한다는 점이다. 2008년 촛불정국에서 보수진영이 의존했던 ‘괴담론’을 보자. 이 담론은 ‘과학’에 대한 보수적 신념에 바탕한다. 여기서 전문가(전공자)의 검증과 통계적 확률에 의해 뒷받침되지 않는 진술은 ‘비과학’이요 ‘괴담’이다. 정부와 보수언론이 만들어낸 괴담론은 맹위를 떨쳤고, 여전히 많은 사람의 사고와 행동을 지배하고 있다. 프레임 만들기에 성공한 것이다.

글쓴이는 프레임을 다시 ‘심층 프레임’과 ‘표층 프레임’으로 구분하는데, 도덕체계나 세계관을 구조화하는 게 심층 프레임이라면, 이것이 특정 낱말이나 어구로 표출된 것이 표층 프레임이다. ‘광우병 괴담’은 표층 프레임, 그 기저에 자리잡은 ‘과학’에 대한 보수적 태도는 심층 프레임인 셈이다.

이 책이 문제 삼는 것은 ‘자유’ 개념과 관련된 심층 프레임이다. 글쓴이가 볼 때 미국에선 ‘자유’를 둘러싼 두 개의 프레임이 경합중이다. 보수주의 프레임, 진보주의 프레임이다. 경합은 자유가 본질적으로 논쟁적인 개념이란 사실에서 기인한다. 물론 모두가 동의하는 자유의 핵심은 있다. ‘~으로부터의 자유’ ‘~을 향한 자유’라는 관념이다. 하지만 진보주의자가 궁핍과 공포, 권위적 정부로부터의 자유와 사회의 보호 아래 자신의 목표를 성취할 자유에 초점을 두는 반면, 보수주의자는 정부의 시장개입으로터의 자유, 재산을 마음대로 사용할 자유를 강조한다. 그 원인을 글쓴이는 진보와 보수가 의지하는 상이한 ‘가정(家庭) 모형’에서 찾는다.


글쓴이가 볼 때 보수주의 정치관은 아버지의 절대적 권위와 자녀의 무조건적 순종을 요구하는 ‘엄한 아버지 가정’ 모형에 의존한다. 반면 진보주의의 바탕은 자상한 부모의 감정이입과 개인적·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자애로운 부모 가정’ 모형이다. 따라서 보수주의자에게 자유는 도덕적 권위인 아버지(정부·교회)가 나눠주는 것이며 도덕성과 명령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것인 반면, 진보주의자의 자유는 권리와 기회의 확대이며, 각자의 자유는 타인의 자유와 의존적이다. 문제는 보수주의자의 자유가 도처에서 승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글쓴이는 이런 보수주의자들의 세계관을 명확히 이해하고 전쟁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자유라는 개념을 보수주의자의 수중에서 되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 싸움의 중요성을 글쓴이는 이렇게 표현한다.

“자유의 개념이 근본적으로 변한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그런 자유는 빼앗기게 된다. 사람들은 자신의 개념을 바탕으로 행동하기 때문이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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