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문학총서 3권 발간
도시인문학총서 3권 발간
‘개발하고 관리하는’ 공학적 관심이 지배해온 도시연구에서 문·사·철로 상징되는 인문학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도시공간에 독특한 장소적 정체성을 부여하는 ‘문화’가 세계화 시대 도시 경쟁력의 원천으로 인식되면서 인문학적 도시 연구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립대 도시인문학연구소가 ‘글로벌폴리스의 인문적 비전’이란 주제로 진행중인 학제간 연구 프로젝트 역시 마찬가지다. 연구소는 최근 도시 형성의 인문학적 기초를 규명하기 위해 지난 1년간 수행한 연구 성과를 3권의 총서로 묶어냈다. 연구의 총론 격인 1권 <도시공간의 인문학적 모색>에는 현상학과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 등 다양한 철학적 기반 위에서 도시의 공간 문제에 접근하려는 방법론적 고민이 엿보인다. 에른스트 블로흐의 ‘희망의 철학’에서 유토피아 공간의 비판적·변혁적 기능을 탐색하는 손철성 경북대 교수의 글과 아렌트와 하버마스, 라캉과 들뢰즈의 사상을 가로지르며 도시 연구가 추구해야 할 인문학적 가치와 방향을 탐문하는 최병두 대구대 교수의 글 등이 대표적이다. 생존의 공간을 확보하려는 매춘 여성들의 투쟁에서 해방적 잠재력을 발견하는 이현재 서울시립대 교수의 글에선 매춘에 대한 통념을 뒤집는 여성주의적 상상력이 돋보인다.
동서양 도시의 구획 원리와 역사를 규명한 2권 <도시공간의 형성 원리와 도시민의 삶>의 집필에는 한국사와 동양사, 서양사를 전공한 역사학자들이 주로 참여했다. 유승희 서울시립대 교수가 조선시대 한양의 도시 구획 원리를, 김백영 광운대 교수는 한양이 식민도시 경성으로 변화해 가는 과정을 일본 제국의 총체적 공간재편 전략 속에서 분석했다.
3권 <도시적 삶과 도시문화>는 도시생활의 문화적 조건과 그 표현 양상의 변화를 소설 작품에 재현된 19세기 말 런던의 대중문화(박미선 서울시립대 교수)와 1930년대 한국의 모더니스트 시인들의 도시문명 인식(김동우 서울시립대 교수) 등을 통해 조명했다. 연구소는 세계화 시대의 대안적 도시 모델을 모색하기 위해 10년에 걸쳐 3단계에 걸친 장기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이번에 출간된 총서는 1단계 연구의 첫번째 성과물이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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