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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촛불 1돌’에 프리즘을 대다

등록 2009-04-23 14:10수정 2009-04-23 19:17

‘2008 촛불’에 대한 최근의 분석에선 공감에 바탕한 ‘이해’보다 거리두기를 통한 ‘비판’에 힘이 실리는 형세다. 사진은 지난해 6월9일 밤 서울 광화문 네거리를 밝힌 시민들의 촛불.  이종근기자 <A href="mailto:root2@hani.co.kr">root2@hani.co.kr</A>
‘2008 촛불’에 대한 최근의 분석에선 공감에 바탕한 ‘이해’보다 거리두기를 통한 ‘비판’에 힘이 실리는 형세다. 사진은 지난해 6월9일 밤 서울 광화문 네거리를 밝힌 시민들의 촛불. 이종근기자 root2@hani.co.kr
책 출간·토론회 잇단 준비
대중 낙관론·반정치성 지적
생명정치 의미 높은 평가도
1987년 이후 최대의 ‘정치적 동원’으로 기록될 ‘2008년 촛불시위’ 1년을 앞두고 촛불의 의미를 성찰적으로 곱씹으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2008 촛불’의 의미와 동학을 분석한 책들이 잇따라 출간되는 가운데, 진보 시민단체와 연구단체를 중심으로 촛불의 성과와 한계를 되짚는 토론회도 준비되고 있다.

주목되는 점은 찬양론이 대세이던 ‘촛불 담론’의 폭이 눈에 띄게 넓어졌다는 점이다. 1년이란 시간이 사건의 규모와 스펙터클에 압도돼 있던 연구자들에게 적절한 ‘시점의 거리’를 확보할 여유를 가져다준 덕인지, 체험과 공감에 바탕한 이해적 서술보다는 거리두기를 통한 비판적 논의들에 힘이 실리는 형세다.

이런 흐름은 최근 1~2개월 새 출간된 <그대는 왜 촛불을 끄셨나요>(산책자)와 <촛불, 어떻게 볼 것인가>(울력)에서 확인된다. 앞의 책이 운동론적·정치적 비판에, 뒤의 책이 철학적 성찰에 무게를 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지만, 도달하려는 궁극이 ‘탈신화화를 통한 촛불의 전화와 도약’이란 점에서 일치한다.

당대비평 기획위원회가 펴낸 <그대는 왜…>는 촛불시위에 내장된 ‘반(反)정치’의 위험성을 경고했던 기왕의 비판론에서 한 걸음 더 내딛는다. ‘촛불의 낙관주의에 대한 어떤 우려’를 쓴 백승욱 중앙대 교수는 ‘광장의 저항’이 대중의 각성과 변화로 이어지지 못한 점을 2008년 촛불의 가장 큰 한계로 꼽은 뒤 “7·8·9월 노동자대투쟁으로 이어진 1987년의 경험만큼도 나아가지 못했다”고 아쉬워한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기존 촛불 담론의 ‘대중 낙관론’을 직접 겨냥했다. 촛불은 “이명박 정부와 부르주아를 향해 ‘쾌락의 평등주의’를 주장하는 중간계급의 행동”이었으며, “여기에 불을 붙인 존재는 바로 이들 중간계급의 아들딸들이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촛불 시민’들이 요구했던 것은 “네가 즐기는 만큼 나도 즐길 수 있는 권리를 주장하는 것” 이상이 아니었기에, 촛불 역시 “새로운 정치적 대안을 만들고 혁명적 주체를 구성해낸 ‘진리적 사건’이라 보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촛불시위의 ‘순수성 강박’을 꼬집은 이상길 연세대 교수는 정치를 ‘불결한 것’ ‘오염된 것’으로 바라보는 정치적 상상력의 경계를 옮겨놓지 않는 한 촛불의 약속은 성취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촛불 주체들의 의지가 투표와 일상적 조직행동으로, ‘순수하지 않은’ 시위들에 대한 지지로, 그리고 ‘시민도 못 되는’ 사람들에 대한 연대로 나타나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와 철학 연구회가 엮은 <촛불, 어떻게…>는 촛불에 대한 긍정론과 비판론을 비교적 균형 있게 담아냈다. 촛불의 생명정치적 의미를 높이 평가한 글(김상봉·박병섭 )이 있는가 하면, ‘욕망 정치론’과 ‘다중지성론’에 자리잡은 대중에 대한 지나친 힐난과 신비화를 넘어서야 한다는 주장(나종석·박구용), 대중들의 참여가 분산적·일회적으로 이뤄짐으로써 저항의 터전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했다는 진단(권용혁)도 있다.

다만, 선우현 청주교대 교수는 “2008년 촛불에 대해선 다양한 해석과 평가가 난립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긍정적 평가를 넘어 지나치다 할 만큼 낙관적 기대가 주조를 이루고 있다”며 촛불에서 나타난 참여자의 능동성과 수동성, 성찰과 자기비판을 통해 제어되지 못한 이해관계와 욕망에 주목할 것을 제안한다.

‘촛불 1년’을 앞두고 쏟아지는 책들이 촛불의 성과와 한계를 냉정하게 인식함으로써 지리멸렬한 국면을 뚫고나갈 동력을 얻고자 한다면, 시민단체들이 주최하는 토론회에선 ‘촛불 시민’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려는 시도가 주목된다.

28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참여연대·참여사회연구소가 주최하는 ‘촛불 1년,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라는 토론회에는 ‘촛불시민’ 3명이 발표자로 참석해 연구자, 시민단체 활동가와 함께 집단토론을 한다. 행사를 조직한 신진욱 중앙대 교수는 “시민들은 촛불의 주역이었으면서도 그에 대한 평가의 자리에서는 초대받지 못한 불청객으로 머물러 왔다”며 “그들이 원한 것이 무엇이었고, 어떤 기대를 품었는지, 1년이 지난 지금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를 공유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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