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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4월4일 잠깐독서

등록 2009-04-03 19:53수정 2009-04-03 19:54

〈아담, 이브, 뱀-기독교 탄생의 비밀〉
〈아담, 이브, 뱀-기독교 탄생의 비밀〉




세계적 종교 거듭난 기독교의 비밀

<아담, 이브, 뱀-기독교 탄생의 비밀>

기독교는 오늘날 세계 종교로 위세를 떨치고 있지만, 한때는 소수 종파에 지나지 않았다. 소수 종파였던 원시 기독교의 교리는 지금과 차이가 나는 부분이 많다. 미국 프린스턴대학 교수인 지은이는 원시 기독교의 가르침들이 시대에 따라 어떻게 변화해 오늘날에 이르렀는지를 차근히 짚어 나간다. 초기 기독교는 성(性)에 대해 지금보다 더 금욕적이었다. 예수는 이혼을 무조건 반대하고 독신 생활을 장려했다. 바울은 결혼을 부정하지는 않았지만 독신과 금욕적 삶이 우월한 삶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런 금욕주의 메시지는 기독교 신자 범위를 제한하는 부작용을 낳았고, 후세 사람들은 이 주장을 완화하기에 이른다. 마태복음의 저자가 이혼을 절대적으로 금한 예수의 가르침을 아내의 음행은 제외한다는 취지의 말을 살짝 끼워넣어 약화시킨 것이 한 예다.

오늘날 기독교 하면 떠오르는 ‘원죄 이론’은 아우구스티누스가 확립한 것이다. 초기 기독교인들은 창세기의 핵심 메시지를 자유의지로 해석했다. 심지어 일부 영지주의자(그노시스파)들은 에덴동산의 뱀이 예수의 상징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우구스티누스는 창세기를 인간의 속박에 관한 이야기로 읽고, 인간이 죄를 지었기 때문에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났다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은 당시 기독교가 로마제국의 국교로 제도권 안에 편입된 상태였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유효적절하게 받아들여졌다. 지은이는 종교적 통찰과 도덕적 선택은 현실적 선택과 일치하며, 기독교의 도덕적 선택은 곧 정치적 선택이기도 했다고 말한다. 일레인 페이걸스 지음, 류점석·장혜경 옮김/아우라·1만4000원.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400년전 갈릴레이의 기록 들추다


〈갈릴레오가 들려주는 별 이야기-시데레우스 눈치우스〉
〈갈릴레오가 들려주는 별 이야기-시데레우스 눈치우스〉
<갈릴레오가 들려주는 별 이야기-시데레우스 눈치우스>

지금부터 꼭 400년 전 가을, 이탈리아의 한 수학자가 망원경으로 밤하늘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인류 역사상 최초로 도구를 이용해 천체 관측을 한 이 사람이 바로 갈릴레오 갈릴레이다. 갈릴레이는 직접 만든 20배율 망원경으로 달의 위상 변화와 표면을 관찰한 데 이어, 이듬해 초 목성의 위성 4개를 발견했다. 당시의 관찰을 천문일지 형식으로 남긴 기록이 <시데레우스 눈치우스>라는 소책자다. 이 책을 번역한 <갈릴레오가 들려주는 별 이야기…>는 미국의 과학사학자 앨버트 반 헬덴의 영역본을 번역한 국내 최초의 한글판을 5년 만에 다시 손질한 개정판이다.

시데레우스 눈치우스는 ‘별의 메신저’라는 뜻이다. 책에는 달의 표면이 매끈하지 않고 울퉁불퉁하며, 은하수는 셀 수 없이 많은 별들로 구성됐으며, 태양에는 흑점이 있고, 목성은 4개의 위성을 거느린다는 사실 등이 기록돼 있다. 망원경의 원리, 달의 지름 측정법, 목성과 위성들의 위치 등 갈릴레이가 직접 스케치한 그림들도 흥미롭다. 갈릴레이의 관측은 기존의 천체관을 뿌리째 뒤집는 혁명적 발견이었으며, 코페르니쿠스의 태양중심설을 뒷받침하는 결정적 증거였다. 1610년 3월 베네치아에서 라틴어로 쓰인 초판은 일주일 만에 550권이 팔려 나갈 만큼 큰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그는 당시 지구를 우주의 중심으로 여겼던 교회의 노여움을 사 1633년 종교재판에서 사형선고를 받을 뻔했다. 로마 교황청은 1992년에 중세의 과오를 인정하고 갈릴레이를 완전히 복권시켰다. 장헌영 옮김/승산·1만2000원.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지구 반대편 음악에 보내는 연서

〈라틴 소울〉
〈라틴 소울〉
<라틴 소울>

고교 시절 옆 반 반장이었던 지은이를 가수 윤상은 “나보다 성적이 좋으면서 음악까지 더 많이 듣는 사람”으로 기억한다. 공부 잘하고 음악을 ‘많이’ 듣던 그가 라디오와 텔레비전에서 흘러나오는 낯익은 음악에 지쳐갈 때쯤, 다양성으로 무장한 광활한 음악의 영토가 새롭게 펼쳐졌다. 브라질·아르헨티나·쿠바 등 지구 반대편에서 날아온 음악의 리듬에 맞춰 그의 가슴도 쿵쾅거렸다. <라틴 소울>은 작사가·프로듀서로 윤상·김동률 등 여러 가수의 음반에 참여했고 주말에는 라디오에서 월드 뮤직을 소개하는 박창학씨가 그 ‘쿵쾅거림’을 나누고자 풀어놓은, 남미 음악에 보내는 ‘러브레터’다.

러브레터라지만, 장황한 수식어 일색의 개인적인 감상으로 덧칠한 끼적임과는 거리가 멀다. 책은 남미 음악의 “이해를 돕는 데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최소한의 정보를 제공”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월드 뮤직’, ‘제3세계 음악’이라는 용어가 지닌 영미 문화권 중심주의의 함정을 짚고 넘어가는 건 남미 음악을 제대로 듣기 위한 첫걸음이다. ‘다양·연결·혼효’라는 남미 음악의 특징을 이해하려면 이민과 혼혈의 역사도 숙지해야 한다. 이런 바탕 위에 지은이가 수놓는 주앙 지우베르투, 피아소야(피아졸라), 곤자기냐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사탕발림 없이도 “자꾸 음악이 듣고 싶어지는” 마음이 절로 든다. 지은이는 남미 음악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던 때부터 포르투갈어와 스페인어를 배웠다고 한다. 사전에 손때 묻혀가며 번역했다는 노래 가사도 함께 실었다. 박창학 지음/바다출판사·2만2000원. 김일주 기자 pearl@hani.co.kr

프로이트·융의 ‘놀이기구’ 타보세요

〈자아놀이공원〉
〈자아놀이공원〉
<자아놀이공원>

이팔청춘 16살의 평범한 남고생 남상준. 성격이 소심하면서도 급한 상준이는 성적도 고만고만, 노는 것도 고만고만하다. 어느 일요일 하릴없이 텔레비전을 보다가 ‘자아놀이공원’이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개관한다는 소식을 듣는다. 별 기대 없이 개관 기념 이벤트에 응모했는데 초대권을 받는다. 들뜬 마음으로 놀이 공원에 도착한 상준이가 가장 먼저 선택한 곳은 ‘빙하 놀이관’. 안내원은 빙하의 꼭대기에 가장 먼저 다다른 사람에게 아파트든 자동차든 원하는 선물을 무엇이든 주겠다고 제안한다. 이에 50여명의 손님들이 아귀다툼을 벌이듯 빙하의 꼭대기에 다다르려 서로를 밀치고 당기는 바람에 옷이 찢어지고 바지가 벗겨지는 소동을 벌인다. 상품에 눈이 먼 상준이도 이에 질세라 온몸을 던진다.

청소년을 위한 ‘지식소설’쯤으로 분류될 수 있는 이 책은 프로이트·스키너·융 등 유명 심리학 이론을 놀이 공원의 다양한 놀이 기구로 비유해 설명해 준다. 빙하 놀이관의 설계자는 프로이트인데, 수면 아래 보이지 않는 거대한 빙하는 인간의 ‘무의식’을 뜻한다. 스키너의 입체 게임관, 융의 유에프오(UFO) 전시관 등을 돌고 나면 이 심리학자들의 이론이 자연스럽게 이해된다. ‘인간이 자신도 모르는 숨겨진 마음의 통제를 받는가?’ ‘승화는 어떻게 이루어지나?’ ‘인간이 그대로 로봇으로 프로그램 될 수 있나’ ‘마음은 가슴에 있나, 두뇌에 있나?’ 등의 오랜 심리학적 쟁점도 고민하게 만든다. 지은이는 심리학을 전공한 뒤 글쓰기에 매진하고 있는 작가다. 이남석 지음/사계절·9800원. 강김아리 기자 ari@hani.co.kr

탈근대 뿌리에 대한 ‘기우뚱한 균형’

〈니체는 왜 민주주의에 반대했는가〉
〈니체는 왜 민주주의에 반대했는가〉
<니체는 왜 민주주의에 반대했는가>

<니체는 왜 민주주의에 반대했는가>는 김진석 인하대 교수가 프리드리히 니체의 정치철학을 여러 각도에서 살핀 저작이다. 프랑스에서 철학을 공부한 지은이는 1990년대 초반 이른바 탈근대철학의 전도사 구실을 하다 90년대 후반 방향을 바꿔 그 철학 노선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다. 프랑스에서 만개한 탈근대철학이 니체 철학을 뿌리로 삼고 있는 만큼 지은이도 니체 철학을 진지한 연구 대상으로 받아들여 숙고한 이력이 있다. 이번 책은 이런 숙고에 더해 그사이 이루어진 관점 변화가 함께 담겨 있다. 지은이의 다른 저작이 다 그렇듯이 이 책도 논쟁적이다. 그의 논점은 특히 한국 사회의 지식장 안에서 발생하는데, 이 책의 출간을 직접 자극한 것은 지난해 출간된 박홍규 영남대 교수의 니체 비판서 <반민주적인 너무나 반민주적인>이다. 지은이는 자신의 책에서 박 교수의 주장이 지나치게 거칠고 단순하다고 비판하면서 그 이유를 따진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니체 철학의 탈근대적 해석에 아주 우호적인 것도 아니다. 지은이는 니체 옹호자들이 그의 사상을 “‘순수하게 철학적으로’ 혹은 미학적으로만 읽으면서 그의 텍스트를 알게 모르게 ‘깨끗하게’ 만들려고 했다”고 말한다. 지은이의 태도는 다른 저작들에서 줄곧 강조해 온 대로 ‘기우뚱한 균형’이다. 니체는 위험한 사상가다. 또 바로 그 위험한 지점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중요한 논점을 제공한다. 니체를 일방적으로 비난하지도 옹호하지도 않은 채 균형감 있게 읽는 작업이 이 책인 셈이다. /개마고원·1만6000원.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조선이 무인들을 천대 했다고?

〈조선무사〉
〈조선무사〉
<조선무사>

조선에도 무인은 있었다. 다만 문을 떠받들고 무를 천대했다는 의식이 오늘날 남아 있을 따름이다. 그래서 지은이는 조선 시대로 돌아가 무인들의 삶을 재조명하고자 한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거치며 무과 시험이 변질됐을지언정 조선 시대 무인들은 결코 천하게 여겨지지도 무시받지도 않았다는 게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다. 양반 사회라는 별칭이 이야기하듯, 조선 시대는 문반과 무반이 사회를 지탱하는 양대 축이었고 과거 시험에서 역시 무과가 문과와 함께 대과(大科)에 속하는 핵심적인 시험이었다고 지은이는 설명한다. 그러나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조선이 무를 천대하고 지나치게 문에 치중한 나머지 당쟁만 일삼는 나라였다는 인식을, 일제가 의도적으로 심었다는 주장이다.

사실 이 책에서 지은이가 더욱 강조하는 건, 무인이라 하더라도 영웅이 아니라 무명의 병사들이고, 곧 백성들이다. “전쟁이 터지면 영웅호걸들만 활약하는 것이 아니라 한 나라의 전 구성원들이 그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다. 전쟁을 통해 가장 급격한 삶의 변화를 겪어야 했던 사람들은 바로, 실제 전쟁에서 총칼을 쥔 한 명 한 명의 병사들과 그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 여러 가지 물자를 보급했던 이름 모를 백성들이었다.” 또한 이야기는 아주 구체적이다. 백성들이 피와 땀으로 쌓아 올린 나라 곳곳의 성곽들과, 백성들이 직접 손에 들고 싸웠던 조선 특유의 병기들이 500년 조선 역사를 지켜 온 힘이었음이 크고 작은 역사적 사건 속에서 흥미롭게 서술된다. 최형국 지음/인물과사상사·1만2000원.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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