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환란 거울’로 양극화 등 경제위기 파장 짚어본다

등록 2009-03-18 20:23

주거빈곤가구는 줄었지만 주택의 고급화와 주택가격의 급등으로 주거빈곤층의 상대적 박탈감은 커져만 간다. 실제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사진) 2719가구의 주택 시가 총액은 종로구, 중구, 은평구 등 강북 각 구의 전체 아파트 시가 총액을 능가할 정도다.  <한겨레> 자료사진
주거빈곤가구는 줄었지만 주택의 고급화와 주택가격의 급등으로 주거빈곤층의 상대적 박탈감은 커져만 간다. 실제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사진) 2719가구의 주택 시가 총액은 종로구, 중구, 은평구 등 강북 각 구의 전체 아파트 시가 총액을 능가할 정도다. <한겨레> 자료사진
한국사회학회 특별 심포지엄
IMF 해고가 부른 노인 빈곤…이혼 증가→비정규직 여성 증가
늘어나는 주거 불평등·기러기가족 문제 등 ‘한국 자본주의 성찰’
한국사회학회가 ‘한국 자본주의의 성찰’을 주제로 20일 서울 고려대 인촌기념관에서 특별 심포지엄을 연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 사회가 경험한 변화를 차분히 되돌아봄으로써 다시 찾아온 경제위기가 사회에 미칠 충격과 파장을 가늠해 보자는 취지다. 지난 10년 동안 양극화로 인해 치러야 했던 사회적 고통의 심각성을 고려해 불평등 문제를 독립된 세션으로 편성한 점이 주목된다.

‘현대 한국 사회의 불평등 구조 변화’라는 주제로 발표하는 신광영 중앙대 교수는 한국 사회의 불평등 양상을 민주화와 세계화라는 거시적 변화와 관련해 분석한다. 신 교수가 볼 때 한국의 불평등 구조가 결정적 전환을 맞이한 시기는 1987년과 1997년이다. 87년 민주화를 계기로 꾸준히 개선되어온 불평등이 97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다시 악화되는 양상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신 교수는 “민주화를 계기로 노동자들은 저임금과 부당 대우에 집단적으로 도전했고, 이는 임금인상과 사회 전체의 분배구조 개선을 가져왔다”며 “그런데 97년 이후 신자유주의 경제개혁 효과가 민주화 효과를 압도하면서 전반적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진단한다.

하지만 최근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것은 민주화·세계화라는 거시적 요인만이 아니다. 신 교수가 주목하는 것은 노령화와 가족관계의 변화다. 그는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장년층 인구의 해고가 대량으로 이뤄지고, 이들이 노인인구로 진입하면서 노인빈곤이 확대되고 있다”며 “65~69살 빈곤율은 한국이 30.3%로 스웨덴(2.2%), 노르웨이(6.6%) 같은 북유럽권뿐 아니라 미국(24.7%) 등 신자유주의 국가군마저 압도한다”고 설명했다. 이혼가구의 증대 역시 불평등을 악화시키는 요인인데, 이혼여성 대부분이 취업을 하더라도 서비스업에 비정규직으로 취업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신 교수는 “고령화와 가족해체는 과거 한국 사회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새로운 사회적 위험이 되고 있다”며 “제한적 복지정책만이 아닌 적극적인 노동시장 정책과 가족정책을 통해 이 문제에 대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조은 동국대 교수는 ‘젠더(성차) 불평등’ 문제에 초점을 맞췄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가부장적인 한국 자본주의가 만나는 “가장 문제적인 접점”이 ‘모성’을 매개로 삼아 작동하는 젠더 불평등의 영역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조 교수가 볼 때 한국 사회는 최근 세계적 금융위기를 통해 “자본주의와 유교 가부장제의 행복한 결합이 한계에 도달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한국 대중문화에서 ‘어머니’가 유독 호명되고 있는 현실은 10년 전 외환위기 국면에서 ‘아버지 기 살리기’가 유행하던 것에 견줘 볼 때 “유교자본주의의 약효가 끝났음을 보여주는 징후로 읽힐 수 있다”는 게 조 교수의 해석이다.

아울러 저출산은 국가위기가 아닌 ‘이성적 모성’의 위기로 다뤄야 하고, 기러기 가족은 ‘계급이동의 전선’이 된 모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다뤄야 한다는 게 조 교수의 생각이다. 그는 “한국 사회의 불안정성이 모성에 작동하는 방식을 보여주는 극적인 사례가 저출산과 기러기 가족 문제”라며 “모성에 부과된 젠더 패러독스를 어떻게 풀 것인가는 한국 자본주의가 직면한 핵심 과제”라고 지적한다.

장세훈 동아대 교수의 관심은 주거불평등이다. 그는 ‘한국 자본주의 발전과 주거빈곤 문제’라는 글에서 한국 사회가 ‘주거 격차 사회’에 진입했다고 진단한다. 1990년대 중반까지의 지배적 주택수급체제였던 대량생산-대량소비 시스템이 분양가 자율화 등 신자유주의적 규제완화 정책에 의해 붕괴되면서 주거를 둘러싼 불평등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포드주의 주택수급체제 아래 무주택 서민층을 보호하던 정책적 지원이 사라지자 건설업체들이 생산자 우위의 시장원리를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상황”이라며 “이로 인해 수급자 사이의 연대가 해체되고 약육강식의 정글원리가 관철되면서 주거격차가 심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연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은 1999년 4.2배에서 2007년 6.6배로 급증했다. 장 교수는 “그나마 감소해온 절대적 주거빈곤이 최근 경제위기로 인해 증가세로 반등할 기미를 보인다”며 “최근 용산 참사에서 보듯 새로운 갈등의 뇌관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공부문의 적극적 개입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불평등과 관련된 주제 외에도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와 주은우 중앙대 교수 등이 ‘한국 자본주의와 사회운동’, ‘한국 사회의 문화변동’ 등 모두 7편의 논문을 발표한다. 김문조 한국사회학회장(고려대 교수)은 “경제위기가 총체적 사회위기로 전환되는 시점에서 사회과학을 업으로 삼은 사람들이 무엇을 잘못 짚어 나라가 이 지경에 이르렀나를 되돌아본다는 차원에서 자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02)722-8747.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인상파 대가 오지호 명작 ‘사과밭’과 ‘남향집’의 엇갈린 뒤안길 1.

인상파 대가 오지호 명작 ‘사과밭’과 ‘남향집’의 엇갈린 뒤안길

구준엽 아내 서희원 숨져…향년 48 2.

구준엽 아내 서희원 숨져…향년 48

“알고 보면 반할 걸”…민화와 K팝아트의 만남 3.

“알고 보면 반할 걸”…민화와 K팝아트의 만남

넷플릭스 ‘중증외상센터’, 오겜2 제치고 비영어권 TV쇼 1위 4.

넷플릭스 ‘중증외상센터’, 오겜2 제치고 비영어권 TV쇼 1위

2025년 ‘젊은작가상’ 대상에 백온유…수상자 7명 전원 여성 5.

2025년 ‘젊은작가상’ 대상에 백온유…수상자 7명 전원 여성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