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이야기를 창조하다〉· 〈신화-전사를 만들다〉
〈신화-이야기를 창조하다〉
김용호 지음/휴머니스트·1만6000원 〈신화-전사를 만들다〉김용호 지음/휴머니스트·1만7000원 신들도 사랑을 하고 질투를 한다. 자비를 베풀거나 분노할 줄 안다. 신들은 자연을 다스리는 힘과 인간을 지배하는 권위를 가졌으되, 한순간도 인간과 부대끼지 않으면 좀이 쑤시는 존재다. 동서고금의 신화는 그런 신들에 관한 이야기, 신과 인간이 함께 지내온 이력에 관한 서사와 설화가 뒤엉킨 집단기억이다. <신화, 이야기를 창조하다>와 <신화, 전사를 만들다>는 성공회대 문화대학원 교수인 지은이가 10여년 전 대학에서 강의했던 ‘신화와 서사’라는 수업 내용을 다시 가다듬고 보완해 펴낸 책이다. 발칸반도(그리스·로마 신화)에서부터, 한반도와 동아시아, 인도(인도 신화), 중동(히브리 신화, 메소포타미아 신화), 북유럽(게르만, 켈트 신화) 등 세계 전역에서 살아간 신들과 인간들이 함께 만들어간 이야기들에는, 먼 거리와 오랜 시간을 관통하는 공통의 시선이 들어 있다고 지은이는 말한다. “그들은 같은 눈으로 천지창조를 관찰했고 인간의 운명과 사건을 움직이는 힘도 같은 눈으로 보았다.” <신화, 이야기를…>은 그렇게 다양한 신화들을 창조, 열린 세계, 닫힌 세계, 카르마, 갈 길 등 5부로 나눠 소개한다. 각 부마다 소주제에 걸맞은 신화 속 에피소드들을 엮어, 큰 흐름이 있는 이야기로 만들어가는 짜임새와 솜씨가 돋보인다. 게다가 대부분은 한번쯤 듣거나 읽어봤음직한 이야기들이다. 천지창조의 배경은 ‘입을 쩍 벌린 혼돈’(발칸반도), ‘암흑의 파동’(인도), ‘깊은 물 위에 뒤덮인 심연’(중동)이었다. 발칸 반도에선 가이아 여신(대지)이 우라노스(하늘)를 낳았고, 중국에선 달걀 속에서 잠자던 반고의 키가 쑥쑥 자라나면서 하늘과 땅을 벌렸다. “한반도에서 소별왕과 대별왕에 의해 세상이 이승과 저승으로 나뉘었다. 선악과를 따먹은 아담과 이브가 ‘밝아진 눈’으로 맨 먼저 본 것은 자신들의 알몸이었다. 무화과 잎으로 앞을 가림과 동시에 마음을 가리는 꺼풀도 생겼다. 열린 세계는 그렇게 닫혀갔고 진실은 은폐됐다. 아테나 여신과 미모를 겨뤘던 메두사, 밀랍날개가 녹는 줄도 모르고 태양 가까이 날아올랐던 이카루스의 비극적 운명은 ‘너’와 구별되고 경쟁하는 ‘나’의 작동체계와 동일하다고 말한다. <신화, 전사를…>은 신화 속 주인공들 중에서도 특별한 영웅들, “자기의 궁극적 향상을 위해 모든 것을 거는” 전사들의 이야기다. 여신 아프로디테가 주는 가혹한 시련을 딛고 에로스의 사랑을 쟁취한 푸시케가 ‘사랑의 전사’라면, 인도 아유타국의 허황옥 공주는 왕과 왕비가 꿈에서 받았다는 하늘 임금의 신탁만을 믿고 16살 나이에 험한 바닷길을 건너 한반도 남단 가락국의 수로왕과 짝을 이루고 불법(佛法)을 전한 ‘비전의 전사’다. 북유럽 최고신인 오딘은 지혜의 샘물을 마시기 위해 거인 미미르에게 기꺼이 한쪽 눈을 뽑아주었다. 그런데 천지창조에 목적이 있는 걸까? 동서양 신화 사건의 관찰자들은 가야 할 곳을 두 곳 꼽는다고 한다. “하나는 우주의 사랑과 자비의 샘, 다른 하나는 그 너머 우주의 진실과 지혜가 흘러나오는 샘”이다. 그 샘들의 바닥에는 지금도 오딘의 눈알이 빛난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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