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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중국 모델론’ 서구 좌파들 뜨거운 논란

등록 2009-01-21 18:10수정 2009-01-21 20:00

아글리에타·아리기 등 지식인 “자본통제로 호혜적 시장경제”
하비는 “착취의 산물” 혹평…“객관적 통계 부족탓” 분석도
중국을 바라보는 세계 학계의 시선이 예사롭지 않다. 1990년대 중반 맹위를 떨치던 ‘중국 위협론’은 비주류 담론으로 밀려난 지 오래다. 최근 5~6년새 빠르게 확산된 ‘중국 모델론’ 때문이다.

중국 모델론은 낙후된 농업사회주의 국가에서 역동적 시장경제체제로 전환한 중국의 경험이 공업화를 추진하는 후발 국가에 하나의 전범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반영한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이런 기대감이 중국 관변학자나 제3세계의 친중국 기술관료들뿐 아니라 서구 지식인들 사이에서도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프랑스 조절이론의 창시자인 미셸 아글리에타 파리10대학 교수가 이 대열에 동참했다. 그는 지난 연말 <뉴 레프트 리뷰>에 기고한 ‘새로운 성장체제’라는 글에서, 중국이 달성한 경제적 성취를 ‘자본주의의 중요한 분기(分岐)’라고 평가했다. 그는 “1989년 동구권 붕괴 뒤 많은 국가들이 서구 자본에 시장을 개방하도록 강요받았지만, 엄격한 자본통제를 유지한 중국은 예외였다”며 “최근엔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바탕으로 서방 기업들을 인수함으로써 풍부한 자금력을 발전된 기술력으로 전환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아글리에타는 중국의 최대 수출시장인 미국의 경제위기가 중국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일반적 예상과 달리, 오히려 이것이 ‘중국의 축복’일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내놓는다. 지나친 경기과열로 과잉투자의 조정이 필요했던 중국에 적당한 경기하락은 ‘약’이라는 것이다. 이런 아글리에타의 평가는 중국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세계은행의 권고를 따르지 않고 적극적인 산업 정책과 외국인 투자 관리를 통해 세계화의 부정적 효과를 차단했다는 점에 주목하는 ‘베이징 컨센서스’ 담론과 흐름을 같이한다. 베이징 컨센서스는 2004년 골드만 삭스 고문이던 조슈아 레이모가 발표한 글 제목에서 유래했다. 급속한 시장화가 핵심인 ‘워싱턴 컨센서스’의 상대적 개념으로, 국가 주도의 점진적 시장개방으로 요약되는 중국 경제의 특성을 베이징 컨센서스라는 신조어로 만들어낸 것이다. 이 신종 담론은 제3세계에 대한 신자유주의 이식 프로그램인 워싱턴 컨센서스가 중남미 경제의 연쇄 붕괴로 파국을 맞으면서 전세계로 확산됐다.

베이징 컨센서스 담론의 가장 극단적인 형태는 2007년 <베이징의 애덤 스미스>란 책을 펴낸 세계체제론자 조반니 아리기 존스홉킨스대 교수에게서 발견된다. 올해 상반기 국내에서도 출간될 예정인 이 책에서 아리기는 중국 사회를 ‘비자본주의적 시장경제’로 규정한다. 아리기에 따르면, 착취와 불평등, 강탈에 의한 축적을 특징으로 하는 자본주의와 달리 시장경제는 호혜와 평등, 소유에 의한 축적을 원리로 작동하는데, 오늘날의 중국이야말로 진정한 시장경제가 구현된 국가라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자본주의를 대표하는 미국이 위기를 맞고 중국이 세계의 중심에 등장한 것이야말로 ‘역사의 진보’다.

하지만 이런 아리기의 주장은 거센 논란에 휘말렸다. 진보적 지리학자 데이비드 하비 뉴욕시립대 교수는 중국의 경제성장을 “극단적으로 낮은 임금과 산업혁명 초기국면을 무색하게 하는 냉혹한 착취”의 산물로 본다. 아울러 성장의 혜택이 주로 도시 주민과 정부·당 간부들에게 돌아간다는 점, 대규모 농촌 인구가 도시 프롤레타리아트로 전환되고, 민영화와 노동시장 유연화가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런 점에서 하비는 “비록 ‘중국식’이긴 하지만 명백히 신자유주의적인 경제로 규정될 수 있다”고 단언한다. 이처럼 서구 지식인들의 견해가 극단적으로 엇갈리는 이유를 백원담 성공회대 교수(중국학과)는 두 가지로 꼽는다. 중국 사회주의에 대한 좌파 지식인들의 기대감과 중국 현실에 대한 정확한 정보의 부족이다. 백 교수는 “중국 사회의 특성상 경제상황에 객관적 통계치를 확보하기가 어려운데다, 개혁개방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들에 대해서도 ‘그래도 혁명적 사회주의의 전통이 남아 있는 중국인데 어떻게든 교정되지 않겠느냐’는 좌파들의 막연한 희망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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