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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페달을 밟아라, 그러면 지구를 구할지니

등록 2008-12-26 19:48수정 2008-12-26 23:16

네덜란드에서는 맥주를 마시고 흥겹게 노래하며 거리를 주행할 수 있는 페달카페 40여대가 파티 임대용으로 최고의 인기를 얻고 있다. 김영사 제공
네덜란드에서는 맥주를 마시고 흥겹게 노래하며 거리를 주행할 수 있는 페달카페 40여대가 파티 임대용으로 최고의 인기를 얻고 있다. 김영사 제공
직접 몸 움직여 에너지 만드는 ‘인간동력’ 생생한 실천 소개
군중보일러·페달버스…온난화 맞서는 인력 비행기도
〈인간동력, 당신이 에너지다〉
유진규 지음/김영사·1만2000원

#1. 미국에서 소 한 마리를 도축하기까지 약 1배럴(159ℓ)의 석유가 소비된다. 우리나라 성인의 하루 평균 섭취량인 3500㎉의 음식물을 생산하는 데 1만7500㎉의 화석연료가 들어간다. 칼로리 섭취량은 넘치고 운동량은 부족한 ‘현대인’은 잉여지방을 태워 없애고자, 엄청난 양의 화석연료를 소비하는 헬스클럽을 찾는다.

#2. 지질학자들은 2010년을 ‘석유생산의 정점’으로 보고 있다. 이후 유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에너지 확보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실제로 2000년을 앞뒤로 대다수 비오펙 산유국들은 석유 정점을 지났다. 미국 석유이후연구소의 리처드 하인버그 교수는 “지금보다 태양과 풍력에너지가 1000배 많아져도 석유시대만큼 풍족한 에너지를 누리지는 못할 것”이라고 단언한다.

#3. 해수면 상승과 가공할 해일, 황폐해진 산과 들, 유독가스로 가득찬 대기 …. 지구 온난화가 지금 속도로 계속된다면 인류가 다음 세기를 맞기 전에 지구 전체에 파멸적 재앙이 닥칠 것이란 게 과학자들의 한결같은 경고다.


〈인간동력, 당신이 에너지다〉
〈인간동력, 당신이 에너지다〉
<인간동력, 당신이 에너지다>는 현재 엄연히 진행 중인 현실에 대한 일석삼조의 해결책을 제안하는 책이다. <에스비에스>(sbs)의 다큐멘터리 프로듀서인 지은이는 화석연료를 대체할 ‘인간 동력’의 무한한 가능성에 주목한다. 그리고 개인적인 관심과 성찰 위에 다양한 실험과 연구 성과들을 보탰다. 대안은 이렇다. “플러그를 뽑아라, 그리고 당신의 몸을 움직여라!” ‘인력’이 아니라 ‘인간동력’인 것은 인간의 힘을 어엿한 에너지 자원으로 보자는 뜻이다.

지은이는 앞서 ‘에스비에스 스페셜’에서 같은 제목으로 방영된 바 있는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유럽과 북미, 아프리카 등 여섯 나라 20여 도시를 찾아다니며 생생한 사례들을 찾아냈다. 이번 책은 거기에 이론적 배경 설명과 통계수치를 보강한 것이다. 삶의 양식에 대한 근본적 성찰과 변화를 요구하는 주제이지만, 이야기는 과학실험을 보는 듯 흥미진진하고 경쾌하다.

지은이는 과학기술문명 신화와 물신주의의 기만성도 고발한다. 예컨대, 연필깎기에 모터를 다는 “쓸데 없는 짓”은 “자본주의의 톱니바퀴에 더 잘 들어맞”기 때문이다. 20세기 초 미국에서 자전거도로 건설이 중단되고 자전거 통행을 제한한 것도 “내연기관(자동차산업)이 만들어낸 소비주의”의 산물이다.

이 책이 소개하는 인간동력들은 아기자기하고 기발하며 낭만적이기까지 하다. 발로 페달을 밟아 움직이는 교통수단은 탄소 에너지를 인간동력으로 대체하는 대표적 사례다. 버스사이클, 모노레일, 보트, 호버크래프트, 심지어 비행기까지도 가능하다. 핸들바를 잡아당겨 구동력을 얻는 4인승 휴먼카는 평지에서 시속 90㎞로 질주할 수 있다.

페달 발전기로 가전제품을 작동시키는 것은 어떨까. 텔레비전·형광등·믹서기·선풍기 등은 (매우) 쉽고, 세탁기는 탈수 모드에서 조금 힘이 드는 정도다. 시속 25㎞ 수준으로 페달 발전기를 밟으면 100와트의 출력을 얻을 수 있다. 30초면 엠피(MP)3으로 1시간 동안 음악을 감상할 수 있고, 20분이면 휴대폰 배터리를 완전 충전할 수 있는 에너지다. 체내 칼로리 연소와 운동 효과는 덤이다.

‘휴먼 파워’는 ‘펀(fun) 파워’이기도 하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는 ‘플레이 펌프’라는 물 펌프가 있다. 어린이들이 올라타 빙빙 돌리며 노는 놀이기구에 물펌프를 연결해, 지하 150m 깊이의 지하수를 1회전당 1ℓ씩 뽑아올린다. 이 나라는 2010년까지 4000개의 플레이 펌프를 보급해 1000만명에게 깨끗한 식수를 제공할 계획이다. 놀기를 마다지 않는 아이들이 있는 한 물걱정은 없겠다.

이 밖에도, 4륜구동 오프로드 머신, 그린 익스프레스(인력 열차), 발전 배낭(배낭을 메고 걸을 때 들썩이는 에너지 활용), 군중 보일러(다중의 체온을 모아 난방열로 활용), 페달 카페(미니버스 형태의 이동식 주점·사진) 등은 실제 사용 중이거나 실용화 단계에 가까운 것들이다. 상상만 해도 신나고 기운이 솟구치지 않는가.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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