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카에서 인도네시아까지…이슬람 역사서 결정판
〈이슬람의 세계사 1·2〉
아이라 라피두스 지음·신연성 옮김/이산·각 권 3만3000원 통시·공시 방법 함께 쓴 정밀한 연구서
이슬람 공동체·종교·정치 제도에 초점 이산 출판사의 ‘히스토리아 문디’ 시리즈의 하나로 나온 <이슬람의 세계사 1·2>는 국내에 나온 이슬람 소개서 가운데 가장 방대하고 정밀한 연구서로 꼽힐 책이다. 번역본은 1권과 2권 합쳐 1570쪽에 이르며, 200자 원고지로 8000장 가까운 분량이다. 원서를 낸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출판부는 ‘출판사 서문’을 따로 써 이 책을 “케임브리지 역사 시리즈의 명성에 걸맞은 기념비적 저작”이자 “이슬람 역사서의 결정판”이라고 자평했다. 원서의 초판은 1988년에 나왔으며, 2002년에 내용을 증보한 2판을 펴냈다. 이 재판본은 이슬람교의 창시자 무함마드(마호메트) 시대부터 2000년까지 1400년의 역사를 포괄하고 있다. 지은이 아이라 라피두스(버클리대 명예교수)는 현존하는 가장 뛰어난 이슬람 역사학자로 평가받는 이 분야의 석학이다. 이 책은 크게 3부로 나뉘어 있다. 1부는 이슬람 세계의 기원을 다룬다. 서기 600년께부터 1200년께까지의 중동 역사가 포괄된다. 10세기부터 19세기까지 역사를 그리는 2부는 중동에서 생겨난 이슬람 문명의 전형이 세계 각지로 확산되는 과정을 다룬다. 3부는 19세기 이후 현대까지를 집중적으로 살핀다. 유럽 제국주의의 영향으로 이슬람 문명이 겪은 근대적 변용을 추적하고, 이슬람 국가의 엘리트들 사이에서 벌어진 이념투쟁과 정치투쟁을 검토한다. 이 세 부가 펼쳐져 이슬람 역사에 관한 거대한 지도를 이룬다. 이슬람의 출생지인 아라비아와 중동을 중심으로 하여 스페인에서부터 아시아 내륙과 인도네시아까지 지구상의 거의 모든 지역을 지도 안에 포함시킨다. 지은이는 이 책을 서술하는 방법으로 ‘역사적·진화론적 방법’과 ‘분석적·비교론적 방법’을 동시에 구사했다. 통시적 방법과 공시적 방법을 함께 쓴 셈이다. 이슬람 역사의 큰 흐름은 흐름대로 따라가면서 중요한 국면이나 현상들은 가까이 포착해 밀도 있게 서술함으로써 역사적 윤곽과 세부적 특징을 동시에 그려낸다. 특히 이 책은 기술적 요인이나 경제적 요인보다는 이슬람 사회의 공동체·종교·정치 제도에 중점을 두고 있다. 지은이는 “지난 1000년 동안 이슬람 사회의 역사적 발전은 문화와 정치에서 두드러졌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힌다.
이슬람 문명의 출현은 예언자 무함마드(570~632)의 계시와 활동에 결정적으로 빚지고 있다. 아라비아반도 메카에서 몰락 가문의 후손으로 태어난 무함마드는 마흔이 될 무렵 첫 번째 계시를 받았다. “무함마드는 하느님의 존재를 인식하고 경외감과 두려움, 앞날에 대한 예감을 갖게 됐다.” 계시의 핵심은 ‘최후의 심판’이었다. 이 심판의 계시는 기존 사회에 대한 비판과 도전의 성격을 지닌 것이었다. “메카인은 그릇된 자만심으로 인해 빈자를 외면하고 자선을 게을리하는 탐욕의 죄를 저질렀다”고 그는 설교했다. 그가 받은 계시는 모두 <코란>에 기록됐다.
무함마드의 출현은 나름의 역사적 배경을 지닌다. 아라비아 지역은 유목생활이 중심이었고, 씨족끼리 나뉘어 있었다. 고도의 도시문명을 이루지 못한 전통 사회였다. 다만 메카의 경우는 조금 달랐는데, 전통 아랍인뿐만 아니라 유대인·기독교인이 모여들어 다소 혼합적인 국제도시 성격을 띠고 있었다. 유대·기독교인들은 다신교 사회인 메카에 일신교 관념을 퍼뜨렸다. 혼합도시였던 만큼 경쟁·갈등·혼란도 적지 않았다. 그런 사회적·문화적 복합 상태에서 무함마드가 등장했다. 그의 설교를 받아들인 사람들은 “메카의 도덕적·사회적 환경에 불만을 품고 있던 떠돌이, 빈자, 힘없는 씨족의 성원, 유력 부족의 젊은이들이었다.” 무함마드의 설교가 도전의 성격을 띠자, 기존 사회는 그의 무리를 박해했다. 무함마드는 메카에서 쫓겨나 메디나로 가는데, 거기에서 세력을 얻어 메카를 정복한다. 무함마드의 활동을 보면, 정복이 종교적 성격과 정치적 성격을 함께 띠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이런 특징은 후대로 이어진다. 종교적 포교와 정치적 정복이 동시에 이루어진 까닭에 이슬람교는 무함마드 사후 100년도 안 돼 중동 일대를 넘어 아시아와 아프리카에 이르는 거대한 제국을 이루게 된다.
무함마드의 성공은 씨족으로 분열된 사회를 고차원의 종교 관념으로 통합해 보편 문화를 이룰 기반을 세웠다는 의미를 지닌다. 또 개인 관념이 없는 사회에 ‘하느님의 심판 앞에 선 인간’이라는 개별성 관념을 새겨넣음으로써 개인의 독자성과 평등성이라는 새로운 사고를 보편화시켰다. 이런 보편성 때문에 이슬람은 다른 지역에서도 쉽게 받아들여질 수 있었다. 무함마드 사후 이슬람은 순니(수니)파와 시아파로 나뉘어 내분과 갈등을 겪게 된다. “시아파가 칼리프(이슬람 공동체의 수장)의 종교적 역할을 강조하고 정치적 타협을 반대한 반면, 순니파는 칼리프의 종교적 역할에 일정한 선을 긋되 칼리프의 정치개입에는 좀더 관대한 입장을 보였다.” 두 지파의 분화는 오늘날까지 이슬람 지역의 성격을 규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남아 있다.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아이라 라피두스 지음·신연성 옮김/이산·각 권 3만3000원 통시·공시 방법 함께 쓴 정밀한 연구서
이슬람 공동체·종교·정치 제도에 초점 이산 출판사의 ‘히스토리아 문디’ 시리즈의 하나로 나온 <이슬람의 세계사 1·2>는 국내에 나온 이슬람 소개서 가운데 가장 방대하고 정밀한 연구서로 꼽힐 책이다. 번역본은 1권과 2권 합쳐 1570쪽에 이르며, 200자 원고지로 8000장 가까운 분량이다. 원서를 낸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출판부는 ‘출판사 서문’을 따로 써 이 책을 “케임브리지 역사 시리즈의 명성에 걸맞은 기념비적 저작”이자 “이슬람 역사서의 결정판”이라고 자평했다. 원서의 초판은 1988년에 나왔으며, 2002년에 내용을 증보한 2판을 펴냈다. 이 재판본은 이슬람교의 창시자 무함마드(마호메트) 시대부터 2000년까지 1400년의 역사를 포괄하고 있다. 지은이 아이라 라피두스(버클리대 명예교수)는 현존하는 가장 뛰어난 이슬람 역사학자로 평가받는 이 분야의 석학이다. 이 책은 크게 3부로 나뉘어 있다. 1부는 이슬람 세계의 기원을 다룬다. 서기 600년께부터 1200년께까지의 중동 역사가 포괄된다. 10세기부터 19세기까지 역사를 그리는 2부는 중동에서 생겨난 이슬람 문명의 전형이 세계 각지로 확산되는 과정을 다룬다. 3부는 19세기 이후 현대까지를 집중적으로 살핀다. 유럽 제국주의의 영향으로 이슬람 문명이 겪은 근대적 변용을 추적하고, 이슬람 국가의 엘리트들 사이에서 벌어진 이념투쟁과 정치투쟁을 검토한다. 이 세 부가 펼쳐져 이슬람 역사에 관한 거대한 지도를 이룬다. 이슬람의 출생지인 아라비아와 중동을 중심으로 하여 스페인에서부터 아시아 내륙과 인도네시아까지 지구상의 거의 모든 지역을 지도 안에 포함시킨다. 지은이는 이 책을 서술하는 방법으로 ‘역사적·진화론적 방법’과 ‘분석적·비교론적 방법’을 동시에 구사했다. 통시적 방법과 공시적 방법을 함께 쓴 셈이다. 이슬람 역사의 큰 흐름은 흐름대로 따라가면서 중요한 국면이나 현상들은 가까이 포착해 밀도 있게 서술함으로써 역사적 윤곽과 세부적 특징을 동시에 그려낸다. 특히 이 책은 기술적 요인이나 경제적 요인보다는 이슬람 사회의 공동체·종교·정치 제도에 중점을 두고 있다. 지은이는 “지난 1000년 동안 이슬람 사회의 역사적 발전은 문화와 정치에서 두드러졌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힌다.
〈이슬람의 세계사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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