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11월 29일 잠깐 독서

등록 2008-11-28 22:29

〈오일러상수 감마〉
〈오일러상수 감마〉
■ 천재 수학자 오일러의 ‘미지의 상수’


〈그림 애호가로 가는 길〉
〈그림 애호가로 가는 길〉
〈오일러상수 감마〉

수학은 고되다. “2보다 큰 모든 짝수는 두 소수의 합으로 표현된다”는 골드바흐 추측이 대표적이다. 이 문제는 250여년이 지난 지금도 증명되지 못했다. 변수와 달리 일정한 값을 지닌 것으로 알려진 상수도 예외가 아니다. 원주율 파이(π)는 유한개의 숫자로 나타낼 수 없고 규칙적 반복성도 없다. 일정한 값을 지녔으되 그 ‘정체’를 모른다는 것이 특별한 상수들의 치명적 매력이다. 형용모순처럼 들리는 ‘미지의 상수’들과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는 사람이 바로 스위스의 천재 수학자 레온하르트 오일러(1707~1783)다. 영국의 수학교사 줄리언 해빌이 지은 <오일러상수 감마>는 오일러상수인 자연로그의 밑(e)과 감마(γ) 모두를 다룬 책이다.

감마(0.57721…)는 로그와 조화급수의 관계로 표현된 한 수식의 극한값이며, 2006년 12월 현재 1억1658만41자리까지 계산됐음에도 무리수인지조차 분명치 않은 요령부득의 상수다. 실명 상태에서 자신의 업적 절반을 이뤄낸 ‘수학계의 베토벤’ 오일러와 당대 수학자들이 어떻게 아이디어를 얻고 증명하기 위해 고뇌했는지가 ‘실제 수학’과 치밀하게 엮여 있다. 다만, 수학 기호와 수식이 책에 넘치므로 연필과 연습장을 곁에 꼭 둬야겠다. 고되지만 수학은 참되다. 고중숙 옮김/승산·2만원.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 관심 깊어지니 어느덧 애호가 됐네

〈그림 애호가로 가는 길〉

미국 애리조나주의 작은 국경도시에서 잡화가게를 운영하는 한국인 남성 이민자. 학창 시절 미술 점수는 60점. 한때 인사동 화랑에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아 망설이던 ‘보통 사람’. 그런 지은이가 ‘애호가’의 이름으로 미술에 관한 책을 냈다. 종종 신문·잡지·인터넷에서 보던 대로, 초보의 눈높이에서 들려주는 작품 설명과 수집 기행이 친절하다.


지은이의 그림 역정은 ‘관심’이란 열쇳말로 풀린다. 애초 그림 모으기를 시작한 계기는 고향산천에 대한 그리움이었다. 관심 있는 주제가 생긴 뒤, 처음 그림을 살 때 화랑의 큐레이터에게 전자우편으로 조언을 구했다. 줄곧 비교적 싼 그림을 찾다가, 단골 화랑이 생겨 할부로도 살 수 있게 됐다. 구입했던 작품 98점과 64명 화가에 대해 한 보따리씩 이야기를 풀어놓을 수 있을 만큼 연구에도 힘썼다. 화가에게 직접 전자우편을 보내기도 했다. 관심만 있다면, 많이 비싸지 않으면서도 훌륭한 작품들이 많은 세상이다. 가격이 오른 소장 작품들을 팔아 아이들의 대학 공부를 시키고 큰딸을 시집보냈다는 얘기에, 이른바 ‘미술 재테크’인가 싶어 귀가 솔깃하는 독자들도 있을 테다. 그러나 미술 작품은 무엇도 약속한 적이 없다. 그저 애호가에게 선물을 안겨줬을 따름이다. 원래부터 ‘애호’는 ‘사랑하고 좋아한다’는 뜻 아니던가. 이충렬 지음/김영사·1만4000원.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 사진·그림으로 말하는 서양철학사


〈철학, 도시를 디자인하다 1·2〉
〈철학, 도시를 디자인하다 1·2〉
〈철학, 도시를 디자인하다 1·2〉

서양철학사가 이렇게 단숨에 읽혀도 되는 걸까? <철학, 도시를 디자인하다>는 지은이가 머리말에서 밝힌 “이 책은 그림책이다”라는 선언이 무색하지 않게 “철학의 역사를 그림책 넘기듯 또는 영화 구경하듯 재미있고 생생하게 전하고자 했다”는 집필 의도가 거의 100% 성공한 듯 보인다. 빈(비엔나)·런던·피렌체 등 유럽의 유명 도시를 여행하는 기행서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철학사에서 의미심장한 장면을 탐색하는 철학책이면서 동시에 그 장면이 세계사에서 어떤 역사적 울림을 갖는 사건이었는지를 보여주는 역사책이다. 예컨대 파리에서 시작된 68혁명이 서양철학사와 세계사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그리하여 지금 ‘파리’라는 도시에 어떤 숨결을 불어넣었는지를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보여준다. 각각의 도시와 관련된 사진과 그림, 건축과 조각 화보가 넘쳐나 어떤 이에겐 도시학 사료로, 어떤 이에겐 미술도감으로 손색이 없을 것 같다. 영화와 미술, 역사와 수학, 과학까지 넘나드는 저자의 방대한 인문학적 지식도 놀랍지만, 무엇보다 이 책의 백미는 묘사가 뛰어나고 상상력이 숨쉬면서도 간결한 문장력에 있다. 흔히 그리스 철학부터 시작되기 마련인, 그래서 죽은 언어같이 느껴지는 서양철학사를 시공간을 전부 전복하면서 팔딱팔딱 살아 있는 언어로 복원했다. 정재영 지음/풀빛·각 권 1만3000원. 강김아리 기자 ari@hani.co.kr

■ ‘정부가 꼭 읽어야 할’ 금융위기 처방


〈공황 전야〉
〈공황 전야〉
〈공황 전야〉

대국을 마친 국수들이 앞선 판국을 하나하나 복기하는 것은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다. <공황 전야>는 1997년 경제위기를 부른 정부의 정책 실패와, 구제금융 사태를 거쳐 현재에 이르는 한국 경제의 행보를 꼼꼼히 복기한 뒤 다가온 위기국면을 헤쳐나갈 방책을 제시한 책이다. 책을 쓴 서지우씨는 ‘인터넷 경제대통령’ 미네르바와 함께 다음 아고라 경제토론방을 이끌던 초일급 경제논객. ‘에스디이’(SDE)란 아이디로 잘 알려진 그는 특이하게도 비선형 확률제어를 전공한 공학박사 출신이다. 제목이 암시하듯 지은이가 진단하는 한국 경제는 1997년 위기를 능가하는 ‘제2의 대공황’이 임박한 상황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서 초래된 미국발 금융위기 때문만이 아니다. 건설 분야의 과다한 프로젝트 파이낸싱(PF)과 한계상황에 이른 은행 건전성, 공급줄이 막힌 달러 등 파국을 부르는 요소는 한국 경제 내부에 산적해 있다. 문제는 정부가 내놓는 위기대책이란 것이, 지은이가 보기엔 1991~94년 거품경제 붕괴 당시 일본 자민당 정부의 정책과 무섭도록 닮았다는 것. ‘묻지 마’식 저금리 처방과 무리한 감세, 건설업에 의한 경기부흥 등이 대표적 사례로 거론된다. 지은이가 제안하는 위기 탈출의 방법은 11가지. 결말부인 5부에 실려 있다. 일반 독자보다는 과천의 공무원들이 읽어야 좋을 책이다. 서지우 지음/지안·1만4000원.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신라 태자 살던 ‘동궁’, 월지 동편서 유력 건물 터 발견 1.

신라 태자 살던 ‘동궁’, 월지 동편서 유력 건물 터 발견

괴물이 되어서야 묻는다, 지금 내 모습을 사랑해 줄 수는 없냐고 2.

괴물이 되어서야 묻는다, 지금 내 모습을 사랑해 줄 수는 없냐고

이승환, ‘대관 취소’ 구미시장 상대 헌법소원…“끝까지 갈 것” 3.

이승환, ‘대관 취소’ 구미시장 상대 헌법소원…“끝까지 갈 것”

로미오와 줄리엣 속 ‘티볼트 & 머큐쇼’ 동성 로맨스 4.

로미오와 줄리엣 속 ‘티볼트 & 머큐쇼’ 동성 로맨스

구준엽 아내 서희원 숨져…향년 48 5.

구준엽 아내 서희원 숨져…향년 48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