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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창비·문지 양대산맥 정상에 비판 찬바람

등록 2008-10-31 20:52수정 2008-10-31 20:56

〈김현 신화 다시 읽기〉〈가라타니 고진과 한국문학〉
〈김현 신화 다시 읽기〉〈가라타니 고진과 한국문학〉
〈김현 신화 다시 읽기〉
이정석 외 지음/이룸·1만5700원

〈가라타니 고진과 한국문학〉
조영일 지음/도서출판b·1만5000원

‘창비 사단’ ‘문지 에콜’이란 배타적 영지(領地)를 구축하며 30년 넘게 한국 문학지형을 양분해온 창비와 문지(문학과지성사)가 수난을 겪고 있다. 문단과 시장에서의 장악력은 위축되는 가운데, 이념적 무기력과 폐쇄적 나르시시즘에 대한 소장 평론가들의 비판이 날로 강도를 더해가는 탓이다. 이들에 대한 안팎의 비판이 새삼스런 일은 아니지만, 과거와 다른 점은 공세의 칼날이 김현과 백낙청이라는 두 진영의 ‘민감한 상징’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이다.

비평전문지 <작가와비평> 편집위원회가 펴낸 <김현 신화 다시 읽기>는 ‘문학주의 진영의 영웅’ 고(故) 김현(1942~1990)의 비평 세계를 분석하고 그에 대한 재평가를 시도한 책이다. 김현은 1970년 김병익·김치수 등과 함께 계간 <문학과지성>을 창간한 뒤 자율성론에 기반한 문학적 실천을 강조하며, 이른바 ‘자유주의 문학론’의 이론적 기초를 다진 인물이다. 특히 치밀한 텍스트 분석과 섬세한 문체로 평론을 작품의 기생물이 아닌, 독자적 문학 장르로 정착시켰다는 점은 문단의 좌·우가 공인하는 김현의 공로다.

“김현을 제3자의 시각에서 객관적으로 읽어보자”는 의도에서 출발했다지만, 이 책의 궁극적 목적은 ‘김현 신화’의 해체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무언가를 ‘다시 읽는’ 행위는 대체로 기존의 지배적 해석체계로부터 벗어나려는 이탈의 욕망에서 싹트기 때문이다. 방법론과 문체, 한국문학사 서술, 외국문학과의 관계 등을 조명한 10편의 ‘김현론’ 가운데 가장 신랄한 것은 문학평론가 최강민(중앙대 강사)씨의 ‘김현의 신화와 우상의 탄생’이다. 최씨는 여기서 ‘천재이자 대가 평론가’라는 김현의 이미지는 과장과 조작으로 부풀려진 “유령 같은 허상”에 불과하다고 꼬집는다.


창비·문지 양대산맥 정상에 비판 찬바람
창비·문지 양대산맥 정상에 비판 찬바람
그는 김현 신화를 △4·19세대 적자론 △독창적 문체 △문학주의 △공감의 비평가 등 6개의 신화소(神話素)로 해부한 뒤 “김현의 신화에 상당부분 거품이 끼어 있는 것”을 발견한다. 이 거품은 그가 볼 때 “문지 에콜(유파)의 후원, 지배세력의 정치적 전략, 보수신문들의 후원, 순수 계열 문인들의 호응이 지속적으로 상승작용하면서” 형성된 것이다. 이 가운데 최씨가 비판의 우선 타깃으로 삼는 것은 <문학과사회> 편집위원회가 중심이 된 문지 에콜의 신비화 전략이다. 요컨대 문지의 신화 만들기는 1990년대 후반 <문학동네>의 약진으로 문학주의 진영의 좌장 자리를 내주게 된 <문학과사회>가 “김현의 신비화를 통해 무너져 내리는 문지 에콜의 문단적 위치를 복원하려는 욕망”의 한가운데서 탄생했다는 것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하상일 동의대 교수는 김현의 자유주의 문학론을 “1960년대 이미 상당한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던 <창작과비평>을 의식하면서, 그들과 자신을 문학적 역량과 비중에서 동일한 지위로 격상시키려는 음험한 전략을 내재”하고 있었다고 비판한다.

문학평론가 조영일씨가 쓴 <가라타니 고진과 한국문학>은 일본의 철학자이자 문학비평가인 가라타니와의 관계 속에서 한국문학의 최근 경향을 비판적으로 조명한 책이다. 조씨는 이 책에서 ‘가라타니 고진과 백낙청’이라는 별도의 장을 할애해 백낙청과 창비 사단의 훼절을 문제삼는다. 훼절의 양상은 ‘창비의 <문학동네>화(化)’와 ‘문학시스템으로의 안주’로 나타나는데, 그 징후가 박민규·김연수·김애란 등의 소설을 ‘한국문학의 보람’으로 칭송하는 백낙청의 관대함이다.

조씨가 백낙청과 창비 사단에 요구하는 것은 두 가지다. “문학을 매개로, 문학을 넘어서 한층 큰 사회적·철학적 사유를 감당”하고(당파성의 회복), “확고히 자리 잡은 문학시스템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공격”하라는 것(비평정신의 회복). 물론 이런 주문을 감당하기엔 창비가 너무 노쇠했다는 점을 그 역시 알고 있다. 그래서 ‘창비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의 일원으로 또 하나의 선택지를 던져준다.

“이것도 저것도 불가능하다면 깨끗이 산화하여 새로운 전위들의 밑거름이 될지언정 결코 자신을 하이에나의 먹이로 남겨두지 말라.”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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