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도시인문학’ 대회…‘글로벌 폴리스론’ 등 제기
영화나 문학 작품에 등장하는 미래 도시는 대체로 도시정부가 통제력을 상실한 범죄와 악의 소굴(<배트맨>)이나, 기술문명의 전일적 지배로 인간성 파괴가 극단화한 저주의 공간(<블레이드 러너>)으로 묘사된다. 비판적 도시사회학이나 도시지리학이 그려내는 미래의 도시상 역시 이런 디스토피아적 전망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극단적 시장논리에 포획된 21세기 도시는 수입과 거주공간, 문화 등이 철저하게 양극화된 분열의 공간으로 표상되기 때문이다.
22일 서울시립대 도시인문학연구소가 개최한 제1회 도시인문학 국제학술대회는 도시 연구에 인문학적 상상력을 도입해 ‘절망의 굴락’인 현대 도시를 ‘희망의 유토피아’로 전환시키려는 간(間)학문적 탐색의 자리였다. ‘성적 타자가 인정받는 도시공간’ ‘근현대 상하이 도시 공간의 형성과 굴절’ 등 6편의 논문이 발표된 이날 행사에서 이성백 서울시립대 교수는 기조강연을 통해 사스키야 사센의 ‘글로벌시티론’을 넘어설 ‘글로벌폴리스론’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야기하는 새로운 야만 상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개인들의 분열 공간인 ‘시티’가 아닌, 교류와 연대의 공간인 ‘폴리스’의 개념으로 현대 도시를 상상하고 분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정치경제학적 분석틀에 리오타르·푸코·아도르노 등이 시도한 현대성에 대한 역사철학적 탐구를 접목시킬 것을 제안한다.
박배균 서울대 교수는 ‘도시마케팅과 장소의 영역화’라는 발표문에서 장소마케팅을 대안적 지역발전 전략으로 수용하는 비판적 지식인들의 인식 태도를 문제 삼았다. 그는 “장소마케팅에서 강조되는 장소 정체성 형성 전략은 공동체에 대한 향수를 가진 현대인의 욕망을 낚시질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이는 도시를 개방되고 자유로운 공동체 공간으로 만들기보다 장소에 대한 ‘사적·집단적 영역화’를 초래해 도시를 배제와 갈등의 공간으로 전락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연구소는 2017년까지 매년 국내·외 학자들이 참가하는 학술대회를 열어 논의된 내용을 도시인문학 총서로 발간할 계획이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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