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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여전히 꿈틀대는 ‘성석제표 해학’의 광채

등록 2008-10-03 22:06

〈지금 행복해〉
〈지금 행복해〉
〈지금 행복해〉
성석제 지음/창비·9800원

<지금 행복해>는 소설가 성석제씨가 <참말로 좋은 날> 이후 2년 만에 내놓은 단편집이다. 구어체 문장의 흡인력과 연민 가득한 ‘성석제표’ 해학의 광채가 여전히 살아 빛난다.

“가기 시작하면서 쓰기 시작하고 가서 쓰고 와서 쓰는 게 소설 같다”는 ‘작가의 말’을 증빙이라도 하듯, 적지 않은 작품이 여행을 모티브로 삼고 있다. 대학 신입생 세 사람의 여름방학 무전여행기를 다룬 <여행>이 그렇고, 두 청년의 산행기 형식을 띤 <설악 풍정>, 이십대 백수들의 바캉스 해프닝이 그려진 <피서지에서 생긴 일>이 또 그렇다.

그런데 떠남의 설렘과 기대가 배반당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은 법이다. 무일푼 삼인조를 태워 줄 사람 좋은 운전사는 나타나지 않고(<여행>), 초입에 만난 ‘선녀’ 곁엔 ‘나무꾼’ 같은 친구가 달라붙어 접근을 봉쇄하는가 하면(<설악 풍정>), 호시탐탐 노려 온 입맞춤의 기회는 느닷없는 대학생 캠핑단의 출현으로 기약없이 지연된다(<피서지에서 생긴 일>). 일상의 비루함이 지지하고 데데한 여행을 통해 고스란히 반복되는 셈이다. ‘일상의 영겁회귀’라고 해야 할까.

표제작 <지금 행복해>는 수능시험을 앞둔 아들이 ‘중독’으로 점철된 아버지의 일생을 서술하는 일종의 ‘가족서사’다. 싸움에서 섹스로, 마약을 거쳐 다시 알코올에 이르는 편력 끝에 아버지가 찾은 새 중독 대상은 눈물이다. 평론가 이경재씨의 풀이는 이렇다. “중독의 끝이 현실성을 획득하고 타인을 발견한다.”


빈농 출신 화가와 유지의 딸로 판사 부인이 된 두 초등학교 동창생의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교차시켜 풀어낸 <내가 그린 히말라야시다 그림>, 보험사기단과 성추행범, 날치기 등 방외자의 사연을 콜라주해 이어붙인 <톡>의 형식 실험도 인상적이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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