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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9월 20일 잠깐 독서

등록 2008-09-19 16:16수정 2008-09-19 17:42

〈물리학으로 보는 사회〉
〈물리학으로 보는 사회〉
■ 세상만사 속 ‘물리학적 문제’

〈물리학으로 보는 사회〉

경제학자 브라이언 아서는 미국 뉴멕시코에서 복잡계 연구를 하고 있었다. 그는 목요일마다 근처 술집을 찾기를 즐겼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으니, 연구소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려 불편하기 일쑤였던 것이다. 음악은 훌륭했으나 복잡한 것을 견뎌내야 할 만큼은 아니었다. 붐비지 않는 ‘좋은 밤’이 될 수도 있다는 기대로 그곳에 갈 것인가, 아니면 집에 머물 것인가. 여기서 술집의 이름을 딴 엘파롤(El Farol·등불) 문제가 착안됐다. 1994년 아서는 엘파롤에 가는 사람들의 수가 어떻게 변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제기한 뒤, 정답 또는 연역적으로 합리적인 답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죄수의 딜레마’처럼 타인의 선택을 누구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어떻게 선택하는지에 대해서 확실한 것은 없다”는 점에서, 미시적 상호작용과 거시적 징표를 연결하는 통계물리학과 교집합을 이룬다. 어떤 경로로 인간사가 물리학과 만나게 되는 것일까? 과학(물리학)을 이용해 정치·경제에서 갈등·협동의 일상 문제까지 우리가 겪는 어려움을 회피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 수렴되는 19가지 주제가 현란한 지식과 통찰로 서술돼 지식욕을 부풀린다. 2005년 아벤티스 과학저술상 수상작. 필립 볼 지음·이덕환 옮김/까치·2만3000원.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 배신이 때론 충성보다 아름답다



〈배신-21세기를 사는 지혜〉
〈배신-21세기를 사는 지혜〉
〈배신-21세기를 사는 지혜〉

2007년 겨울, 한국사회에서 ‘배신’하면 떠오르는 사람은 삼성의 비리를 폭로했던 김용철 변호사였다. 대부분의 삼성공화국 국민들은 이 외로운 내부고발자에게 ‘배신자’라는 낙인을 찍었다. 정혜신 정신과 전문의는 한국사회가 배신감의 ‘과잉상태’라고 진단한다. 일상에 수없이 끼어드는 “배신이야, 배신!”이란 대사를 생각해보라. 그만큼 인간관계를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남의 행동은 현상부터 보고, 내 행동은 동기부터 보는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다. 하지만 ‘배신’이 불가피한 경우도 있는데, 진중권 교수는 “대중은 배신해야 하는 대상”이라고 잘라 말한다. ‘배신’을 과학적으로 해부해 본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도 비슷한 의견이다. “내 집단의 이익을 옹호하지 않음으로써 더 큰 집단에 대한 신뢰를 지키려는 노력은 인간 외에 그 어떤 동물 집단에서도 나타나지 않습니다. (…)이러한 행동은 배신이 아니라 어찌 보면 지식인의 책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정태인 교수가 말하는 ‘이명박 경제의 배신’, 조국 교수의 ‘교수와 법률가의 배신’까지 합쳐져, <배신-21세기를 사는 지혜>는 ‘배신으로 재구성한 한국사회’라는 단단하고 균형잡힌 조형물을 보는 듯하다. 2008년 봄, ‘배신’이라는 주제 아래 진행된 <한겨레21> 인터뷰 특강 내용을 묶었다. 김용철 외 지음/한겨레출판·1만2000원. 김일주 기자 pearl@hani.co.kr

■ ‘스승의 스승’ 윤영규의 투쟁사


〈윤영규〉
〈윤영규〉
〈윤영규〉

윤영규? 이 이름 앞에 늘 ‘교사를 가르친 교사, 우리시대의 참스승’이란 수식어가 붙지만, 아무래도 조금 낯설다. 우리에게 친숙한 저자 공선옥(소설가)도 “내 생에 처음으로 내게 밥을 사준 사람”인 그를 1991년까지 모르고 있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민주화 투쟁의 도정에서 죽음을 넘어 시대의 불꽃으로 부활한 이들의 값진 삶의 발자취가 제대로 평가받고 온전히 기억”(함세웅 신부)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기획한 ‘시대의 불꽃 시리즈’의 18번째 인물로 윤영규를 담았다. 해직과 복역, 그리고 다시 복직을 되풀이해온 그는 “‘한국교육운동’의 험난한 가시밭길의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삶을 살았다”(공선옥)고 평가받는다.

책은 1935년 광주광역시 남구 금동 광주천변 오두막에서 태어나 2005년 영원한 안식처로 가기까지 윤영규의 가난과의 투쟁, 불의와의 투쟁, 교육민주화를 위한 투쟁으로 점철된 삶을 소개한다. 윤영규란 인물의 삶에 쉽게 빨려드는 것은 3인칭 관찰자 시점에서 글을 써내려간 글쓴이의 탁월한 솜씨 덕택이다. 67년 광주상업고 교사로 출발한 뒤 87년 민주교육추진전국교수협의회 초대 회장…. 그의 길고도 화려한 연표 속에 깃든 한 인간의 질긴 삶과 고통, 투쟁과 기쁨이 책 속에 오롯이 담겼다. “더 많은 날을 거리의 교사로 산”(도종환) 그를 책을 통해 꼭 기억해둘 만하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6500원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 죽으면 그만? 오해하지 마시라


〈자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죽음〉
〈자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죽음〉
〈자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죽음〉

유명 연예인이나 저명인사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을 때마다, 한국의 자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30개국 가운데 1위라는 사실에 사람들은 새삼 놀라워한다. 그때마다 언론은 자살 문제의 심각성을 거론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하지만 그도 잠시일 뿐, 매일 30여명의 사람이 조용한 죽음의 대열에 합류한다.

10여년 전부터 ‘생사학’ 연구에 뛰어들어, 꾸준히 자살예방을 위한 연구와 활동을 벌여온 오진탁 교수가 자살을 둘러싼 오해를 반박하고 그 예방책을 제시한다. 그는 죽음에 대한 오해가 자살을 부르는 직접 원인이라고 꼽는다. ‘죽음과 삶은 완전히 단절됐다. 따라서 죽음이 자유를 가져다준다’는 생각이, 많은 사람들이 죽음에 대해 갖고 있는 대표적 오해라는 것이다. 삶과 죽음을 ‘영혼의 성숙’이라는 시각에서 바라보는 생사학에서는 삶과 죽음, 죽음 이후의 세 단계가 하나로 이어진 것이라고 본다. 죽음은 끝이 아니기 때문에 현재 삶에서 이룬 성취는 죽음의 순간과 이후에도 남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고통의 의미도 달라진다. 고통은 죽어서까지 이어질 영혼의 성숙을 위해 세상 또는 신이 주는 축복일 수 있다는 것이다. 책 말미에는 자살예방 교육의 생생한 사례들이 실려 있다. 그가 직접 대학교육과 사회강연을 통해 얻은 자료들이다. 오진탁 지음/세종서적·1만2000원.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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