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경제학의 맞수 존 메이너드 케인스(왼쪽)와 프리드리히 폰 하이에크. 케인스는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를 주창했고, 반면 하이에크는 전면적 시장자유를 요구했다. 김영사 제공
자본주의 경제학 ‘최고의 맞수’
하이에크 ‘시장지상주의’ 강조
‘복지국가’ 제안한 케인스 맞서
하이에크 ‘시장지상주의’ 강조
‘복지국가’ 제안한 케인스 맞서
〈케인즈&하이에크-시장경제를 위한 진실게임〉
박종현 지음/김영사·9500원 존 메이너드 케인스(1883~1946)와 프리드리히 폰 하이에크(1899~1992)는 현대 경제학의 영토를 양분한 최강의 맞수다. 먼저 승리한 쪽은 케인스였다. 케인스 경제학은 자본주의 역사상 최악의 위기였던 1929년 대공황을 극복하는 이론적 처방이 됐고, 그가 제시한 대안은 ‘수정자본주의’ ‘혼합경제’ ‘복지국가’의 기반이 됐다. 2차대전 종결 이후 30년은 케인스의 시대였다. 케인스 경제학은 자본주의 경제학의 정설이자 정통이었다. 이어 하이에크의 반격이 시작됐다. 1970년대 중반 이후 케인스식 경제가 위기에 처하자 새로운 대안으로 나타난 것이 ‘신자유주의’였다. 신자유주의 이념의 바탕에 하이에크 경제학이 있었다. 대처·레이건 정부의 등장과 함께 하이에크는 케인스를 저만치 따돌리고 신자유주의의 대부로 우뚝 섰다. 신자유주의 위력이 지속되고 있는 지금 하이에크는 21세기 시대정신의 대변자 노릇을 하고 있다. 김영사의 ‘지식인마을’ 시리즈의 하나로 나온 <케인즈&하이에크-시장경제를 위한 진실게임>은 경제학의 이 두 거인을 맞세워 그들의 이론·사상의 대립 지점을 명료하게 보여주는 교양서다. 지식인마을 시리즈의 하나인 만큼, 이 책의 일차적 목표는 누가 옳으냐 그르냐를 따지기보다는 서로 다른 주장을 선명하게 대비해 해당 학문 분야의 이론적 지형을 드러내는 데 있다. 지은이 박종현 진주산업대 교수는 케인스 경제학 전공자이지만, 케인스와 대척점에 있는 하이에크를 가능한 한 공정하게 소개함으로써 균형을 맞춘다. 다만, 한국 경제를 포함한 오늘의 세계경제가 신자유주의의 압도적 영향 아래 있는 상황을 고려해, 신자유주의의 허점을 케인스주의의 논리로 드러내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케인스와 하이에크는 16년이나 나이 차이가 나고 생각도 아주 달랐지만, 현실에서는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했다. 서로 편지를 주고받기도 했다. 오스트리아 빈 출신인 하이에크는 1931년 런던 정경대학 경제학 교수로 옮겨온 뒤 영국 토박이였던 케임브리지대학의 케인스와 가까워졌다. 두 사람은 공산주의 이념에 반대하고 자본주의 체제를 옹호한다는 점에서는 동지였다. 둘 다 ‘자본주의 시장’이야말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경제적 터전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그 시장을 어떻게 이해하고 운영할 것이냐를 놓고는 생각이 전혀 달랐다. 이 문제에 관한 한 두 사람은 ‘이념의 전쟁’도 불사한 영원한 적수였다. 케인스의 주요 관심이 “자본가로부터 자본주의를 지키는 것”, 다시 말해 자본가의 전횡으로부터 시장의 질서를 지키는 것이었다면, 하이에크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중앙계획과 정부 개입으로부터 시장의 자유를 지키는 것이었다.
시장의 자유에 대한 하이에크의 옹호는 전투적이었다. 그는 ‘시장의 자생적 질서’를 위협하거나 부정하는 모든 이념을 인류를 ‘노예의 길’로 이끄는 악이라고 보았다. 사회주의·집산주의에 반대했을 뿐만 아니라 시장의 질서를 ‘왜곡’하는 복지국가도 위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장만이 개인의 자유를 보장한다. 그러므로 어떤 이념이든 이 시장을 위협한다면 그것은 결국 인간의 자유를 질식시키게 된다. 국가가 할 일은 사유재산과 경쟁원리를 보호하는 데 있고, 거기서 그쳐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그가 보기에 인간은 ‘제한적인 지식’에 의존하는 ‘불완전한 존재’다. 그렇게 오류에 빠지기 쉬운 개인들이 모여 합리적 결과를 도출하는 마당이 시장이다. 개인들이 각자의 불완전성에서 기인하는 오류를 정정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시장에서 경쟁을 벌이는 것이다. 따라서 시장과 경쟁은 사회 발전의 필수적·절대적 요소이며, 시장과 경쟁의 자유를 훼손하는 계획이나 정책은 사악한 것이 된다. 그는 간섭도 개입도 불공정도 없는 ‘순수한 시장’을 그렸다. 문제는 그가 내세운 ‘순수한 시장’이란 것이 거대 기업·사업자 단체·노조·정부와 같은, ‘현실의’ 시장사회에 존재하는 중요한 요소들을 자의적으로 배제했다는 데 있다. 하이에크는 이 조직들을 시장을 오염시키는 단순한 불순물로 취급했다. 그가 개인들의 자유를 보장하고 경제의 효율을 극대화한다고 믿었던 ‘이상적인 시장’은 현실에는 없는 존재였던 것이다. 지은이는 그런 점에서 하이에크 이론이 관념론의 색채를 띤다고 지적한다.
하이에크의 이런 시장지상주의·경쟁지상주의를 케인스는 분명하게 거부했다. 현실의 시장에서 경제주체들은 대등하지 않고, 그렇게 대등하지 않은 경제주체들 사이의 ‘자유 경쟁’은 약육강식의 정글과 다를 바 없다. 케인스는 이 점을 이렇게 간명하게 요약했다. “이리 떼의 자유가 양 떼에게는 죽음을 뜻하는 경우가 흔하다.” 하이에크가 시장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시장 바깥의 간섭을 배제하는 소극적 자유를 주장했다면, 케인스는 개인들이 실질적으로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국가가 능동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적극적 자유를 요구했던 것이다.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박종현 지음/김영사·9500원 존 메이너드 케인스(1883~1946)와 프리드리히 폰 하이에크(1899~1992)는 현대 경제학의 영토를 양분한 최강의 맞수다. 먼저 승리한 쪽은 케인스였다. 케인스 경제학은 자본주의 역사상 최악의 위기였던 1929년 대공황을 극복하는 이론적 처방이 됐고, 그가 제시한 대안은 ‘수정자본주의’ ‘혼합경제’ ‘복지국가’의 기반이 됐다. 2차대전 종결 이후 30년은 케인스의 시대였다. 케인스 경제학은 자본주의 경제학의 정설이자 정통이었다. 이어 하이에크의 반격이 시작됐다. 1970년대 중반 이후 케인스식 경제가 위기에 처하자 새로운 대안으로 나타난 것이 ‘신자유주의’였다. 신자유주의 이념의 바탕에 하이에크 경제학이 있었다. 대처·레이건 정부의 등장과 함께 하이에크는 케인스를 저만치 따돌리고 신자유주의의 대부로 우뚝 섰다. 신자유주의 위력이 지속되고 있는 지금 하이에크는 21세기 시대정신의 대변자 노릇을 하고 있다. 김영사의 ‘지식인마을’ 시리즈의 하나로 나온 <케인즈&하이에크-시장경제를 위한 진실게임>은 경제학의 이 두 거인을 맞세워 그들의 이론·사상의 대립 지점을 명료하게 보여주는 교양서다. 지식인마을 시리즈의 하나인 만큼, 이 책의 일차적 목표는 누가 옳으냐 그르냐를 따지기보다는 서로 다른 주장을 선명하게 대비해 해당 학문 분야의 이론적 지형을 드러내는 데 있다. 지은이 박종현 진주산업대 교수는 케인스 경제학 전공자이지만, 케인스와 대척점에 있는 하이에크를 가능한 한 공정하게 소개함으로써 균형을 맞춘다. 다만, 한국 경제를 포함한 오늘의 세계경제가 신자유주의의 압도적 영향 아래 있는 상황을 고려해, 신자유주의의 허점을 케인스주의의 논리로 드러내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케인즈&하이에크-시장경제를 위한 진실게임〉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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