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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사회책임경영’에서 ‘인권 경영’으로

등록 2008-09-10 18:56수정 2008-09-10 19:35

사회 공헌 활동을 가장 활발히 펼치는 곳은 대기업 집단이다. 2006년 7월19일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강원도 수해지역 주민들을 돕기 위해 삼성그룹 임직원들이 쌀·라면·생수 등 구호품을 헬리콥터에 싣는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사회 공헌 활동을 가장 활발히 펼치는 곳은 대기업 집단이다. 2006년 7월19일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강원도 수해지역 주민들을 돕기 위해 삼성그룹 임직원들이 쌀·라면·생수 등 구호품을 헬리콥터에 싣는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조효제 교수 “자발적 봉사 넘어 기업활동서도 인권 지켜야”
기업의 사회 공헌 활동은 이제 낯선 말이 아니다. 그것은 외딴섬에 인터넷망을 무료 설치하는 정보통신 기업의 광고로 대표된다. 기업의 갸륵한 봉사활동으로 여겨지는 이런 일을 ‘인권 경영’의 차원으로 옮겨 가자는 학술 논문이 나왔다.

조효제 성공회대 교수는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가 발행하는 계간 <아세아연구> 가을호에 특집 논문을 실어 “사회책임경영과 인권 운동이 ‘인권 경영’이라는 큰 줄기에서 합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척점에 있는 것으로 여겨졌던 시장과 인권의 가치를 공존하게 하려는 문제의식이다.

‘인권 경영의 모색’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조 교수는 우선 “소유권은 절대적 권리”라는 주장을 비판한다. 시장지상주의자들의 강변과는 달리 현대 민주주의 국가의 대다수는 공공복리를 위해 재산권에 통제를 가할 수 있다는 원칙을 헌법에 반영하고 있다. “소유권은 개인의 절대권이 아니라 보호되는 동시에 통제되는 조건부의 제한적 권리다. 인권은 절대권이지만 재산권은 조건부 권리다.”

인권 경영을 논하면서 소유권의 제한적 성격을 언급한 이유가 있다. 전통적으로 인권은 국가와 시민의 관계에서 발생했다. 그러나 이제는 기업·시장의 영역이 전지구적으로 확장됐다. 사람의 신체는 물론 정보와 지식까지 시장 논리에 지배된다. 보건·교육·통신·군사 등 전통적인 공공 영역까지도 기업·시장에 이전되고 있다. 따라서 기업의 영리 활동은 재산권 차원의 문제를 넘어섰다. 기업 활동은 모든 면에서 인권과 직결되며, 다양한 인권 침해의 직접적 원인이다.

조 교수가 보기에 ‘사회책임 경영’은 한계가 적지 않다. 사회책임경영은 기업의 자발성에만 의존한다. 따라서 ‘반드시 지켜져야 할’ 인권적 요소에 대한 기업의 책무를 강제할 수가 없다. 사회책임경영이 불법·탈법 경영에 대한 여론무마용으로 사용되는 경우도 많다. 전세계적으로 사회책임경영에 가장 적극적인 셸, 나이키, 월마트 등은 세계 곳곳에서 인권과 노동권 탄압으로 악명 높은 다국적 기업들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도 있다. 건강에 해로운 상품을 판매해 높은 수익을 올린 기업이 사회 공헌 활동에 나설 경우, 인권의 잣대로는 용납할 수 없지만 사회책임경영의 잣대로는 충분히 수용할 만하다. 인권의 모든 차원을 기업 활동에 반영하는 ‘인권 경영’으로 패러다임을 변화시켜야 하는 이유다. “사회책임경영은 기업이 주도권을 갖는다. 반면 인권 경영은 기업이 아니라 인간이 중심에 위치한다. 기업의 사업 논리와 상관없이 인권이 절대적으로 준수되어야 한다는 접근이다.”

조 교수는 인권 경영의 원칙을 법으로 제정하여 강제하는 방식이 지금 당장은 실효성이 없다고 본다. 오히려 기업과 외부 집단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문화접변’을 거쳐 인권 개념을 경영 행위에 적용시키는 경로를 제시한다. 이때 기업에 인권 개념을 전파하는 주체는 넓게 보아 시민사회, 좁게 보아 인권운동 진영이다. 조 교수는 “인권운동의 임무는 사회책임경영의 한계를 비판하는 것을 넘어 (인권 경영이라는) 진정한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자유주의 비판에만 골몰하지 말고 ‘인권 경영’이라는 개념을 빌려 시장과 기업에 적극 개입하자는 새로운 제안이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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