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루, 세상을 바꾸다<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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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루, 세상을 바꾸다<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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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루, 세상을 바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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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 시절, 다 배운다. 각종 미디어에는 정치부패 사건이 일상처럼 오르내리고, 그 앞에서 어른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런 어른들을 곁눈질하면서 아이들도 정치를 ‘혐오’의 눈으로 바라본다.
무능부패 정치의 악순환은 여기서 비롯된다. 선량하고 지혜로운 아이들은 더 이상 정치가를 꿈꾸지 않는다. 대신 집요한 권력욕에 빠진 극소수의 어린이가 대통령의 야망을 책상머리 앞에 붙여놓고, ‘올인’한다.
<펄루, 세상을 바꾸다>는 정치교육에 대한 새로운 길을 제시한다. 권력을 동경하는 게 아니라, 뭇사람을 두루 평안하고 자유롭게 하는 참된 삶의 한 유형으로서의 정치를 보여준다. 그래서 출판사 쪽은 “진정한 자유와 지도자의 의미를 일깨워주는 정치동화”라고 이 책을 설명한다.
토끼를 닮은 몬트머족이라는 가상의 종족이 이 정치동화의 주된 소재다. 지도자의 죽음과 함께 몬트머족은 대혼란에 빠진다. 지도자는 선량하고 덕망 높은 학자를 후계자로 지명하지만, 지도자의 외아들이 이를 방해한다. 그 아들은 다른 종족과의 전쟁을 음모하며 군대를 중심으로 권력을 장악하려는 군국주의자다. 그의 곁을 지키던 참모들까지 최고 지도자가 되기 위해 각자의 음모를 꾸민다.
흥미진진한 ‘파워게임’의 구조는 어른들이 탐닉하는 <제3공화국>류의 드라마를 닮았다. 그러나 이 책의 가치는 그런 파워게임 이면에 흐르는 (또는 흘러야 마땅한) ‘참된 대의와 명분’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는 데 있다.
여러 우여곡절 끝에 군국주의자들을 물리친 새 지도자는 마지막 순간, 자신의 권좌를 내놓는다. “모든 도전 중에서 가장 위대한 도전은 자기 자신이 되는 일”이라는 깨달음과 함께 그는 “더 이상 한 지도자가 우리를 대표하지 않고, 우리 모두가 우리의 일을 결정”하자고 제안한다. 1인 권력의 세습이 민주주의로 바뀌는 순간이다. 이런 이야기들 속에 자유와 평등, 민주주의와 정치의 함의들이 녹아 들어간다.
다만 그 민주주의를 얻는 과정이 ‘민중’이 아닌 ‘영웅의 결단’으로 치환되는 것은 못내 꺼림칙하다. 이런 영웅주의의 그늘은 한국 어린이들이 걸러 읽어야할 대목이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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