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마흔에 생의 걸음마를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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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흔에 생의 걸음마를 배웠다〉
신달자 지음/민음사·9500원 시인 신달자씨의 <나는 마흔에 생의 걸음마를 배웠다>는 각혈하듯 생을 토해낸 고백록이다. 책의 띠지에 이런 문안이 새겨져 있다. “시인 신달자의 화려한 삶 뒤에 감추어진 처절한 고통의 나날들. 뇌졸중으로 쓰러진 남편을 24년간 수발하며 깨달은 인생의 빛과 그림자. 그 절망의 늪에서 건져 올린 희망의 메시지.” 그리고 그 메시지를 한마디로 압축한 문장을 실었다. “영원히 싸우고 사랑해야 할 것은 오직 인생뿐.” 출판사에서 만들어 싣는 표지 문안은 대개 부풀린 말로 덧칠돼 있지만, 이 문안에는 조금의 과장도 없다. 이 책은 지난 3월 말 출간된 뒤 지금까지 6만 부 남짓 독자 손에 들어갔다. 대형 베스트셀러는 아니지만 독자의 사랑을 꾸준히 받고 있는 스테디셀러다. “절정은 그렇게 간단히 끝난다. 왜 생의 절정은 언제나 그렇게 짧은 것인가. 나의 남편도 그렇게 죽었다.” 이렇게 시작하는 이 고백록은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23일 만에 기적처럼 깨어난 남편이 죽음 저편으로 갈 때까지 24년을 적어나간다. 그 24년이 지은이에겐 고통과 절망과 환멸로 점철된 세월이었음을 이 책은 알려준다. “그가 살아나지 않으면 다 같이 죽기로 나는 마음을 다졌다. 그때 막내 아이가 세 살이었고 나는 서른다섯 살이었다. 거기다 일흔여덟 살의 시어머님을 모시고 있는 실정이었다.” 돈에 쪼들리고 쪼들리던 끝에 보따리 장사를 시작한 그는 ‘너 결국 그렇게 되었구나…’ 하는, 오만과 동정의 표정들을 견딜 수 없어 새로운 결심을 한다. “일주일 후 나는 동대문 시장을 갔다. 헌책방을 뒤지는 내 눈빛은 빛났고 내 손놀림에는 리듬이 있었다. 기초 영어 교본을 다섯 권 샀다. 새 책 한 권 값으로 헌책 열 권을 사서 나는 잰걸음으로 집에 돌아왔다. 그때부터 나는 영어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바로 이 즈음을 쓰면서 그는 말한다. “나는 마흔에 생의 걸음마를 배웠다.” ‘간절하면 이루어지리라’라는 성경 말씀을 붙들고 그는 뒤늦게 대학원 공부를 시작했다. “1992년 나는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바로 평택대학 교수가 되었다.” 그것이 절망 앞에 무릎 꿇지 않겠다는 악착같은 저항 정신의 승리였음을 이 책은 보여준다. 책을 편집한 민음사의 김소연씨는 “2000년 남편상을 당한 직후 쓴 글을 남에게 보이지 않고 간직하고 있다가 뒤늦게 출판사에 보내온 원고를 책으로 만들었다”며 “그동안 꾹꾹 눌러두었던 고통과 역경의 삶을 진솔하게 고백한 점이 독자의 마음을 흔든 것 같다”고 말했다.
글 말미에 지은이는 병으로 고생하면서 지독한 괴로움을 안겨주었던 남편이 ‘아픈 십자가’였다고 말한다. “그는 나의 십자가였어. 나는 자꾸 그 십자가를 어깨에서 내려놓으려고 안간힘을 썼지. 나는 지금이야말로 아픈 십자가가 바로 예수님이란 사실을 알 수 있을 것 같아. 믿음은 사형수까지도 낙원으로 들게 한다는 말씀을 나는 믿는다.” 지금 어렵고 외롭고 괴로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에서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고명섭 기자
신달자 지음/민음사·9500원 시인 신달자씨의 <나는 마흔에 생의 걸음마를 배웠다>는 각혈하듯 생을 토해낸 고백록이다. 책의 띠지에 이런 문안이 새겨져 있다. “시인 신달자의 화려한 삶 뒤에 감추어진 처절한 고통의 나날들. 뇌졸중으로 쓰러진 남편을 24년간 수발하며 깨달은 인생의 빛과 그림자. 그 절망의 늪에서 건져 올린 희망의 메시지.” 그리고 그 메시지를 한마디로 압축한 문장을 실었다. “영원히 싸우고 사랑해야 할 것은 오직 인생뿐.” 출판사에서 만들어 싣는 표지 문안은 대개 부풀린 말로 덧칠돼 있지만, 이 문안에는 조금의 과장도 없다. 이 책은 지난 3월 말 출간된 뒤 지금까지 6만 부 남짓 독자 손에 들어갔다. 대형 베스트셀러는 아니지만 독자의 사랑을 꾸준히 받고 있는 스테디셀러다. “절정은 그렇게 간단히 끝난다. 왜 생의 절정은 언제나 그렇게 짧은 것인가. 나의 남편도 그렇게 죽었다.” 이렇게 시작하는 이 고백록은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23일 만에 기적처럼 깨어난 남편이 죽음 저편으로 갈 때까지 24년을 적어나간다. 그 24년이 지은이에겐 고통과 절망과 환멸로 점철된 세월이었음을 이 책은 알려준다. “그가 살아나지 않으면 다 같이 죽기로 나는 마음을 다졌다. 그때 막내 아이가 세 살이었고 나는 서른다섯 살이었다. 거기다 일흔여덟 살의 시어머님을 모시고 있는 실정이었다.” 돈에 쪼들리고 쪼들리던 끝에 보따리 장사를 시작한 그는 ‘너 결국 그렇게 되었구나…’ 하는, 오만과 동정의 표정들을 견딜 수 없어 새로운 결심을 한다. “일주일 후 나는 동대문 시장을 갔다. 헌책방을 뒤지는 내 눈빛은 빛났고 내 손놀림에는 리듬이 있었다. 기초 영어 교본을 다섯 권 샀다. 새 책 한 권 값으로 헌책 열 권을 사서 나는 잰걸음으로 집에 돌아왔다. 그때부터 나는 영어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바로 이 즈음을 쓰면서 그는 말한다. “나는 마흔에 생의 걸음마를 배웠다.” ‘간절하면 이루어지리라’라는 성경 말씀을 붙들고 그는 뒤늦게 대학원 공부를 시작했다. “1992년 나는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바로 평택대학 교수가 되었다.” 그것이 절망 앞에 무릎 꿇지 않겠다는 악착같은 저항 정신의 승리였음을 이 책은 보여준다. 책을 편집한 민음사의 김소연씨는 “2000년 남편상을 당한 직후 쓴 글을 남에게 보이지 않고 간직하고 있다가 뒤늦게 출판사에 보내온 원고를 책으로 만들었다”며 “그동안 꾹꾹 눌러두었던 고통과 역경의 삶을 진솔하게 고백한 점이 독자의 마음을 흔든 것 같다”고 말했다.
글 말미에 지은이는 병으로 고생하면서 지독한 괴로움을 안겨주었던 남편이 ‘아픈 십자가’였다고 말한다. “그는 나의 십자가였어. 나는 자꾸 그 십자가를 어깨에서 내려놓으려고 안간힘을 썼지. 나는 지금이야말로 아픈 십자가가 바로 예수님이란 사실을 알 수 있을 것 같아. 믿음은 사형수까지도 낙원으로 들게 한다는 말씀을 나는 믿는다.” 지금 어렵고 외롭고 괴로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에서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고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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