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제작소 ‘…희망찾기’ 책 3권
“진리는 현장에 있다”고 말하는 연구자들이 있다. 희망제작소의 ‘우리 시대 희망찾기’ 프로젝트에 참여한 40여명의 소장 학자들이다.
이들은 지난 2006년 3월부터 한국 사회의 현실을 진단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개념과 담론을 끌어들이지 않았다. 대신 녹음기를 들고 시민들을 찾아갔다. ‘아래로부터의 심층연구’ 방식이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빌려 13개 분야에 걸쳐 한국 사회의 막힌 경락을 짚었다. 지난해 7월 그 첫 결실이 나왔다. 민주주의의 현주소를 가늠한 <우리는 더 많은 민주주의를 원한다>(창비)였다.
그리고 이번에 후속작이 나왔다. 공공재정·교육·시민운동 등을 다룬 <시민이 챙겨야 할 나라 가계부>, <교육개혁은 왜 매번 실패하는가>, <아래로부터의 시민사회>(이상 창비)다. 이로써 13권에 나눠 담을 예정인 ‘우리 시대 희망찾기’ 프로젝트의 전반부가 마무리됐다. 환경·주택·양극화·문화예술·평화·사법·복지 등을 다룰 나머지 9권은 내년 상반기까지 출간이 완료된다.
이 연구기획은 여러 면에서 독특한 시도다. 시민사회에 뿌리를 둔 민간 연구소가 주축이 되어 강단의 학자들을 끌어들였다. 주제별로 30명 안팎의 관련자와 시민들을 만나 심층 구술을 이끌어내고, 이를 토대로 보고서를 작성했다. 유시주 희망제작소 연구위원은 5일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사회의 이론적 탐구작업이 구체적 현실과 제대로 상호작용하지 못했다는 생각으로 이 작업을 시작했다”며 “해답을 섣불리 내놓기 전에 우리가 겪는 문제가 과연 무엇인지를 풍부하게 이해하는 데 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나온 세 권의 책도 이런 원칙에 충실했다. <교육개혁은 왜 매번 실패하는가>는 학부모, 학생, 교사 등 교육 당사자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인다. 역대 정부의 교육정책에도 원인이 있지만, 교육을 중심으로 욕망과 불안을 투사하는 심리·사회·문화적 요소에 교육개혁 실패의 근본적 이유가 있다고 짚었다. <시민이 챙겨야 할 나라 가계부>는 시민참여 원리에 입각한 ‘열린 재정’의 가능성을 탐색했고, <아래로부터의 시민사회>는 새로운 시민운동에 대한 시민활동가들의 다양한 고뇌를 담았다.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는 “<아래로부터의 시민사회>는 지난해 연구가 진행되어 최근의 촛불집회에 대한 고민을 담지 못했다”며 “몇 해 전부터 시작된 시민사회 변화의 저류가 드러났다는 점에서 촛불집회를 완전히 새로운 것으로 보지는 않지만, 촛불집회가 민주주의적 삶에 큰 영향을 주는 대사건인 것은 분명하므로, 희망제작소 차원에서 이에 대한 연구 성과도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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