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준(사진) 단국대 교수
‘건국 60주년론 비판’
한시준 단국대 교수
한시준 단국대 교수
“임시정부·독립운동을 인정 않는 것
‘이승만 살리기’…민족 욕보이는 일” 한시준(사진) 단국대 교수는 한국독립운동, 특히 임시정부 역사를 전공한 사학자다. 2006년부터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 소장도 맡고 있다. 그는 지난 15일 ‘대한민국 건국 89주년 학술회의’에 참가해 ‘건국 60주년론’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를 14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건국 6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정부 주도로 치러지고 있다. “건국일을 기념하자는 학자들의 논리를 보면 참으로 궁색하다. 제일 처음에는, 미국엔 건국 대통령이 있는데 우리는 그런 게 없으니 지금이라도 이승만을 새롭게 보자고 이야기했다. 그런 주장을 펼친 사람들은 대체로 이승만을 지지하는 분들이다. 여기에 미국에서 학위를 받았거나 연구년을 보낸 학자들이 있다. 미국 독립기념일 행사를 보고 우리도 건국기념일을 만들자는 것이다. 1948년 8월15일을 건국일로 삼으려면 역사적·법적 논리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근거를 소상히 밝히는 논의를 보지 못했다.” -역사학계에서는 대체적인 공감대가 있나? “1948년에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됐다는 점에서 ‘정부수립 60주년’이면 충분하다. 그런 공감대는 있다. 다만 ‘건국일이 언제냐’는 문제로 깊이 토론하거나 논의한 적이 없긴 하다. 그러나 이는 구한말과 해방 전후에 이르는 근현대사에 대한 학계 연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건국 기념은 학계의 공감 없이 마구 추진할 문제는 아니다. 지금 건국 60주년 행사가 여러가지 추진되고 있는데, 이 가운데 ‘왜 건국이냐’를 따져 묻거나 합당한 논리를 펼치는 자리는 하나도 없다. 절대다수의 역사학자들이 ‘건국 60주년’이라는 말에 거부감을 느낀다.” -1948년 8월15일에 법적 실체를 갖는 대한민국이 세워진 것은 사실이지 않나? “1919년에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만들어진다. 임정은 세계사회에서 실체를 인정받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을 뿐 아니라, 광복군을 중심으로 꾸준히 독립운동을 펼쳤다. 독립운동에 대한 역사적 사실과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니까 1948년 8월15일을 건국일이라고 평가하는 것이다.” -결국 이승만에 대한 역사적 재평가와 맥이 닿아 있다고 보나? “그것이 건국 60주년을 제기하는 사람들의 궁극적 목표다. 그런데 이승만을 민족의 최고 지도자로 떠받드는 것은 민족을 욕보이는 일이기도 하다. 우리 역사를 통틀어 이승만 같은 사람이 없다. 임정 출범 때, 그리고 1948년에 각각 대통령이 됐다. 30년 간격으로 대통령 된 이가 또 누가 있나. 동시에 그는 1925년 임시정부 시절 의정원(요즘의 국회)에서 탄핵을 당했고, 1960년에는 4·19 혁명으로 다시 물러났다. 두 번 다 제 역할을 못해서 쫓겨난 것이다. 국민들이 쫓아낸 사람을 민족 지도자로 삼는 것은 그를 쫓아낸 국민이 잘못했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4·19 혁명 세대는 뭐 하는지 모르겠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일은 자신들을 욕하는 일인데 말이지.” -이명박 정부가 이 사업을 추진하게 된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이명박 정부의 두뇌 구실을 하는 사람들이 이른바 뉴라이트 계열이다. 대통령이 그들의 이야기만 듣는 것으로 보인다.” 안수찬 기자·<한겨레> 자료사진
‘이승만 살리기’…민족 욕보이는 일” 한시준(사진) 단국대 교수는 한국독립운동, 특히 임시정부 역사를 전공한 사학자다. 2006년부터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 소장도 맡고 있다. 그는 지난 15일 ‘대한민국 건국 89주년 학술회의’에 참가해 ‘건국 60주년론’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를 14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건국 6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정부 주도로 치러지고 있다. “건국일을 기념하자는 학자들의 논리를 보면 참으로 궁색하다. 제일 처음에는, 미국엔 건국 대통령이 있는데 우리는 그런 게 없으니 지금이라도 이승만을 새롭게 보자고 이야기했다. 그런 주장을 펼친 사람들은 대체로 이승만을 지지하는 분들이다. 여기에 미국에서 학위를 받았거나 연구년을 보낸 학자들이 있다. 미국 독립기념일 행사를 보고 우리도 건국기념일을 만들자는 것이다. 1948년 8월15일을 건국일로 삼으려면 역사적·법적 논리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근거를 소상히 밝히는 논의를 보지 못했다.” -역사학계에서는 대체적인 공감대가 있나? “1948년에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됐다는 점에서 ‘정부수립 60주년’이면 충분하다. 그런 공감대는 있다. 다만 ‘건국일이 언제냐’는 문제로 깊이 토론하거나 논의한 적이 없긴 하다. 그러나 이는 구한말과 해방 전후에 이르는 근현대사에 대한 학계 연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건국 기념은 학계의 공감 없이 마구 추진할 문제는 아니다. 지금 건국 60주년 행사가 여러가지 추진되고 있는데, 이 가운데 ‘왜 건국이냐’를 따져 묻거나 합당한 논리를 펼치는 자리는 하나도 없다. 절대다수의 역사학자들이 ‘건국 60주년’이라는 말에 거부감을 느낀다.” -1948년 8월15일에 법적 실체를 갖는 대한민국이 세워진 것은 사실이지 않나? “1919년에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만들어진다. 임정은 세계사회에서 실체를 인정받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을 뿐 아니라, 광복군을 중심으로 꾸준히 독립운동을 펼쳤다. 독립운동에 대한 역사적 사실과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니까 1948년 8월15일을 건국일이라고 평가하는 것이다.” -결국 이승만에 대한 역사적 재평가와 맥이 닿아 있다고 보나? “그것이 건국 60주년을 제기하는 사람들의 궁극적 목표다. 그런데 이승만을 민족의 최고 지도자로 떠받드는 것은 민족을 욕보이는 일이기도 하다. 우리 역사를 통틀어 이승만 같은 사람이 없다. 임정 출범 때, 그리고 1948년에 각각 대통령이 됐다. 30년 간격으로 대통령 된 이가 또 누가 있나. 동시에 그는 1925년 임시정부 시절 의정원(요즘의 국회)에서 탄핵을 당했고, 1960년에는 4·19 혁명으로 다시 물러났다. 두 번 다 제 역할을 못해서 쫓겨난 것이다. 국민들이 쫓아낸 사람을 민족 지도자로 삼는 것은 그를 쫓아낸 국민이 잘못했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4·19 혁명 세대는 뭐 하는지 모르겠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일은 자신들을 욕하는 일인데 말이지.” -이명박 정부가 이 사업을 추진하게 된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이명박 정부의 두뇌 구실을 하는 사람들이 이른바 뉴라이트 계열이다. 대통령이 그들의 이야기만 듣는 것으로 보인다.” 안수찬 기자·<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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