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주요 정책의 추진 등을 둘러싸고 심각한 국민적 저항에 부닥치고 있다. 김종수 김정효 강창광 기자 jongsoo@hani.co.kr
비판적 지식인들 ‘MB 정부 종합평가’
정치·경제·교육 등 체계적 분석·비판
정치·경제·교육 등 체계적 분석·비판
계간 ‘비평’ 2008 한국 사회 조감도
계간 <비평> 여름호가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는 대형 기획 ‘2008년 한국사회의 조감도’를 내놓았다. 권력구조·실용주의·경제정책·교육정책·언론정책·대운하정책 분야별로 이명박 정부를 분석했다. 최장집 고려대 교수(정치학)를 비롯해 우석훈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 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 윤평중 한신대 교수(철학), 김하수 연세대 교수(국문학), 김창룡 인제대 교수(언론학), 김정욱 서울대 교수(환경대학원), 홍종호 한양대 교수(경제학) 등이 글을 썼다. 현재 국내 주요 계간지가 10여 종에 이르지만, 현 정권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과 비판을 본격 시도한 것은 <비평>이 사실상 처음이다. 비판적 지식인들이 내놓을 수 있는 이명박 정부 평가의 종합판이라 할 만하다. 그 주요 내용을 정리한다.
허약한 정치 위 권위주의 체제부활
국가·대통령제·정당
최장집 고려대 교수(정치학) 지난 대선을 보수 정당의 압도적 승리로 이해하는 해석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투표율 63%를 고려할 때, 이명박 후보의 득표율 48.7%는 전체 선거인의 30.5%의 지지를 얻은 것이며, 이는 민주화 이후 치러진 다섯 차례 대선 가운데 가장 낮은 득표에 해당한다. 이는 현 정부가 딛고 있는 정치기반이 얼마나 취약한지 드러낸다. 한국 정치가 민주화됐다는 것은 가장 거시적 수준에서만 그렇다. 현실의 작동 방식을 보면 현 정부는 여전히 많은 권위주의적 요소를 안고 있다. 쇠고기 협상 파동을 비롯한 여러 문제는 그 결과다. 하나의 권력이 수립되면, 최고결정권자는 무엇이 국가이익이며 공익인가를 정의하고, 극소수 테크노크라트들이 이를 정책화한다. 어느 날 대통령의 의지가 담긴 정부정책의 이름으로 사회에 공표되고, 모든 국가기구들은 국익의 실현을 위해 동원된다. 이에 대한 반대여론이 세력화되고 운동으로 표출될 때, 그것은 국익에 반하는 정치논리 또는 집단이기주의로 비판받는다. 이는 권위주의 체제의 전형적 정책결정 방식이다. 민주주의는 주요 집단들의 다양한 이익과 열정이 표출되고 정치적으로 조직된 체제다. 허약한 시민사회와 허약한 정당체제에서 대통령이 과격하게 정책을 추진할 때, 이에 동의하지 않고 비판하는 사회적 힘은 오직 운동의 형식을 통해서만 나타난다. 이를 구조적 포퓰리즘으로 이를 수 있다. 시민사회에 의해 (제도적으로) 견제되지 않는 대통령이 강력한 권한을 가지면서 발생하는 문제다. 민주화 이후 완전히 해체되지 않았던 권위주의적 국가기구와 운영원리들이 부활하는 모습은 크게 우려스럽다. 현 정부의 집권 초기 정책은 기업과 최상층 엘리트의 특권을 편향적으로 보호·대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도덕적 정당성의 약화를 불러와 현재의 난관을 진정한 정치적 위기로 만들 수도 있다. 현 정부가 추구하는 경쟁지상의 성과주의 사회는 한국 사회가 안정적으로 지탱할 수 있는 한계선을 건드리고 있다.
무능한 친미일방주의 되레 ‘반실용’
쇠고기 협상·국제관계
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 이명박 정부는 세계 민주주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이토록 빠른 시기에 이토록 광범한 국민저항을 통해 지지가 급락한 경우는 세계 선거민주주의 역사상 유례가 없다. 상황을 더 어둡게 하는 것은 국내 문제와 국제관계가 ‘쌍방향 악순환’의 길로 빠져들고 있다는 데 있다. 문제는 국제관계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중대한 오판과 무능에 있다. 개항 이후 한국의 국제관계는 곧 국내 문제였다. 어떤 국제관계를 맺을 것인지는 곧 어떤 한국 사회를 지향할 것인지와 직결된다. 탈냉전 시대에 냉전적 이념으로 국제관계를 접근한 결과 남북, 한-미, 한-일, 한-중 등 거의 모든 국제관계가 위협 받고 있다. 세계화 시대의 주요 국제관계 흐름으로 자리잡은 다자주의, 다자협력을 주도하지 못하고, 6자 회담을 비롯한 한국 문제는 물론 동아시아 문제에서도 거의 아무런 발언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탈냉전 세계화 이후 한국 문제는 한-소, 한-중 수교 등을 거쳐 탈이념·국익 우선·실용주의의 문제로 이미 변화했다. 이는 보수 정부(노태우 정부)에서 시작되어 진보 정부(노무현 정부)의 선택으로 이어졌다. 그런데도 이명박 정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은 채 여전히 한-미 동맹을 절대적 유일기축으로 인식했다. 이미 한-미 관계는 핵심 쟁점에서 근본 이견이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한-미 동맹 복원을 공언했으니, 이명박 정부는 미국에게 줄 수 있는 다른 카드를 찾아야 했고, 이는 무기구매 확대와 시장개방밖에 없었다. 그 핵심이 쇠고기 개방이다. 최근 사태는 미국과는 조금도 충돌하지 않겠다는 철저한 반실용주의와 이념주의의 산물이다. 이명박 정부는 쇠고기 협상을 군사·안보·평화 사안이 아니라 경제·시장 사안으로 다뤘다. 준비되지 않은 친미 일방주의 때문에 미국이냐 국민이냐라는 사상 초유이자 역사상 최악의 반미 구도가 만들어졌다. 이명박 정부는 스스로 내건 것과 달리 철저히 반실용적이고 무능하다.
‘토목거품’ 폭발 확실 장기공황 예고
국민경제
우석훈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 반대여론이 70%에 이르는 인기 없는 정책을 줄줄이 내놓은 이명박 정부를 ‘포퓰리즘 정부’라 말하기 어렵다. 생필품 가격통제와 추가예산 편성을 추진하는 이명박 정부는 ‘작은 정부’를 추구하는 ‘신자유주의 정부’의 특성과도 배치된다. ‘친기업 정부’를 표방했지만 지방 중소기업은 지금 줄도산을 기다리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맞게 될 앞으로의 상황은 일본식 장기공황인 ‘디버블링 프로세스’다. 지난 10년 동안 한국은 토목 지출 위주로 경제를 끌어왔는데, 이 대통령 재임 기간에 그 거품이 터질 확률은 100%다. 현재 이명박 정부 경제팀의 면면을 보면 적절한 거품빼기로 파국을 조절하면서 연착륙을 유도하는 세밀한 위기관리를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이들이 개인 부동산 관리에는 귀신이었을지 모르지만, 국민경제 위기관리는 훨씬 세밀하고 복잡하다. 이명박 정부가 이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는 흔적을 찾기 어렵다. 집권 초기 어려움은 경부대운하, 건강보험 민영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등의 세 가지 경제적 위기에서 비롯됐다. 이는 앞으로도 이명박 정부의 근간을 흔들게 될 것이다. 여기에 장차 닥쳐올 세 가지 위기가 더 있다. 우체국 민영화를 비롯해 아직 꺼내지도 않은 각종 민영화 정책의 효과, 수도권 규제완화를 통한 지방경제 붕괴, 그리고 사교육 파동 등이다. 이와 관련해 `땅투기 우파’와 `비주류 우파’의 분화에 주목해야 한다. 현재 한국의 우파 정치는 땅투기 우파들에 의해 ‘비토목형 우파’들이 비주류로 밀려난 형국이다. 적어도 땅투기는 하지 않았던 이재오가 토건자본의 대변자를 자처하는 땅투기 우파들에게 밀려났다. 수도권 거주자의 절반은 세입자다. 이들은 한우를 싸게 먹기를 원한다. 미국 쇠고기가 싸게 수입되고 한우는 오히려 비싸지는 상황을 원하지 않는다. 한국의 비토목형 우파들이 땅투기 우파와 갈라설 것인지는 현 정부의 경제정책 흐름을 결정할 가장 중요한 요소다.
한국적 신자유주의 성과·소통 실패
이념·국정철학
윤평중 한신대 교수(철학) 이명박 정부 국정철학의 지향은 ‘경제 살리기’에 압도적으로 기울어져 있다. 이념에서 실용으로의 전환을 말할 때 그 실용의 실제 내용은 발전국가적 경제성장을 지칭한다. 그런 점에서 ‘이념에서 실용으로’라는 구호는 정치공학적으로는 유효했지만, 정확한 표현은 아니다. 이명박 정부의 국정철학 전반에는 강렬한 이념지향성이 있다. 신발전체제 구축이라는 한국형 신자유주의 목표 자체가 하나의 강력한 이념이다. 여기서 실용주의는 이를 구현하기 위한 방법론이다. 그런데 신발전주의적 성장이라는 뚜렷한 목표(일방향성)와 목표 달성을 위해 어떤 수단도 자유롭게 사용한다는 인식(무방향성)이 뒤섞일 경우, 상황이 총체적으로 지리멸렬해질 수 있다. 최근의 ‘광우병 사태’에 직면해 우왕좌왕하는 이명박 정부의 모습은 ‘창조적 실용주의’의 취약성과 일면성을 극명하게 입증한다. 광우병 사태는 정부가 예단하듯이 특정 언론과 정치세력이 사주하고 미숙한 시민들이 맹종하는 선동과 조작의 산물이 아니다. 광우병 사태는 구체적 삶의 현장을 위협하는 데 대한 자연스런 대응이다. 지금까지 이명박 정부의 족적은 위에서 내리누르는 독단적 목표와 임기응변으로 전락한 수단이 혼란스럽게 뒤섞여 실질적 성과도 창출하지 못하고 소통에도 실패하는 양면적 위기로 집약된다. 대다수 국민의 눈높이에서 볼 때 이명박 정부는 ‘그들만의 리그’ 안에서만 열심히 뛰어다니는 것으로 비친다. 결국 그 해법은 목표의 독단성과 폐쇄성을 완화하고 수단의 자의성과 임의성을 극복하는 것이다. 교조적 명분에 대한 지나친 집착은 갈등비용을 불필요하게 증폭시킨다. 그런 점에서 실용주의는 한국적인 ‘진리의 정치’에 대한 치유제 구실을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국민을 일방적 계도와 견인의 대상으로 보는 대신 국민과의 동반자적 협의관계를 통치에 반영해야 한다. 정리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국가·대통령제·정당
최장집 고려대 교수(정치학) 지난 대선을 보수 정당의 압도적 승리로 이해하는 해석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투표율 63%를 고려할 때, 이명박 후보의 득표율 48.7%는 전체 선거인의 30.5%의 지지를 얻은 것이며, 이는 민주화 이후 치러진 다섯 차례 대선 가운데 가장 낮은 득표에 해당한다. 이는 현 정부가 딛고 있는 정치기반이 얼마나 취약한지 드러낸다. 한국 정치가 민주화됐다는 것은 가장 거시적 수준에서만 그렇다. 현실의 작동 방식을 보면 현 정부는 여전히 많은 권위주의적 요소를 안고 있다. 쇠고기 협상 파동을 비롯한 여러 문제는 그 결과다. 하나의 권력이 수립되면, 최고결정권자는 무엇이 국가이익이며 공익인가를 정의하고, 극소수 테크노크라트들이 이를 정책화한다. 어느 날 대통령의 의지가 담긴 정부정책의 이름으로 사회에 공표되고, 모든 국가기구들은 국익의 실현을 위해 동원된다. 이에 대한 반대여론이 세력화되고 운동으로 표출될 때, 그것은 국익에 반하는 정치논리 또는 집단이기주의로 비판받는다. 이는 권위주의 체제의 전형적 정책결정 방식이다. 민주주의는 주요 집단들의 다양한 이익과 열정이 표출되고 정치적으로 조직된 체제다. 허약한 시민사회와 허약한 정당체제에서 대통령이 과격하게 정책을 추진할 때, 이에 동의하지 않고 비판하는 사회적 힘은 오직 운동의 형식을 통해서만 나타난다. 이를 구조적 포퓰리즘으로 이를 수 있다. 시민사회에 의해 (제도적으로) 견제되지 않는 대통령이 강력한 권한을 가지면서 발생하는 문제다. 민주화 이후 완전히 해체되지 않았던 권위주의적 국가기구와 운영원리들이 부활하는 모습은 크게 우려스럽다. 현 정부의 집권 초기 정책은 기업과 최상층 엘리트의 특권을 편향적으로 보호·대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도덕적 정당성의 약화를 불러와 현재의 난관을 진정한 정치적 위기로 만들 수도 있다. 현 정부가 추구하는 경쟁지상의 성과주의 사회는 한국 사회가 안정적으로 지탱할 수 있는 한계선을 건드리고 있다.
무능한 친미일방주의 되레 ‘반실용’
쇠고기 협상·국제관계
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 이명박 정부는 세계 민주주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이토록 빠른 시기에 이토록 광범한 국민저항을 통해 지지가 급락한 경우는 세계 선거민주주의 역사상 유례가 없다. 상황을 더 어둡게 하는 것은 국내 문제와 국제관계가 ‘쌍방향 악순환’의 길로 빠져들고 있다는 데 있다. 문제는 국제관계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중대한 오판과 무능에 있다. 개항 이후 한국의 국제관계는 곧 국내 문제였다. 어떤 국제관계를 맺을 것인지는 곧 어떤 한국 사회를 지향할 것인지와 직결된다. 탈냉전 시대에 냉전적 이념으로 국제관계를 접근한 결과 남북, 한-미, 한-일, 한-중 등 거의 모든 국제관계가 위협 받고 있다. 세계화 시대의 주요 국제관계 흐름으로 자리잡은 다자주의, 다자협력을 주도하지 못하고, 6자 회담을 비롯한 한국 문제는 물론 동아시아 문제에서도 거의 아무런 발언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탈냉전 세계화 이후 한국 문제는 한-소, 한-중 수교 등을 거쳐 탈이념·국익 우선·실용주의의 문제로 이미 변화했다. 이는 보수 정부(노태우 정부)에서 시작되어 진보 정부(노무현 정부)의 선택으로 이어졌다. 그런데도 이명박 정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은 채 여전히 한-미 동맹을 절대적 유일기축으로 인식했다. 이미 한-미 관계는 핵심 쟁점에서 근본 이견이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한-미 동맹 복원을 공언했으니, 이명박 정부는 미국에게 줄 수 있는 다른 카드를 찾아야 했고, 이는 무기구매 확대와 시장개방밖에 없었다. 그 핵심이 쇠고기 개방이다. 최근 사태는 미국과는 조금도 충돌하지 않겠다는 철저한 반실용주의와 이념주의의 산물이다. 이명박 정부는 쇠고기 협상을 군사·안보·평화 사안이 아니라 경제·시장 사안으로 다뤘다. 준비되지 않은 친미 일방주의 때문에 미국이냐 국민이냐라는 사상 초유이자 역사상 최악의 반미 구도가 만들어졌다. 이명박 정부는 스스로 내건 것과 달리 철저히 반실용적이고 무능하다.
‘토목거품’ 폭발 확실 장기공황 예고
국민경제
우석훈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 반대여론이 70%에 이르는 인기 없는 정책을 줄줄이 내놓은 이명박 정부를 ‘포퓰리즘 정부’라 말하기 어렵다. 생필품 가격통제와 추가예산 편성을 추진하는 이명박 정부는 ‘작은 정부’를 추구하는 ‘신자유주의 정부’의 특성과도 배치된다. ‘친기업 정부’를 표방했지만 지방 중소기업은 지금 줄도산을 기다리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맞게 될 앞으로의 상황은 일본식 장기공황인 ‘디버블링 프로세스’다. 지난 10년 동안 한국은 토목 지출 위주로 경제를 끌어왔는데, 이 대통령 재임 기간에 그 거품이 터질 확률은 100%다. 현재 이명박 정부 경제팀의 면면을 보면 적절한 거품빼기로 파국을 조절하면서 연착륙을 유도하는 세밀한 위기관리를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이들이 개인 부동산 관리에는 귀신이었을지 모르지만, 국민경제 위기관리는 훨씬 세밀하고 복잡하다. 이명박 정부가 이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는 흔적을 찾기 어렵다. 집권 초기 어려움은 경부대운하, 건강보험 민영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등의 세 가지 경제적 위기에서 비롯됐다. 이는 앞으로도 이명박 정부의 근간을 흔들게 될 것이다. 여기에 장차 닥쳐올 세 가지 위기가 더 있다. 우체국 민영화를 비롯해 아직 꺼내지도 않은 각종 민영화 정책의 효과, 수도권 규제완화를 통한 지방경제 붕괴, 그리고 사교육 파동 등이다. 이와 관련해 `땅투기 우파’와 `비주류 우파’의 분화에 주목해야 한다. 현재 한국의 우파 정치는 땅투기 우파들에 의해 ‘비토목형 우파’들이 비주류로 밀려난 형국이다. 적어도 땅투기는 하지 않았던 이재오가 토건자본의 대변자를 자처하는 땅투기 우파들에게 밀려났다. 수도권 거주자의 절반은 세입자다. 이들은 한우를 싸게 먹기를 원한다. 미국 쇠고기가 싸게 수입되고 한우는 오히려 비싸지는 상황을 원하지 않는다. 한국의 비토목형 우파들이 땅투기 우파와 갈라설 것인지는 현 정부의 경제정책 흐름을 결정할 가장 중요한 요소다.
한국적 신자유주의 성과·소통 실패
이념·국정철학
윤평중 한신대 교수(철학) 이명박 정부 국정철학의 지향은 ‘경제 살리기’에 압도적으로 기울어져 있다. 이념에서 실용으로의 전환을 말할 때 그 실용의 실제 내용은 발전국가적 경제성장을 지칭한다. 그런 점에서 ‘이념에서 실용으로’라는 구호는 정치공학적으로는 유효했지만, 정확한 표현은 아니다. 이명박 정부의 국정철학 전반에는 강렬한 이념지향성이 있다. 신발전체제 구축이라는 한국형 신자유주의 목표 자체가 하나의 강력한 이념이다. 여기서 실용주의는 이를 구현하기 위한 방법론이다. 그런데 신발전주의적 성장이라는 뚜렷한 목표(일방향성)와 목표 달성을 위해 어떤 수단도 자유롭게 사용한다는 인식(무방향성)이 뒤섞일 경우, 상황이 총체적으로 지리멸렬해질 수 있다. 최근의 ‘광우병 사태’에 직면해 우왕좌왕하는 이명박 정부의 모습은 ‘창조적 실용주의’의 취약성과 일면성을 극명하게 입증한다. 광우병 사태는 정부가 예단하듯이 특정 언론과 정치세력이 사주하고 미숙한 시민들이 맹종하는 선동과 조작의 산물이 아니다. 광우병 사태는 구체적 삶의 현장을 위협하는 데 대한 자연스런 대응이다. 지금까지 이명박 정부의 족적은 위에서 내리누르는 독단적 목표와 임기응변으로 전락한 수단이 혼란스럽게 뒤섞여 실질적 성과도 창출하지 못하고 소통에도 실패하는 양면적 위기로 집약된다. 대다수 국민의 눈높이에서 볼 때 이명박 정부는 ‘그들만의 리그’ 안에서만 열심히 뛰어다니는 것으로 비친다. 결국 그 해법은 목표의 독단성과 폐쇄성을 완화하고 수단의 자의성과 임의성을 극복하는 것이다. 교조적 명분에 대한 지나친 집착은 갈등비용을 불필요하게 증폭시킨다. 그런 점에서 실용주의는 한국적인 ‘진리의 정치’에 대한 치유제 구실을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국민을 일방적 계도와 견인의 대상으로 보는 대신 국민과의 동반자적 협의관계를 통치에 반영해야 한다. 정리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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