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여성이란? 여성이 해답 찾아라

등록 2008-03-28 22:37

한정숙 교수
한정숙 교수
한정숙 교수의 ‘여성 혁명’ 제안
<여성은 이렇게 말했다>는 한정숙 교수의 첫 단독 저서다. 러시아 혁명사를 전공한 학자가 전공 밖의 여성사를 첫 저서의 주제로 삼은 데는 그 자신이 여성이라는 사실이 가장 중요한 이유가 됐다.

책머리에서 한 교수는 어린 시절에 자생적으로 싹튼 여성 문제 의식에 대해 이야기한다. 중학생 때 자기 집에 세들어 살던 젊은 부부의 아이 이름이 그 부모 성을 함께 써서 불렀던 것이 첫 기억이다. 아빠 성만 딴 이름이 못마땅했던 것이다. 당연하게도 주변에서 이상하게 생각했다. “내 머릿속에서 나왔던 ‘절세의 창작물’이 주변의 환영을 받지 못하는 기미가 역력해지면서 나는 그 새로운 이름 부르기를 스르르 포기하게 되었다.”

‘여성의식 이전의 여성의식’이었던 셈인데, 그런 자생적 의식은 대학에 들어간 뒤 질적인 변화를 겪었다. “1970년대 유신정권과 1980년대 신군부의 독재 아래서 세상의 모순에 대한 인식 체계를 갖추는 데 여성문제 공부가 출발점이요 바탕이 되어 주었다. 우리는 여성의 낮은 지위가 어떻게 사회 전체의 모순과 연결되어 있는가를 공부하면서 가부장제와 자본주의하에서의 사회적 불평등 문제를 논의했다.” 독일 유학과 서양사 연구로 오랫동안 여성 문제를 연구하지 못했던 한 교수는 서울대 부임 후 ‘여성학 협동과정’이 개설되자 거기에 적극 참여했다. 또 교양수업 시간에 고전 그리스 비극을 읽었는데, 그런 공부가 이 책을 쓰는 데 밑바탕이 되었다고 한다.

한 교수는 이 책의 서론에서 ‘여성 일반’이 있는가 하는 질문을 스스로 내놓는다. 여성 자체가 계급과 신분으로 나뉘는 현실을 무시하고 동질적 집단으로 다루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런 의문에 대해 지은이는 확실하게 답한다. “여자들 내부에서는 분명히 그 나름대로 큰 계급 차가 있으나, 그것과는 별개로 여성 일반이 당해온 공통의 억압과 모욕이 있다는 것도 명백하다.” 한 교수는 그런 사례의 하나로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을 인용한다. “남성은 본래 우월하고 여성은 본래 열등하다. 일방은 지배하고 다른 일방은 지배받는다. 이 필연의 원칙은 전 인류에 적용된다.” 이런 식의 본질주의적 폭력에 맞서는 것은 긴요한 일이다. 한 교수는 말한다. “여성이 주체가 된다는 것은 여성이 누구인가를 여성 자신이 정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여성이 여성 자신이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여성이 주체로서 자기 자신을 스스로 만들어 가는 사회를 향해 나아가는 것을 두고 ‘여성 혁명’이라 부르자고 그는 제안한다. 그러므로 이 책은 일종의 여성 혁명사라고도 할 책이다. 고명섭 기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