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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3월 15일 잠깐 독서

등록 2008-03-14 18:59수정 2008-03-14 19:07

〈한국사 전(傳) 〉
〈한국사 전(傳) 〉
■ 한국사 수놓은 인물들의 ‘리얼 드라마’

〈한국사 전(傳) 〉

1894년 조선의 첫 프랑스 유학자, 홍종우. “도포에 갓을 쓰고 다니는 선비 … 언제나 고종과 대원군의 사진을 품고 다닌다”(당시 현지 신문기사) 할 정도로, 몰락한 사대부가 나이 마흔하나에 풀무질한 ‘한류’는 낭만적이었을까. 동양에 대한 유럽의 호기심 덕분에 유명 인사들과 교류하며, 〈춘향전〉 등도 번역해 알리지만 그는 오직 조선의 개화를 앞당기고자 자비를 들여 40여일 바다를 건넜다. 그런 그가 또다른 ‘개혁가’ 김옥균을 살해하기까지 삶이나 곡절은 수구-개화파, 왕당파 개혁-친일 개혁 따위로 쉬이 양분되며 설명될 리 없다. 속내를 감춘 채 김옥균의 측근이 되어 마침내 방아쇠를 당겼을 때도 여전히 한복을 입고 있었다는 사실 하나가 어쩌면 ‘더 많은’ 홍종우를 설명할지 모른다. 당나라 시대 저만의 왕국을 이끈 이정기, 조선 최고 여성 부자 김만덕 등 꽤나 무감한 이들부터, 누구나 알 법한 신숙주·영조 등의 삶 또한 그렇게 자디잔 그림들로 채워진다. 〈한국방송〉 방송분을 책으로 엮었으니, 〈한국사전〉은 그야말로 개인들의 ‘리얼 드라마’다. 어느 외톨이 민중의 삶도 한두 문장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하물며 역사의 이름으로 각본된 논픽션 드라마의 주인공들이다. 〈한국방송〉 한국사전 제작팀 지음/한겨레출판·1만2000원.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 차별 넘어 탄생한 거대 ‘우주 이론’


〈블랙홀 이야기〉
〈블랙홀 이야기〉
〈블랙홀 이야기〉


1930년 8월은 현대 물리학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의 하나로 기억된다. 갓 스물에 이른 인도 청년이 영국 유학을 가던 길에, 훗날 ‘블랙홀’이라 불리는 천체의 존재 가능성을 증명해 낸 것이다. 로이드 트리에스티노호의 뱃전에서 그가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을 도구로 삼아 계산한 시간은 단 10분이었다. 수브라마니안 찬드라세카르(1910~1995). 제 빛을 다해 쪼그라든 하얀난쟁이별(백색왜성) 가운데 태양 질량의 1.4배를 넘는 경우 자신의 중력 안으로 ‘무한히’ 붕괴한다는 게 그의 이론이었다. 하지만 5년 뒤 영국 케임브리지 천문학회에서 부푼 가슴으로 논문을 발표하던 날, 그는 무참히 짓밟히고 만다. 당대 천체물리학의 최고봉이었던 아서 에딩턴이 ‘별 장난’에 불과하다며 무시해 버린 것이다. 거기엔 식민지에서 온 애송이를 인정치 않으려는 편견과 인종 차별이 숨어 있었다. 지은이는 찬드라세카르와 에딩턴의 갈등을 축으로 블랙홀의 연구 과정을 촘촘히 훑어 간다. 여기에, 단 하나의 이론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고자 도전했던 과학자들의 모험과 우정, 기득권층-신진세력이 ‘진리의 샅바’를 잡고 벌이는 실랑이가 500여 쪽에 별처럼 박혀 있다. 엄청난 중력 탓에 빛조차도 탈출할 수 없는 블랙홀, 이를 두고 종횡무진 펼쳐지는 과학의 진경이 “아름다움 앞에 등골이 서늘해지는 경험”을 안긴다. 아서 밀러 지음·안인희 옮김/푸른숲·2만5000원.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 상상력 총화 ‘신화’를 과학으로 분석


〈이인식의 세계신화여행 1, 2〉
〈이인식의 세계신화여행 1, 2〉
〈이인식의 세계신화여행 1, 2〉

중국 창세신화의 여신 여와는 황토를 빚어 인간을 만들었다. 대지에 생기를 주기 위해서였다. 메소포타미아 수메르 신화에 나오는 물의 신 엔키는 물속에서 점토를 떼어내 인간을 창조했다. 신들을 대신해 노동을 시키려는 목적이었다. 그리스 신화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는 피그말리온의 상아 조각상이 살아나도록 했다. 조각가인 피그말리온이 그를 아내로 맞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신이 인간을 만들어 생명을 불어넣는 능력은 신화적인 경외의 대상이다. 로봇 제작에 열중하는 현대 인류의 모습도 신에 견줄 만하다. 목적도 신들의 인간 창조와 다르지 않다. 인간은 로봇에서 힘든 육체노동을 대신해 줄 존재를, 또는 고독한 인생을 같이 살 동반자를 구하려 한다. 신화로 표현된 인류의 상상력이 과학으로 실현되고 있는 셈이다. 신화는 인류 상상력의 결정체다. 일상 속 수많은 인문·자연현상의 원인과 뒷이야기를 상상을 통해 재구성한 이야기의 집합이다. 과학저술가인 지은이는 동서양을 넘나들며 신화를 과학의 눈으로 해석한다. 새의 깃털과 밀랍으로 날개를 만들어 하늘을 날았던 그리스 신화 이카로스의 이야기는 비행기와 우주여행으로 승화했다. 수메르 신화 영웅 길가메시가 품었던 불로장생의 꿈은 의학·약학 발달로 이어졌다. 과학과 신화는 서로 모순일 것만 같지만, “상상력이라는 같은 뿌리”에서 나왔다. 이인식 지음/갤리온·각권1만2000원.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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