샹탈 무페. 사진 후마니타스 제공.
‘포스트 마르크스주의자’ 샹탈 무페는?
샹탈 무페는 1990년 한국어로 번역된 바 있는 <헤게모니와 사회주의 전략>(한국어판 제목 ‘사회변혁과 헤게모니’)으로 우리에게 알려진 정치철학자다. 그의 지적 동업자인 에르네스토 라클라우와 함께 써 1985년에 출간한 이 책에서 무페는 자신의 새로운 민주주의 전략을 처음 제출했다. 그 전까지 마르크스주의 안에서 자신의 이론을 구상했던 무페는 이 책을 통해서 마르크스주의와 사실상 결별했다. ‘포스트마르크스주의’ 이론가라는 호칭은 이때 붙여졌다. 그의 새 민주주의 전략은 ‘급진적이고 다원주의적인 민주주의’로 요약할 수 있다.
<헤게모니와 사회주의 전략>에서 무페와 라클라우는 마르크스의 경제결정론을 거부하고, 그 대신에 그람시의 헤게모니 개념을 받아들였다. 두 사람은 그람시의 헤게모니를 통해 마르크스주의적 계급투쟁이 다양한 사회적 대립를 구성하는 하나의 층위일 뿐이며, 사회에는 다양한 투쟁들이 경합하고 있음을 포착했다. 이 경합하는 투쟁들을 일시적이고 불안정하지만 공동전선으로 모을 수 있는데, 그 공동전선을 구성하는 담론적 힘이 헤게모니다.
이 책에 이어 나온 것이 <정치적인 것의 귀환>인데, 여기서 무페는 민주주의의 갈등적이고 투쟁적인 성격을 강조하면서, 그 불확정적인 긴장 속에서 경제적 평등의 이상을 실현할 수 있는 ‘민주사회주의’ 혹은 ‘자유사회주의’의 가능성을 발견한다. 이 새 기획은 프롤레타리아라는 단일한 주체를 거부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마르크스주의적 사회주의와는 완전히 다르며, 또 자유주의 이념을 긍정한다는 점에서 기존 좌파의 반자유주의적 기획과도 다르다. 무페는 자유를 절대화하는 전통의 자유주의와도 거리를 두고 사적 소유를 옹호하는 경제적 자유주의와도 절연한다는 전제 위에서 개인의 자유와 인격의 자율을 인정하면서 평등의 이상을 추구하는 것을 민주주의의 목표로 제시한다. 이 책에 이어 무페는 ‘정치적인 것’의 개념을 더욱 숙고해 <카를 슈미트의 도전>(1999) <민주주의의 역설>(2000) <정치적인 것에 대하여>(2005) 같은 책으로 펴냈다.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사진 후마니타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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