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철학자 앤서니 플루
‘무신론 주창’ 앤서니 플루 ‘신은 있다’ 고백…도킨스 “슬프다”
영국의 철학자 앤터니 플루(82·사진)가 27살이던 1950년에 옥스퍼드의 한 학회에서 발표한 <신학과 위증성>은 무신론자들의 ‘교과서’적 저술로 꼽힌다. 그는 “신은 너무 모호한 개념”이라며 “신이 볼 수 없고, 만질 수 없고, 알 수 없는 대상이라면, 신이 없다는 것을 증명할 순 없다. 그러나 신이 있다는 것도 증명할 수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러나 최근 그는 유신론 저술로 화제에 올랐다. 이번에 발간한 <신은 있다>라는 제목의 책은 ‘세계에서 가장 악명 높은 무신론자가 어떻게 생각을 바꿨는지’라는 부제를 달았다.
플루는 이 책에서 전도사의 아들로 태어난 자신이 감리교 신학학교를 거치며 무신론자가 된 과정과, 평생 신앙생활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다가 노년에 유신론으로 돌아서게 된 과정을 1인칭 시점에서 서술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 책이 “자연의 법칙은 우연으로 보기에 너무 완벽하다”는 식으로 종교적 신념의 ‘과학’에 대해 서술한다고 보도했다.
2004년 말부터 플루는 ‘변절’ 혹은 ‘전향’의 모습을 보여왔지만, 기독교인이 된 것은 아니다. 그는 “자신과 세계의 존재를 동시에 설명할 수 있는 지성(지적 설계자)을 믿을 뿐”이라고 설명한다. 플루에게서 학문적 영향을 받은 무신론자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여왔다. <만들어진 신>의 저자 리처드 도킨스는 지난해 한 강연에서 “그는 한때 훌륭한 철학자였다. 슬프다”라고 말했다. 프로메테우스 북스 출판사의 폴 커츠 사장은 “무신론을 우려하는 기독교인들이 플루를 잘못 이용하고 있다”고 종교 세력을 비난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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