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쳐 지나간 거리〉
장르소설 읽기 /
<스쳐 지나간 거리>
시미즈 다쓰오 지음·정태원 옮김/중앙북스·1만원 ‘하드보일드’란 본디 폭력적인 테마를 마치 주위를 맴도는 카메라처럼 감정을 배제한 채 묘사하는 걸 의미한다. 이것이 추리소설 또는 미스터리로 넘어오면서 원래 의미에서는 조금 벗어나, 주인공이 사건을 해결함에 있어 회색 뇌세포보다는 붉은색 근육을 사용하는, 즉 두뇌보다는 행동에 초점을 맞추는 작품을 이야기하곤 한다. 대개 도시의 비정함과 냉혹함을 보여주면서 스산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데, 필립 말로라는 걸출한 하드보일드 탐정을 탄생시킨 레이먼드 챈들러를 비롯해 로스 맥도널드와 하드보일드의 장을 연 대실 해밋이 대표 작가이다. 일본에서는 <신주쿠 상어> 시리즈로 유명한 오사와 아리마사와 일본의 챈들러라고 일컬어지는 하라 료가 대표적인데, 사실 일본 미스터리에서 하드보일드라는 장르는 사회파 미스터리에 겹쳐 있다. 시미즈 다쓰오의 <스쳐 지나간 거리>도 사회파에 하드보일드가 결합된 작품이다. 일인칭 시점으로 쓰인 이 작품은, 여학생과의 스캔들 때문에 학교에서 추방당한 전직 교사가 주인공이다. 퇴직 후 작은 학원을 운영하던 그는 어느 날 자신의 다른 제자였던 여학생의 실종 소식을 듣고 12년 만에 시골에서 도쿄로 올라와 그를 찾기 시작하면서 예상하지 못한 사건에 말려들기 시작한다.
이 작품은 여러 면에서 친절하지 않다. 하드보일드 작품들이 그러하듯, 화자가 갖고 있는 감정의 흐름을 쉽게 드러내지 않아 묘사되고 있는 상황을 어떻게 느껴야 할지 때로 당혹스럽다. 쉽게 주인공과 동화하기 힘들다. 상황 자체에 대한 묘사도 친절하지 않아 독자는 몇 번이고 집중해야 한다. 빠르고 경쾌하게 이어지는 문장들에 익숙하지 않다면 소설의 중반까지는 괴로울 수도 있다(더군다나 이 책의 번역과 교열 상태는 썩 좋은 편이 아니다). 하지만 작가의 문장에 익숙해지고 감춰진 사건의 꼬투리가 나타나기 시작하면 작품의 진가가 보인다. 건조한 문장들에 감정이 담기기 시작하면서 화자에 몰입되어 걷잡을 수 없어진다. 읽기 힘들었던 문장들은 오히려 중독성이 강해진다.
이 책은 철저히 남성 독자용이다. 40대 중년 남자의 로망을 지나치게 포장했다는 평가를 들을지도 모르지만, 이제 세상사의 이치를 어느 정도 이해하기 시작한 나이의 독자라면 이 작품에 흐르는 감수성에 푹 빠질 만큼 매력적인 것도 사실이다. 온갖 굴욕과 험한 일을 당하면서도 주인공이 “일어나지, 몇 번이라도 일어나지”라고 외치는 장면에서는 주먹이라도 불끈 쥐고 응원을 보내고 싶은 심정이 솟을 정도다.
<스쳐 지나간 거리>는 하드보일드적인 매력과 더불어 모험 소설로서의 흥미진진함과 연애 소설의 애틋함까지 합친 작품이다. 응어리를 안고 헤어진 남녀가 12년 만에 다시 만나 느끼는 감정의 회오리가 더해져 연애 소설로서도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작가는 이 책으로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에 올랐고, 일본모험소설협회상 또한 수상했다. 임지호/<북스피어> 편집장 joe@booksfear.com
시미즈 다쓰오 지음·정태원 옮김/중앙북스·1만원 ‘하드보일드’란 본디 폭력적인 테마를 마치 주위를 맴도는 카메라처럼 감정을 배제한 채 묘사하는 걸 의미한다. 이것이 추리소설 또는 미스터리로 넘어오면서 원래 의미에서는 조금 벗어나, 주인공이 사건을 해결함에 있어 회색 뇌세포보다는 붉은색 근육을 사용하는, 즉 두뇌보다는 행동에 초점을 맞추는 작품을 이야기하곤 한다. 대개 도시의 비정함과 냉혹함을 보여주면서 스산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데, 필립 말로라는 걸출한 하드보일드 탐정을 탄생시킨 레이먼드 챈들러를 비롯해 로스 맥도널드와 하드보일드의 장을 연 대실 해밋이 대표 작가이다. 일본에서는 <신주쿠 상어> 시리즈로 유명한 오사와 아리마사와 일본의 챈들러라고 일컬어지는 하라 료가 대표적인데, 사실 일본 미스터리에서 하드보일드라는 장르는 사회파 미스터리에 겹쳐 있다. 시미즈 다쓰오의 <스쳐 지나간 거리>도 사회파에 하드보일드가 결합된 작품이다. 일인칭 시점으로 쓰인 이 작품은, 여학생과의 스캔들 때문에 학교에서 추방당한 전직 교사가 주인공이다. 퇴직 후 작은 학원을 운영하던 그는 어느 날 자신의 다른 제자였던 여학생의 실종 소식을 듣고 12년 만에 시골에서 도쿄로 올라와 그를 찾기 시작하면서 예상하지 못한 사건에 말려들기 시작한다.
임지호〈북스피어〉 편집장
<스쳐 지나간 거리>는 하드보일드적인 매력과 더불어 모험 소설로서의 흥미진진함과 연애 소설의 애틋함까지 합친 작품이다. 응어리를 안고 헤어진 남녀가 12년 만에 다시 만나 느끼는 감정의 회오리가 더해져 연애 소설로서도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작가는 이 책으로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에 올랐고, 일본모험소설협회상 또한 수상했다. 임지호/<북스피어> 편집장 joe@booksfea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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