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송곳니>
노나미 아사 지음·권영주 옮김/시공사·1만2000원
장르소설 읽기 / <얼어붙은 송곳니>
노나미 아사 지음·권영주 옮김/시공사·1만2000원 새로운 작가를 만나는 일은 언제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지만, 언제나 그 두근거림에 부응하는 작가를 만나게 되지는 않는다. 지금 가슴 뛰게 할 새 작가를 찾고 있다면 노나미 아사의 문을 두드려 보라. 나쁘지 않은, 아니 아주 훌륭한 선택이 될 테니까. 늦은 밤 레스토랑에서 갑자기 몸에 불이 붙은 남자. 인체 자연 발화처럼 보이는 사건이 벌어진다. 그의 주검에는 커다란 짐승에게 물린 듯한 이상한 자국도 남겨져 있다. 연이어 발견되는 주검들에도 알 수 없는 야수의 흔적이 남아 있다. ‘인체 자연 발화’와 ‘야수’라니. 도입부만 보자면 현실과 거리가 있는데다 말랑말랑한 반전을 준비하고 있는 미스터리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소설, 대단히 단단하다. ‘여형사 오토미치 다카코 시리즈’의 첫 작품인 〈얼어붙은 송곳니〉는 이상하게 보이는 사건으로 시작하여 매우 단단하게 현실을 다져 나간다. 노나미는 무작정 사건을 향해 줄달음치는 법이 없다. 사건을 좇는 주인공 다카코의 일상과 심리 상태, 다카코의 파트너인 다키자와의 행동, 사건의 희생자와 주변 상황 등을 아주 세심하게 묘사하여 독자를 등장인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최대한 몰입시킨다. 이것이 노나미의 특징이다. 집요할 정도로 세부적인 심리 묘사는 페이지를 쉽게 넘기게 해 주지 않지만, 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조금씩 바뀌어 가는 인물들의 심리를 느껴 가는 맛이 기대 이상이다. 오로지 남성 사회인 경찰 조직 안에서 분투하는 여형사 다카코. 이혼을 하고 홀로 살아가는 것도 쉽지 않은 삼십대 초반의 여자에게 경찰 조직이라는 특수한 공간은 특히나 힘겨운 곳이다. 그 와중에 파트너가 된 다키자와는 뼛속까지 경찰인 15년차 형사. 근본적으로 태생이 다른 둘은 처음부터 갈등할 수밖에 없다. ‘새파랗게 젊은 계집애’ 형사와 기름기만 좔좔 흐르는 ‘황제 펭귄 아저씨’ 형사로 시작한 이들의 관계가 수사의 진행과 함께 변해 가는 과정은, 사건을 배제하더라도 그 자체만으로 충분하게 재밌다. 특히나 시선을 주인공 한 사람에게만 두지 않고 철저히 제3자로서 바라보는 작가의 균형 감각 덕분에 현실감은 증폭된다. 노나미의 장점은 묘사를 하되 대상을 잃지 않는 데 있다.
다카코의 별것 아닌 일상 이야기 하나로 독자는 많은 것을 느끼고 깨달을 수 있다. 다카코와 다키자와의 관계에서 순간순간 피식 웃음을 터뜨리지 않을 수 없다. 노나미는 무언가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그 자체를 ‘묘사’하여 독자들 스스로 알아차리게 만든다. 이것이 그의 힘이다. 그래도 이야기가 마냥 잔잔할 것만 같다면 작품의 후반부를 기대하라. 노나미가 묘사하는 한밤중 고속도로 추격 장면의 박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여형사 오토미치 다카코 시리즈’는 장편 두 편과 단편집 세 편이 더 있다고 하는데, 모두 출간되기를 바란다. 그때까지는 이 작품에 연이어 출간된 〈죽어도 잊지 않아〉(시공사)로 마음을 달래기로 하자.
임지호〈북스피어〉 편집장 joe@booksfear.com
노나미 아사 지음·권영주 옮김/시공사·1만2000원 새로운 작가를 만나는 일은 언제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지만, 언제나 그 두근거림에 부응하는 작가를 만나게 되지는 않는다. 지금 가슴 뛰게 할 새 작가를 찾고 있다면 노나미 아사의 문을 두드려 보라. 나쁘지 않은, 아니 아주 훌륭한 선택이 될 테니까. 늦은 밤 레스토랑에서 갑자기 몸에 불이 붙은 남자. 인체 자연 발화처럼 보이는 사건이 벌어진다. 그의 주검에는 커다란 짐승에게 물린 듯한 이상한 자국도 남겨져 있다. 연이어 발견되는 주검들에도 알 수 없는 야수의 흔적이 남아 있다. ‘인체 자연 발화’와 ‘야수’라니. 도입부만 보자면 현실과 거리가 있는데다 말랑말랑한 반전을 준비하고 있는 미스터리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소설, 대단히 단단하다. ‘여형사 오토미치 다카코 시리즈’의 첫 작품인 〈얼어붙은 송곳니〉는 이상하게 보이는 사건으로 시작하여 매우 단단하게 현실을 다져 나간다. 노나미는 무작정 사건을 향해 줄달음치는 법이 없다. 사건을 좇는 주인공 다카코의 일상과 심리 상태, 다카코의 파트너인 다키자와의 행동, 사건의 희생자와 주변 상황 등을 아주 세심하게 묘사하여 독자를 등장인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최대한 몰입시킨다. 이것이 노나미의 특징이다. 집요할 정도로 세부적인 심리 묘사는 페이지를 쉽게 넘기게 해 주지 않지만, 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조금씩 바뀌어 가는 인물들의 심리를 느껴 가는 맛이 기대 이상이다. 오로지 남성 사회인 경찰 조직 안에서 분투하는 여형사 다카코. 이혼을 하고 홀로 살아가는 것도 쉽지 않은 삼십대 초반의 여자에게 경찰 조직이라는 특수한 공간은 특히나 힘겨운 곳이다. 그 와중에 파트너가 된 다키자와는 뼛속까지 경찰인 15년차 형사. 근본적으로 태생이 다른 둘은 처음부터 갈등할 수밖에 없다. ‘새파랗게 젊은 계집애’ 형사와 기름기만 좔좔 흐르는 ‘황제 펭귄 아저씨’ 형사로 시작한 이들의 관계가 수사의 진행과 함께 변해 가는 과정은, 사건을 배제하더라도 그 자체만으로 충분하게 재밌다. 특히나 시선을 주인공 한 사람에게만 두지 않고 철저히 제3자로서 바라보는 작가의 균형 감각 덕분에 현실감은 증폭된다. 노나미의 장점은 묘사를 하되 대상을 잃지 않는 데 있다.
임지호〈북스피어〉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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