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대한민국은 공화국 아니다’

등록 2007-06-13 17:38수정 2007-06-13 19:08

김상봉 교수
김상봉 교수
김상봉 교수 ‘다시 대한민국을 묻는다’에 논문
“자본주의가 공공성 해체…헌법1조는 현실과 거리”
우리 헌법 1조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우리나라의 정체성을 말할 때 동원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보통명사인 ‘공화국’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전남대 김상봉 교수(철학·사진)는 참여연대 부설연구기관인 참여사회연구소가 기획해 최근 펴낸 〈다시 대한민국을 묻는다〉(한울, 2만9천원)에 수록한 논문 ‘모두를 위한 나라는 어떻게 가능한가? 공화국의 이념에 대한 철학적 성찰’에서 대한민국 헌법 1조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로마 시대의 공화국 어원 ‘res publica’는 영어로 직역하면 ‘public thing’이다. ‘공공적인 일’ 또는 ‘공동체’라는 뜻이다. 푸블리카는 인민을 뜻하는 포풀루스(populus)에서 비롯됐으니, ‘인민의 일’이요, ‘인민의 공동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김 교수에 따르면, 로마에서 ‘레스 푸블리카’의 반대말은 ‘사사로운 일’, ‘가정 일’을 뜻하는 ‘레스 프리바타(res privata)’였다. 군주국이 공화국의 반대말이 아닌 이유다. ‘레스 푸블리카’의 맥락에서, 공화국은 모두의 이익을 추구하는, 즉 나라의 공공성을 표현한다.

우리에게 공화국은 “너무 낯선 개념”이다. 국가가 큰 가정 노릇을 하면서, 국가와 가정이 본질적으로 구분되지 않았다. 나라의 일이 모든 인민을 위한 일이 되지 못하고 국가는 소수 지배계급의 이익을 지키는 기관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리스와 로마에서는 전쟁을 겪으면서 귀족이 평민과 권력을 공유하게 된다. 외세 방어를 위해 평민의 참전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의 지배계급은 민중과의 권력 분점보다 외세와의 결탁을 선호했다. 외국 군대를 끌어들인 동학농민전쟁이 그 예다.

공화국 존립에 대한 위협은 이런 한국적 특수성에서만 발원하지 않는다. ‘경제적 요소에 의한 정치공동체 해체’라는 세계사적 변화도 공화국 건설을 근본으로부터 위협하고 있다고 김 교수는 지적한다. 경제가 나랏일이 됐다는 것은 경제가 공공적인 일이 돼야 한다는 요구를 담고 있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경제에 대한 국가개입 최소화, 즉 공공성의 배제를 외치는 신자유주의의 득세가 이 시대의 현실이 된 지 오래다.

김 교수는 오늘날 보편화된 절대경제주의 또는 절대자본주의는 공화국으로서의 나라를 안으로부터 분해해 ‘가족들의 연립체’로 해체한다고 주장했다. 즉 공화국의 반대 개념인 ‘레스 프리바타’로의 귀환을 뜻한다는 것이다. 어차피 공화국은 없었고 가족 또는 씨족들의 연립체로 존재해온 한국 사회에서 이것은 가장 어울리는 국가 형태일 것이라고 그는 ‘냉소’했다.

김 교수는 우리 공화국이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답을 알지 못함을 전제한 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우리 시대의 절대적 자본주의 또는 경제지상주의가 인간의 사회·정치적 삶의 공공성 또는 공화국과 결코 양립할 수 없는 모순·대립관계에 있다는 것을 명확하게 깨닫는 행위의 중요성이라고 강조했다. 그러한 각성의 유일한 통로는 그가 보기에 교육이다. 하지만 지금의 학벌경쟁에 사로 잡힌 교육으로 어떻게 경제 지상주의에 저항하는 공공적 인간을 길러낼 수 있을까? 그의 탄식과 만나는 지점이자, 왜 그가 학벌 타파를 부르짖는지를 설명하는 원천이다.

글 강성만 기자

사진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