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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나는 변화를 즐긴다 가면술 ‘변검’처럼”

등록 2007-06-12 17:50수정 2007-06-12 19:15

‘나, 제왕의 생애’ 출간 기념 한국 온 중국 작가 쑤퉁
‘나, 제왕의 생애’ 출간 기념 한국 온 중국 작가 쑤퉁
‘나, 제왕의 생애’ 출간 기념 한국 온 중국 작가 쑤퉁
위화, 모옌과 더불어 중국 현대소설을 대표하는 작가 쑤퉁(44)이 11일 한국을 찾았다.

출판사 아고라 초청으로 1주일 예정으로 방한한 그는 12일 기자들과 만나, 최근 한국에서 번역 출간된 장편 〈나, 제왕의 생애〉(문현선 옮김, 아고라)를 비롯한 자신의 문학 세계에 대해 들려줬다.

쑤퉁의 소설은 장이머우 감독의 영화 〈홍등〉의 원작인 중편 〈처첩성군〉을 비롯한 작품들이 90년대 초에 〈홍등〉 등의 제목으로 해적 출판된 적은 있지만, 정식 계약을 거쳐 한국어판이 나온 것은 〈처첩성군〉을 비롯한 중편 셋이 묶인 〈이혼지침서〉(2006년 5월)가 처음이었다. 올 들어 장편 〈쌀〉과 〈나, 제왕의 생애〉가 잇따라 번역 출간되었으며, 올해 안에 중편집 두 권과 장편 〈푸른 노예〉 〈무측천〉 등 네 권이 추가로 나올 예정이다. 가히 ‘쑤퉁 바람’이라 할 법한 상황이다.

현재 교보문고 주간 베스트셀러 집계에서 외국소설 부문 8위에 올라 있는 〈나, 제왕의 생애〉는 1992년작으로 쑤퉁 자신이 ‘가장 아끼는 작품’으로 꼽는 소설이다.

광대가 된 왕 이야기…올해 6개 작품 번역서 쏟아져
‘홍등’의 원작자…전위문학서 재미 추구 작풍으로 변신

‘섭나라’라는 가상의 봉건 국가를 배경으로 일국의 왕의 지위에 올라 8년 동안 통치하다가 졸지에 평민의 신분으로 떨어져 줄타기 광대가 된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았다.

제왕에서 광대까지 극단적인 궤적을 그리는 운명의 변전이 장자의 호접몽 이야기를 연상시키는가 하면, 김훈씨의 소설과 영화 〈왕의 남자〉를 섞어 놓은 듯한 분위기를 풍기기도 한다.


“〈나, 제왕의 생애〉는 한 바탕 백일몽을 꾼 듯한 느낌이 드는 소설이다. ‘천마행공’이라고, 천마가 하늘을 나는 것 같은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작품이다. 나 나름으로는 젊은 시절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쓴 작품으로, 작가로서도 행복했다. 이제는 너무 현실적이 되어서 다시는 이런 작품을 쓸 수 없을 것 같다.”

쑤퉁은 80년대 중반에 위화, 모옌 등과 함께 일종의 아방가르드(전위) 문학운동인 ‘선봉문학’의 대표자로 꼽혔으나 80년대 말부터 작풍에 변화를 일으켜 형식 실험보다는 내용과 이야기를 중시하는 스타일로 바뀌었다. 실제로 지금까지 한국어판이 나온 세 권의 소설은 한결같이 최소한의 형식 실험도 배제한 채 시간 순서에 따른 서술과 흥미로운 인물 형상화 및 사건 전개로써 읽는 재미를 강조한 작품들이다.

“‘선봉문학’ 시절 나는 기존의 문학 양식을 파괴하고 가능한 한 인물과 상황을 모호하게 표현하려 애썼다. 그런데 어느 날 친구한테서 ‘네 작품에는 이야기의 재미가 없다’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은 뒤부터는 독자들이 흥미롭게 여길 만한 이야기를 만드는 데에 신경을 쓰고 있다. 그렇지만 작가로서 나는 변화를 즐긴다. 중국의 전통 가면술인 ‘변검’처럼 말이다. 역사와 현실, 판타지 등 작품의 소재와 내용에 한계를 두고 싶지 않다.”

그가 지난해 내놓은 장편 〈푸른 노예〉는 남편이 만리장성을 쌓는 노역에 동원되었다가 죽자 울음으로써 성을 무너뜨렸다는 맹강녀 이야기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영국의 캐넌게이트 출판사가 오르한 파묵, 주제 사라마구, 토니 모리슨 등 세계적 명성을 지닌 작가들로 하여금 각국의 신화를 ‘다시’ 쓰게 한 ‘세계신화총서’의 중국쪽 선정작이다.

그는 흔히 비슷한 연배에 비슷한 문학적 경력을 지닌 위화와 비교되곤 하는데, 위화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그는 “위화에 대해 형제의 애정을 지니고 있다. 다만, 위화보다는 내가 더 잘생겼다”고 답했다.

한국 방문 기간 중 그는 서강대(14일)와 한국출판인회의 강당(15일)에서 각각 강연회를 하고, 16일엔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사인회를 마련하며 같은날 저녁에는 홍대 앞 식당에서 독자들과 만날 예정이다.

글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사진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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