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탐험대, 시간 다이얼을 돌려라>
이권우의 요즘 읽은 책 /<생명 탐험대, 시간 다이얼을 돌려라> 윤소영 글·김선배 그림. 토토북
쉽고 재미있어 한번 손에 잡으면 놓지 않고 내처 읽어버리는 책. 거기다가 교양과 지식도 충실한 책. 단 소화불량 상태에 이르도록 마구잡이로 지식을 쏟아붓지는 않는 책. 책을 만드는 사람이나, 쓰는 사람이나, 읽는 사람이나 두루 원하는 책이다. 말이 쉽지 어디 그게 가당키나 한 소리냐고 항변할 수도 없다. 이른바 대박을 터뜨린 어린이책 가운데 이런 요구사항을 충실히 담은 책들이 여럿 있다. 놀라운 것은, 분명 어린이를 대상으로 펴낸 책임에도 어른들이 읽기에 손색없는 것도 있다는 사실이다.
어린이책 쪽에서 에듀테인먼트라는 말이 튀어나오고 대중문학 쪽에서 픽션이라는 낱말이 재조명받은 것도 같은 까닭이다. 기왕이면 즐겁고 흥미진진하게 책을 읽을 수 있게 글을 써보자는 뜻이다. 그런데 말이 그렇지 어찌 그게 쉬이 되는 일이던가. 따지고 보면, 누구나 다 하고 싶은 일이야말로 가장 어려운 일이다. 나는 오래전부터 과학분야 필자 가운데 윤소영이야 말로 이 분야에 도전해볼 만한 몇 안 되는 인물이라 여겨왔다.
사석에서 마침내 그런 종류의 책을 썼고, 개인적으로 가장 보람있게 생각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차일피일 미루다 이번에 비로소 읽었다. 마음이 문제다. 한달음에 읽을 수 있건만, 너무 오래 묵혔다. 설정부터가 지극히 과학적이다. 시점은 2037년. 가상현실 프로그래머로 일하는 엄마가 과거로 여행을 떠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짰다. “타임머신을 탄 것처럼 여행하면서 생명의 역사를 알아보는” 프로그램이다. 완성 직전, 엄마는 테스트해볼 요량으로 아들 수리와, 친구의 딸인 아마에게 가상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안내자는 토트. 이집트 신화에 나오는 지혜와 정의의 신이다. 이리하여 마침내 꾸려졌다, 생명탐험대가.
몇 년 전 지은이가 쓴 〈종의 기원※자연선택의 신비를 밝히다〉의 초고를 보고,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 있다고 말했다 면박을 당한 적이 있다. 그 내용이 중학교 3학년 교과서에 나온다는 것이다. 이번 책을 읽으면서도 기억이 가물가물한 용어 때문에 이해가지 않는 대목이 여럿 있었다. 다행히 간략한 해설이 있어 잘 넘어갔는데, 부끄러워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에듀테인먼트’다운 대목도 몇 군데 보인다. 페름기 말의 대멸종이 급격한 기후변화 탓이었다고 설명하는 대목은, 대놓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오늘의 기후변화에 대한 경고로 읽힌다. 공룡 이야기를 하면서 영화 〈쥐라기공원〉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이 대목을 읽다 보니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온다. 영화에는 쥐라기 공룡과 백악기 공룡이 함께 뛰놀고 있다는 것이다. 잘못된 상식을 바로잡아 줄 때 읽는이의 흥미는 곱절로 늘어난다.
책을 읽어 나가며, 지은이가 수업시간에 조는 학생들에게 교과서를 덮게 하고 술술 풀어나갔을, 이야기로 듣는 생명의 역사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마도 교사로서 꿈꾸었던 과학수업시간이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냉동’되고 ‘박제’된 공식이나 원리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감동을 주고 흥미를 주고 지적 자극을 주는 이야기로 그것을 알려주고 싶었으리라. 언제나 그런 날이 올까?
이권우/도서평론가
이권우/도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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