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노믹스>
정재승의 책으로 만난 과학 /<위키노믹스>
돈 탭스코트·앤서니 윌리엄스 지음/21세기북스 과학기술 연구개발 분야에도 ‘웹2.0 시대의 화두’인 집단 지성의 바람이 불고 있다. 제약업계 거물인 미국의 엘리 릴리사는 2001년 아주 독특한 전자상거래 벤처기업 하나를 만들었다. 이노센티브(www.innocentive.com)라는 이름의 이 회사 사이트에 들어가면 기업은 익명으로 답을 필요로 하는 과학기술 문제를 올릴 수 있다. 그리고 이 문제의 해결 방안을 올리는 과학자는 500만원에서 1억원까지 기업으로부터 현금보상을 받게 된다. 이 꿈같은 ‘짝짓기 시스템’은 아직 해결되지 않은 과학기술 문제와 이 문제에 대한 전문적인 해결사를 연결해 줌으로써 회사들이 전세계 과학 공동체의 인재들을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노센티브에는 현재 보잉, 듀폰 등 〈포천〉지 선정 500대 기업 중 35개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이노센티브에 등록된 과학자만도 175개국에서 9만여 명에 이른다. 컨설팅 전문가인 〈위키노믹스〉 지은이 돈 탭스코트와 앤서니 윌리엄스는 기업들이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유능한 인재를 찾아내 난해한 문제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하는 혁명적인 시장에 주목했다. 그들은 이러한 시장을 ‘이데아고라’(Ideagoras)라고 부른다. 고대 아테네 시민들의 정치 및 상업의 중심지였던 아테네 시민광장 아고라처럼, 지은이는 ‘이데아고라’가 과학기술의 중심이 되리라 믿는다. 이 현대판 아고라는 혁신에 굶주린 회사들을 위해 전세계로부터 아이디어와 발명품, 그리고 과학적인 전문지식을 끌어 모으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가 만든 퇴직 과학기술자의 벤처기업 자문 시스템이 20세기 정부 주도형 방식이라면, 이데아고라는 21세기형 자발적 네트워크 방식의 짝짓기 시스템인 셈이다. 기업에서 제시한 연구과제와 과학자를 연결시켜주는 이 혁명적인 시장을 통해 기업들은 앞으로 내부적으로는 핵심 인재를 키우면서 동시에 외부적으로 보완적인 아이디어를 구할 수 있다. 이제 기업들은 세계가 곧 자신들의 연구개발부서가 될 것이다. 이제 폐쇄적이고 단선적인 회사 안 연구개발 풍토는 이데아고라로 인해 큰 변화를 겪을 것이다.
그러나 야심찬 비전으로 시작되는 이 책을 읽으면서, 과학자인 나는 조금씩 걱정이 밀려온다. 앞으로 점점 과학자들은 안정적인 연구 터전을 잃고 이데아고라라는 ‘외로운 경쟁의 광장’에 내몰리게 되는 건 아닌지 염려된다.게다가 과학기술은 이제 너무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어 대기업조차도 더 이상 제품에 관련된 기초분야들을 모두 연구할 수가 없다. 이제 대기업들은 기초과학 연구지원을 줄이고 이데아고라에서 그 해답을 찾으려 하진 않을까?
‘광산의 카나리아’라는 표현이 있다. 예전 광부들이 갱도에 들어갈 때 유독가스에 민감한 카나리아를 함께 데리고 들어갔다는 데에서 유래한 이 표현은 ‘산업 전반에 불어닥친 혁명의 첫 번째 희생자’를 의미한다.
위키노믹스 시대에 ‘광산의 카나리아’는 웹 2.0과 집단 지성에 적응하지 못하는 기업만은 아닐 것이다. 정재승 / 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돈 탭스코트·앤서니 윌리엄스 지음/21세기북스 과학기술 연구개발 분야에도 ‘웹2.0 시대의 화두’인 집단 지성의 바람이 불고 있다. 제약업계 거물인 미국의 엘리 릴리사는 2001년 아주 독특한 전자상거래 벤처기업 하나를 만들었다. 이노센티브(www.innocentive.com)라는 이름의 이 회사 사이트에 들어가면 기업은 익명으로 답을 필요로 하는 과학기술 문제를 올릴 수 있다. 그리고 이 문제의 해결 방안을 올리는 과학자는 500만원에서 1억원까지 기업으로부터 현금보상을 받게 된다. 이 꿈같은 ‘짝짓기 시스템’은 아직 해결되지 않은 과학기술 문제와 이 문제에 대한 전문적인 해결사를 연결해 줌으로써 회사들이 전세계 과학 공동체의 인재들을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노센티브에는 현재 보잉, 듀폰 등 〈포천〉지 선정 500대 기업 중 35개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이노센티브에 등록된 과학자만도 175개국에서 9만여 명에 이른다. 컨설팅 전문가인 〈위키노믹스〉 지은이 돈 탭스코트와 앤서니 윌리엄스는 기업들이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유능한 인재를 찾아내 난해한 문제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하는 혁명적인 시장에 주목했다. 그들은 이러한 시장을 ‘이데아고라’(Ideagoras)라고 부른다. 고대 아테네 시민들의 정치 및 상업의 중심지였던 아테네 시민광장 아고라처럼, 지은이는 ‘이데아고라’가 과학기술의 중심이 되리라 믿는다. 이 현대판 아고라는 혁신에 굶주린 회사들을 위해 전세계로부터 아이디어와 발명품, 그리고 과학적인 전문지식을 끌어 모으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가 만든 퇴직 과학기술자의 벤처기업 자문 시스템이 20세기 정부 주도형 방식이라면, 이데아고라는 21세기형 자발적 네트워크 방식의 짝짓기 시스템인 셈이다. 기업에서 제시한 연구과제와 과학자를 연결시켜주는 이 혁명적인 시장을 통해 기업들은 앞으로 내부적으로는 핵심 인재를 키우면서 동시에 외부적으로 보완적인 아이디어를 구할 수 있다. 이제 기업들은 세계가 곧 자신들의 연구개발부서가 될 것이다. 이제 폐쇄적이고 단선적인 회사 안 연구개발 풍토는 이데아고라로 인해 큰 변화를 겪을 것이다.
정재승교수
위키노믹스 시대에 ‘광산의 카나리아’는 웹 2.0과 집단 지성에 적응하지 못하는 기업만은 아닐 것이다. 정재승 / 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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