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윤리 이야기>권복규 지음·신동민 그림/책세상·1만3000원
유전자 조작 등 과학기술 발전이
되레 인간삶 파괴할 가능성 인식
인간존엄 지킬 생명윤리 성찰
되레 인간삶 파괴할 가능성 인식
인간존엄 지킬 생명윤리 성찰
<생명 윤리 이야기> 권복규 지음·신동민 그림/책세상·1만3000원
‘신의 아이’ 빈센트: 범죄 기질이 있는데다 31살에 심장질환 사망 위험과 근시 유전인자를 보유한 열성 인간.
‘인간의 아이’ 안톤: 빈센트에게 낙심한 부모가 유전자 조작과 시험관 수정을 통해 열성인자를 제거해 ‘만든’ 완벽한 인간.
‘자연 잉태자’ 빈센트는 우주비행사를 꿈꾸지만 시험이나 면접에서 되는 일이 없다. 자신의 불길한 운명을 깨닫고 디엔에이 중개인을 통해 ‘유전자 세탁’을 하고서 꿈도 사랑도 이뤄간다. 유전자를 구성하는 네 가지 염기(아데닌, 구아닌, 티민, 시토신)를 따서 이름붙인 영화 ‘가타카’(GATTACA)는 유전자가 지배하는 암울한 계급사회를 그리고 있다. 이 영화의 한 장면이 만약 우리의 미래라면?
심장질환에 취약한 유전자를 지닌 빈센트는 단지 미래의 발병확률 때문에 건강보험료를 더 내야 한다. 예비아내 쪽 가족과 건강진단서 대신 유전자 정보를 교환하는 상견례 자리에서는 명이 짧다고 퇴짜를 맞는다. 범죄 기질을 지니고 태어난 탓에 미제의 범죄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경찰의 블랙리스트에 오른다. 빈센트 자신은 불리한 유전인자를 극복하고 예방적 삶을 살려고 했을지라도 어느 순간 운명의 장난에 두 손 들고 삶을 포기해 버릴지 모른다. 개인의 유전정보가 손쉽게 유출돼 이리저리 이용되는, 곳곳에서 우생학적 차별이 일어나는 세상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책세상 출판사의 청소년 교양 시리즈의 하나인 〈생명 윤리 이야기〉는 인간을 위한 과학기술의 발전이 오히려 인간의 삶을 파괴하는 악으로 돌변할 수도 있는 과학기술문명 속에서 인간다운 사회를 어떻게 가꿀지에 관한 성찰을 담았다.
먼 얘기가 아니다. 살아가는 내내 선택의 기로에 놓일 질문들로 가득하다. 당장 슈퍼마켓에서 유전자 조작 콩으로 만든 값싼 두부를 사먹을지 말지, 아버지가 간암으로 돌아가셨으니 암 정기진단을 받아야 할지 말지에서부터 사회적 합의를 이뤄야 할 ‘배아는 생명인가’ ‘뇌사자는 정말 죽은 것일까’ ‘안락사는 정당한가’라는 윤리적 딜레마까지.
국내 첫 의사학(醫史學) 박사를 받고 “의학교육에 사람다움과 가치관을 심어보려” 애쓰는 지은이 권복규 교수(이화여대 의대)는 이 책에서, 인간이 대상인 실험이나 연구에 수반되는 윤리적 문제, 안락사·낙태·장기 이식과 뇌사 등 의료 시술과 관련된 문제, 생명공학의 발전에 따라 자연생태계의 생물을 조작하고 변형시키면서 생긴 문제 등 세 갈래로 짚어본다.
체외수정술이 발달하면서 예전에는 생각지도 못한 난자·정자 매매, 대리모, 수정란의 법적·윤리적 지위 등 많은 어려운 문제가 생겨났다. 착상되지 못한 수정란(배아)을 폐기하는 것은 살인인가 아닌가? 인간 생명의 시작을 ‘수정 후 14일’로 보자는 견해가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이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줄기세포 연구의 궁극적 목적은 치료인데 절박한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하다 죽게 했다면 배아를 파괴하는 것 이상의 윤리적 문제가 아닌가? 또 장기이식의 우선순위는 어떻게 정할 것인지, 돼지의 심장을 이식받았다면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을 어떻게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인지, 가난한 사람도 이식받을 수 있도록 하려면 국가 지원은 어디까지 해야 하는지, 의료문제를 넘어 종교적 사회적 문제로 나아간다. 생명윤리란 결국 내달리는 과학에 비판이나 반성의 브레이크를 밟는 일임을, 그리하여 인간의 존엄성과 인권을 돌아보게 하는 보루임을 지은이는 강조한다.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돼지심장 이식 받으면 예전과 같은 나일까’
체외수정술이 발달하면서 예전에는 생각지도 못한 난자·정자 매매, 대리모, 수정란의 법적·윤리적 지위 등 많은 어려운 문제가 생겨났다. 착상되지 못한 수정란(배아)을 폐기하는 것은 살인인가 아닌가? 인간 생명의 시작을 ‘수정 후 14일’로 보자는 견해가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이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줄기세포 연구의 궁극적 목적은 치료인데 절박한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하다 죽게 했다면 배아를 파괴하는 것 이상의 윤리적 문제가 아닌가? 또 장기이식의 우선순위는 어떻게 정할 것인지, 돼지의 심장을 이식받았다면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을 어떻게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인지, 가난한 사람도 이식받을 수 있도록 하려면 국가 지원은 어디까지 해야 하는지, 의료문제를 넘어 종교적 사회적 문제로 나아간다. 생명윤리란 결국 내달리는 과학에 비판이나 반성의 브레이크를 밟는 일임을, 그리하여 인간의 존엄성과 인권을 돌아보게 하는 보루임을 지은이는 강조한다.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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