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요, 소울메이트>
베스트셀러 읽기 /<고마워요, 소울메이트>
한동안 연애 잘하는 법을 알려주는 ‘연애 실용서’가 쏟아져 나오더니, 이번엔 절절한 감정에 호소하는 순정파 사랑책에 독자들의 눈길이 꽂혔다. 지난 3월 초에 나온 <고마워요, 소울메이트>(해냄 펴냄)는 지금까지 8만 부 가까이 팔리며 한국출판인회의가 집계하는 베스트셀러 순위 10위권을 지키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해냄 펴냄), <이런 남자 제발 만나지 마라>(흐름출판 펴냄) 등 연애에 관한 실용 서적류가 출판계에서 주를 이뤘다. <고마워요…>는 다르다. 테크닉보다는 사랑의 힘을 강조하고 소울메이트를 찾는 과정에서 느끼는 감정 묘사에 무게를 둔다. 책을 기획하고 편집한 해냄 출판사 장한맘 팀장은 “‘사랑은 쿨해야 한다, 사랑이 밥 먹여주지 않는다’는 흐름이 계속되다 보면 여기에 반대해 진정성에 대한 요구도 나올 것이라 예상했다”며 “일부러 쿨한 것은 걷어내고 감성적인 코드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책의 지은이는 지난해 방영된 시트콤 <소울메이트>의 조진국 작가다. 시트콤의 연장선상에서 책이 기획된 건 아니지만 시트콤의 감성적인 대사를 눈여겨봤던 팬들이 출간 뒤 입소문을 내는 데 한몫 했다. 책과 함께 나온 음반도 초기 마케팅 효과를 높였다. 책을 읽을 때 함께 들으면 좋을 팝송을 작가가 직접 골라 만든 편집 음반인데, 신간 소개와 더불어 책과 같은 표지의 음반도 새음반 소개 등을 통해 매체에 노출됐다. 홍보 효과를 서로 높이면서 이 음반도 지금까지 3000장 가량 팔리며 팝 편집음반 판매 순위 10위권 안에 들었다. 책이 베스트셀러 순위에 진입하면서 요즘들어 판매량이 늘고 있는 추세다.
기획 의도와 마케팅 전략도 좋았지만 책 자체도 베스트셀러의 공식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주제를 다루는 가벼운 에세이 형식에 타깃 독자인 20대 여성들이 좋아할 만한 일러스트를 넣어 선물하기 좋은 책을 만들었다. 책을 산 사람들은 20대 중후반의 여성이 80%에 이른다고 출판사는 분석했다.
한번쯤 사랑해 본 사람들이 가장 쉽게 마음에 와닿는 이별의 단계에서 책은 시작한다. 한 여성이 3년 동안 사귄 애인과 헤어지고 소울메이트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여성의 입장에서 서술해나간다. 이별, 만남 등의 국면 전환기마다 장을 나누고, 각 장은 다시 세부 챕터로 나눠 각 챕터의 처음은 드라마 대본처럼 주인공이 처한 상황을 짤막하게 보여준다. 덕분에 감정 묘사에 치중해 자칫 지루해지기 쉬운 책에 속도감이 붙었다.
지은이는 남녀가 만나 헤어지고 사랑하는 뻔한 얘기를 뻔하지 않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상 소품을 활용한 비유로 감정을 눈에 보이듯 묘사하고, 공감을 끌어내는 데 능하다. “지옥은 천국의 반대편이 아니라 애인이 약속을 취소한 토요일 오후에 있다”, “이별한 사람은 젖은 빨래를 닮았다, 시간은 이별의 습기를 말려준다” 같은 묘사들이 그 예다. 김일주 기자 pear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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