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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진보진영 ‘운동성 복원’ 주장은 대안 아니다

등록 2007-02-26 18:22

 최장집 교수
최장집 교수
‘참여정부 공과 논쟁’ 속 최장집 교수가 진단한 ‘민주주의의 위기’
조희연 교수 견해 반박
정당정치 제도화 통한
시장경제 불평등 제어 강조

학자는 글로써 이야기한다며 말을 아꼈던 최장집 고려대 교수(정치학)가 최근 사회적 쟁점으로 떠오른 ‘참여정부 공과 논쟁’에 두 편의 글을 통해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최 교수의 발언은 계간 <비평> 2007년 봄호(14호)에 실린 논문 ‘정치적 민주화:한국 민주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와 후마니타스가 펴낸 <민주화 20년의 열망과 절망>에 실린 글 ‘민주주의 실천이 진보 출발점’을 통해 구체화됐다.

‘민주주의 실천이 진보 출발점’에서 최 교수는 ‘가난한 보통사람들의 이익과 관심을 통합해 내는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최근 논쟁의 당사자인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를 염두에 둔 듯 “민주주의를 좀더 실질화하고 제도적으로 실천 가능하게 하는 문제를 부정하면서 ‘다시 운동에 나서자’는 관성화된 주장”을 펴는 것에 의문을 표시했다. 가난한 보통 사람들의 이익을 경시한다면, “운동성의 복원을 그 어떤 급진적 언어로 강조한다 해도” 기성 체제의 헤게모니만 강화시킨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민주주의의 제도적 실천보다는 급진적 민중주의를 통한 운동의 정치를 강조한 조희연 교수의 견해와 뚜렷이 배치되는 내용이다.

최 교수는 이 글에서 참여정부에 대한 평가도 다시 한번 명확히했다. 그는 “참여적이고 개혁적이며 민족적이고 자주적이며 미국에 대해 큰소리치는 것처럼 자신을 내세우는 민주정부들이 어떻게 해서 빈부격차와 사회 양극화를 확대시키고 저변층을 감당할 수 없는 빈곤에 처하게 하고, 자살-반인륜 범죄-가정 해체로 내몰리도록 방치할 수 있었으며, 과거 권위주의 시절보다 더 ‘재벌 중심-노동 배제를 축으로 하는 성장지상주의’를 추구할 수 있었는가?”라고 물으며, 이에 대한 답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비평>에 실은 논문은 이 질문에 대한 최 교수의 대답을 다시 한번 상술한 글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논문에서 최 교수는 한국 민주주의 문제의 근원으로 ‘정당체제의 낮은 제도화’를 지목했다. 그는 민주주의 제도 가운데 정당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핵심적인 집단적 행위자라고 못박으면서, 정당을 매개로 하여 갈등의 조정과 타협을 이룰 때만 사회통합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대 민주주의를 정당민주주의 또는 정당정치라고 정의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 한국정치는 이 정당정치의 제도화에 실패했다고 그는 진단했다.

나아가 그는 민주주의의 내용이 취약하기 이를 데 없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민주화란 정치체제의 민주화에서 그쳐선 안 되며, ‘시장경제의 민주적 조율’을 그 실질적 내용으로 갖추어야 하는데 그게 빠졌다는 것이다. 민주화 이후 집권세력이 성장지상주의에 매몰되면서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지닌 불평등 효과를 정치적으로 제어하는 기능을 하지 못했다고 그는 강조했다.

또 최 교수는 민주화 이후 민주정부들이 국가관료기구 통제라는 문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관료기구를 민주적으로 통제하지 못한 채 개혁목표를 제시하고 그 실제적 정책 결정과 수행을 관료기구에 떠맡김으로써 다수의 이익을 배반했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한국 민주주의가 실질적으로 발전하려면, 정당체제의 발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동시에 보통사람들의 사회경제적 삶의 조건을 향상시키며, 국가의 행정관료체제를 민주적으로 통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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