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와 시인>보들레르 지음, 윤영애 옮김.열화당 펴냄, 1만3000원
<악의 꽃>으로 유명한 샤를 보들레르(1821~1867)는 빼어난 감수성으로 상징주의(퇴폐주의, 악마주의) 시대를 연 시인이다. 그는 시인의 명성을 얻기 전에 미술평론가로도 활약했었다. <화가와 시인>은 보들레르가 동시대 화가이자 낭만주의 회화를 개척한 들라크루아(1798~1863)에 대해 쓴 다섯 편의 글을 한데 엮은 책이다.
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은 1830년 프랑스 7월 혁명의 격랑을 선명한 색채와 격정적 표현으로 화폭에 옮긴 낭만주의 대표작이다. 보들레르는 들라크루아의 무명시절부터 그의 그림이 품은 거침없는 표현주의 기법과 예술적 정열의 극한을 높이 평가하고 영혼의 교감을 즐겼다. “들라크루아의 상상력! 그의 상상력이야말로 심오한 종교의 영역에까지 상승하는 것을 결코 두려워한 적이 없다. 하늘이 그의 것이라면 지옥과 전쟁도 그의 것이며, 낙원의 순수함 뿐 아니라 음욕까지도 그에게 속한다. 이것이 바로 화가와 시인의 전형적 타입이 아닌가.”
작품 20점도 함께 실렸는데 컬러인쇄가 아니어서 들라크루아의 화려한 색채미학을 감상할 수 없는 점이 아쉽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