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일/출판칼럼니스트
최성일의 찬찬히 읽기 / 생각하고 토론하는 중국 철학 이야기1
강신주 지음. 책세상 펴냄. 2006년 말 많고 탈도 많은 대입논술시험이 출판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은 기초입문서의 출간이다. 철학분야로 몰리고는 있어도 소장학자들의 필진 참여는 바람직하다. 품질 또한 얕볼 수준이 아니다. 그 중에도 강신주의 작업은 상급에 속한다. 강신주는 이과 쪽 대학공부를 살려 직장생활을 하다가 마지막 기회다 싶어 지원한 대학원 철학과에 덜컥 붙어서 삶의 진로를 바꾼 남다른 이력의 소유자다. ‘최초의 철학자’라면 고대 그리스의 ‘애지자’를 떠올리기 쉬우나, 꼭 그렇지만은 않다. 먼 옛날 동양에도 지식과 지혜를 사랑하는 이들이 있었다.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제자백가가 바로 그들이다. <중국 철학 이야기 1>은 공자부터 한비자까지 12인의 사상가를 다룬다. 강신주는 그들의 사상을 단순 요약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춘추전국시대의 갈등과 대결 양상을 어떻게 풀어보려 했는지 눈여겨본다. 그러는 과정에서 중국 고대철학의 실체가 드러나기도 한다. 한자로 표현되는 중국 고대사상은 눈에 익다. 하지만 낯설고 무슨 뜻인지 모를 때가 더 많다. 같은 글자라도 일상어와 철학용어의 의미가 달라서다. 유가의 바탕을 이루는 인, 의, 예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어짊, 의로움, 예의범절과 거리를 둔다. 유가의 태두인 공자가 생각한 것과는 큰 차이가 난다. 공자의 핵심개념 인(仁)은 보편적인 사랑이 아니라는 것이 강신주의 설명이다. 그는, 인이 뭐냐는 물음에 대한 공자의 답변, “애인(愛人)”을 문제 삼는다. <논어>에 나오는 ‘애인’의 다른 용례를 예로 들면서, 사람을 가리키는 두 종류의 개념과 만난다고 지적한다. “하나는 애인이라고 할 때의 ‘인’이고, 다른 하나는 사민이라고 할 때의 ‘민’이다. 흥미로운 것은 당시 ‘인’과 ‘민’은 정치적 위계가 다른 계급을 가리키는 용어였다는 것이다.” 공자의 핵심개념은 두 말할 나위 없이 지배층 내부에 한정된 특수한 형태의 사랑에 지나지 않는다. 예 또한 그러하여 “예란 지배계층 내부의 품위 있는 행동 규범 일반을 가리킨다.” 강신주는 철학자답게 개념의 정립이 뛰어나다. “우선 나와는 다른 삶의 규칙을 가진 존재”라는 타자의 철학적 의미는, 내가 그간 듣고봐온 풀이 중에서 가장 와 닿는다. 일가를 이룬 중국 고대사상가 12인에 대한 강신주의 평가도 눈에 띈다. 대립하는 두 국면의 상호관계를 주목한 손자는 절대적인 다스림, 용기, 강함은 없다고 보았다. 그것은 맞상대하는 적에 견줘야 의미를 지닌다. “양주는 삶 자체가 수단이면서 동시에 목적일 수 있는 경지, 즉 삶을 긍정하는 경지를 추구했다.” 노자에 대한 평가는 우리의 통념을 거스른다. “노자는 혜성처럼 등장해서 국가를 장기적으로 통치하는 방법과 아울러 천하를 통일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기존의 사상을 비판적으로 종합한 순자는 ‘동양의 아리스토텔레스’요, 위대한 사상가다. 가장 포괄적이고 합리적인 사유체계를 구성한 사상가이기도 하다. 강신주는 순자의 사유체계 중 제일 중요한 것으로 자연과 인간을 성공적으로 분리한 점을 꼽는다. 김영사의 ‘지식인 마을’ 시리즈로 출간된 강신주가 지은 <공자&맹자>와 <장자&노자>는, 적어도 분량 면에선 <중국 철학 이야기 1>의 다음 단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지식인 마을’은 내용을 전달하는 방식이 좀 어수선하다. 최성일/출판칼럼니스트
강신주 지음. 책세상 펴냄. 2006년 말 많고 탈도 많은 대입논술시험이 출판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은 기초입문서의 출간이다. 철학분야로 몰리고는 있어도 소장학자들의 필진 참여는 바람직하다. 품질 또한 얕볼 수준이 아니다. 그 중에도 강신주의 작업은 상급에 속한다. 강신주는 이과 쪽 대학공부를 살려 직장생활을 하다가 마지막 기회다 싶어 지원한 대학원 철학과에 덜컥 붙어서 삶의 진로를 바꾼 남다른 이력의 소유자다. ‘최초의 철학자’라면 고대 그리스의 ‘애지자’를 떠올리기 쉬우나, 꼭 그렇지만은 않다. 먼 옛날 동양에도 지식과 지혜를 사랑하는 이들이 있었다.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제자백가가 바로 그들이다. <중국 철학 이야기 1>은 공자부터 한비자까지 12인의 사상가를 다룬다. 강신주는 그들의 사상을 단순 요약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춘추전국시대의 갈등과 대결 양상을 어떻게 풀어보려 했는지 눈여겨본다. 그러는 과정에서 중국 고대철학의 실체가 드러나기도 한다. 한자로 표현되는 중국 고대사상은 눈에 익다. 하지만 낯설고 무슨 뜻인지 모를 때가 더 많다. 같은 글자라도 일상어와 철학용어의 의미가 달라서다. 유가의 바탕을 이루는 인, 의, 예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어짊, 의로움, 예의범절과 거리를 둔다. 유가의 태두인 공자가 생각한 것과는 큰 차이가 난다. 공자의 핵심개념 인(仁)은 보편적인 사랑이 아니라는 것이 강신주의 설명이다. 그는, 인이 뭐냐는 물음에 대한 공자의 답변, “애인(愛人)”을 문제 삼는다. <논어>에 나오는 ‘애인’의 다른 용례를 예로 들면서, 사람을 가리키는 두 종류의 개념과 만난다고 지적한다. “하나는 애인이라고 할 때의 ‘인’이고, 다른 하나는 사민이라고 할 때의 ‘민’이다. 흥미로운 것은 당시 ‘인’과 ‘민’은 정치적 위계가 다른 계급을 가리키는 용어였다는 것이다.” 공자의 핵심개념은 두 말할 나위 없이 지배층 내부에 한정된 특수한 형태의 사랑에 지나지 않는다. 예 또한 그러하여 “예란 지배계층 내부의 품위 있는 행동 규범 일반을 가리킨다.” 강신주는 철학자답게 개념의 정립이 뛰어나다. “우선 나와는 다른 삶의 규칙을 가진 존재”라는 타자의 철학적 의미는, 내가 그간 듣고봐온 풀이 중에서 가장 와 닿는다. 일가를 이룬 중국 고대사상가 12인에 대한 강신주의 평가도 눈에 띈다. 대립하는 두 국면의 상호관계를 주목한 손자는 절대적인 다스림, 용기, 강함은 없다고 보았다. 그것은 맞상대하는 적에 견줘야 의미를 지닌다. “양주는 삶 자체가 수단이면서 동시에 목적일 수 있는 경지, 즉 삶을 긍정하는 경지를 추구했다.” 노자에 대한 평가는 우리의 통념을 거스른다. “노자는 혜성처럼 등장해서 국가를 장기적으로 통치하는 방법과 아울러 천하를 통일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기존의 사상을 비판적으로 종합한 순자는 ‘동양의 아리스토텔레스’요, 위대한 사상가다. 가장 포괄적이고 합리적인 사유체계를 구성한 사상가이기도 하다. 강신주는 순자의 사유체계 중 제일 중요한 것으로 자연과 인간을 성공적으로 분리한 점을 꼽는다. 김영사의 ‘지식인 마을’ 시리즈로 출간된 강신주가 지은 <공자&맹자>와 <장자&노자>는, 적어도 분량 면에선 <중국 철학 이야기 1>의 다음 단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지식인 마을’은 내용을 전달하는 방식이 좀 어수선하다. 최성일/출판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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