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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민주담론 밀려난 뒤 소득분배 악화”

등록 2007-01-18 18:29수정 2007-01-18 22:49

박상훈씨 ‘1단계 민주화의 종결’ 논문에서 주장
90년 중반 이후 시장주의 지배적 담론으로 자리
“현 정부서 심화”…정치복원 민주개혁의 장 마련해야
1990년대 중반부터 ‘시장주의 개혁 담론’이 ‘민주주의 개혁 담론’을 밀어내고 우위에 섰으며, 그런 상황 역전은 소득분배가 악화한 것과 시기상 일치한다는 논문이 발표됐다.

박상훈 도서출판 후마니타스 주간(정치학 박사)은 반년간 <민주사회와 정책연구> 2007년 상반기호(통권 11호)에 발표한 ‘1단계 민주화의 종결’에서 한국 민주주의가 시장권력에 굴복함으로써 실질적 내용을 상실했으며, 지난 10여년간 그 경향이 강화했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은 김동춘 교수가 최근 저서 <1997년 이후 한국 사회의 성찰>에서 ‘한국 사회가 기업의 식민지로 떨어지고 있다’며 그 실상을 요약한 ‘기업사회론’(1월12일치 <한겨레> 책·지성섹션 2~3면)과 맥락을 함께 한다.

박 주간은 이 논문에서 10대 종합일간지의 보도를 표본으로 삼아 개혁의 의미를 둘러싼 사회세력의 여론투쟁 양상을 분석했다. 개혁을 다룬 신문보도 기사를 ‘민주주의적’인 것과, ‘시장주의적’인 것으로 나눠, 분포 추이를 분석한 것이다.

그 결과 1987년 이래 꾸준히 우위를 지키던 ‘민주주의적 개혁론’이 김영삼 정부 후기인 1990년 중반에 이르러 ‘시장주의적 개혁론’에 밀려났으며, 시장주의는 이후 지배적 담론 지위를 지켰다고 그는 밝혔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런 담론상의 세력 변화가 계급간 소득분배의 변화로 이어졌다는 사실이다. 계급간 권력관계를 보여주는 가장 압축적인 지표인 ‘노동소득분배율’(노동소득이 전체 국민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보면, 1996년까지는 노동소득 비중이 꾸준히 증가했지만, 이후 하락세로 돌아섰다. 노동소득 비율의 하락이 시장주의 담론의 득세와 연동돼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박 주간은 이런 분석 위에서 한국 사회가 시장권력에 굴복했으며, 그에 따라 개혁 담론이 ‘시장주의 편향’으로 변질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 변질 과정을 세력간 투쟁의 결과로 설명했다. 민주화란 구체제의 개혁을 둘러싼 갈등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데, 개혁의 민주적 내용을 확대하려는 세력에 대항해 현상유지를 원하는 세력은 반개혁·반민주를 직접 주장할 수 없기 때문에, ‘시장친화적 개혁’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개혁의 내용을 둘러싸고 ‘민주주의냐’ ‘시장주의냐’가 대립하는 모습이 연출되는 것이다. 지난 10여년 동안 이 대립에서 시장주의 세력이 지배적 우위를 점했고, 국가권력이 시장권력에 굴복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는 것이 박 주간의 진단이다.

박상훈씨
박상훈씨
그는 사태의 이런 진전이 노무현 정부에 들어와 더욱 급격해졌는데, 그 양상은 노무현 정부의 권력 핵심과 삼성의 동맹이라는 형태로 나타났다고 지적하면서 그 구체적인 증거들을 열거했다. 더 심각한 것은 삼성이 ‘국민소득 2만달러’ 등 국정담론을 조직하고 주도함으로써 시장을 대기업 중심으로 왜곡하고, 빈부격차를 극복하기 어려운 체제로 굳히는 결과를 냈다는 데 있다.

그는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는 데 민주파의 무능이 결정적 원인을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민주파가 개혁 대안을 개발하지 못한 채 대기업의 시장담론에 투항한데다, 민주주의의 내용을 정치를 통해 실현해야 할 정당이 자생력을 갖추지 못함으로써 분배와 평등의 문제를 해결할 주체를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치의 복원을 통해 국가를 ‘민주 개혁’ 실현의 장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박 주간은 강조했다.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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