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동물 흔적도감> 최태영·최현영 지음. 돌베개 펴냄. 2만5000원
6년이상 몽골까지 발품 팔아 발자국·오줌·털 등 흔적 추적
“인간 위주 무분별개발 막아야죠 좋아서 안 했다면 절대 안될 일”
“인간 위주 무분별개발 막아야죠 좋아서 안 했다면 절대 안될 일”
책·인터뷰/‘야생동물 흔적도감’ 쓴 최태영씨
<야생동물 흔적도감>이란 희귀한 책이 나왔다. 동물도감도 아니고 흔적도감이라면? 말 그대로 동물들이 남긴 발자국, 똥·오줌, 털 등 여러 흔적들을 사진, 그림과 함께 동물별로 정리해 자세히 설명해주는 책이다. 우리나라엔 외국 것 베낀 동식물 사진도감들은 적지 않지만 우리 손으로 만든 변변한 생물도감들 찾기가 어렵고, 흔적도감이란 건 아예 구경하기도 힘들다. “미국엔 수십종이 있고 유럽쪽에도 여러종이 있다. 일본에도 한 종이 있는 걸로 안다. 우리가 만든 건 그들 도감들에 전혀 뒤지지 않는 수준이다.” 공저자 최태영씨는 자신했다.
왜 하필 흔적도감인가? “야생동물들은 많지만 잘 보이지 않는다. 청설모, 다람쥐 등을 빼면 포유류의 대부분은 야행성인데다 사람 가까이 다가오지도 않는다. 흔적이라도 확인해야 가까이 있다는 걸 알게 되고 그래야 동물들을 이해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이해해야 무분별한 인간위주의 개발로 동물들이 사라져가는 걸 막을 수 있지 않겠나.” 그리고 덧붙였다. “동물들 흔적에 대해선 일반인뿐 아니라 학교선생님들이나 전문가들도 도통 모른다. 예컨대 무슨 공사를 하거나 발굴할 때 주변 생태계를 조사해서 제대로 알아야 어떻게 대처할지 지침을 내놓을 수 있을 텐데 다들 전혀 모른다. 그런 일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건 일반 사진도감이 아니라 흔적도감이다.” 따라서 <야생동물 흔적도감>은 일반인이나 학생, 선생님, 전문가들이 두루 읽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썼다. 600여장에 이르는 수록 사진들을 모으기 시작한 때로부터 세면 6~8년의 세월이 걸렸다.
예비학습코스라고나 할 1부 ‘야생동물의 흔적을 이해하기 위한 첫걸음’에 이어 2부는 고슴도치, 두더지, 청설모, 멧토끼, 여우, 너구리, 족제비, 반달가슴곰, 노루, 산양 등 포유류 수십종과 새들의 ‘사는 곳과 생활’, ‘발자국’, ‘먹이 흔적’, ‘그밖의 흔적’ 등이 직접 찍은 사진·그림들과 함게 일목요연하게 소개된다. 노루와 족제비, 여우, 멧돼지, 시궁쥐 발자국이 어떻게 다른지 그림을 보면 단박에 알 수 있다. 이를 위해 전국 방방곡곡은 물론 이땅에선 찾아보기 어려워진 동물들의 자취를 확인하기 위해 중국, 연해주, 몽골 등 나라바깥도 휘젓고 다녔다. 사진들은 모두 언제 어디서 찍은 것들인지 명기돼 있다. 사진은 공저자 둘이 함께 작업했지만 현장답사를 토대로 한 생생한 그림들은 최현명씨가 전적으로 맡았고 글은 최태영씨가 썼다.
두 사람 다 대학에서 ‘조경학’을 전공했다. 동기동창쯤 되느냐고 물었더니 “최현명씨는 나보다 10살쯤 위”라며 “2000년께 만났는데, 당시 최씨는 야생동물에 도통한데다 그림솜씨도 알려져, 그 분야에선 마치 재야의 고수 같았다”고 말했다. 당시에도 화가는 많았으나 야생동물에 대한 풍부한 이해를 토대로 그 방면 그림을 제대로 그릴 수 있는 사람은 “최씨가 유일”했고, 그래서 책 만들 때 만났단다.
“발품 많이 들었다. 장사가 되는 것도 아니다. 내가 좋아서 하지 않는 한 도무지 되는 일이 아니다.” 이런 흔적도감은 외국 것 베껴다 써먹는다는 게 별 의미가 없다. 나라마다 환경이 다르고 서식동물들과 그 행태도 다를 테니까 말이다. 동물들이 실제로 남긴 흔적들을 조사대상으로 삼는 흔적도감은 바로 지금 우리 주변에 살고 있는 동물들 얘기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엔 포유류가 대체로 8목123종쯤 사는데 그 가운데 우리가 비교적 가까이 볼 수 있는 건 10여종에 지나지 않는다. 10여종이라면? “너구리, 고라니, 멧돼지, 삵, 노루, 수달, 청설모, 다람쥐, 멧토끼, 담비 등이다.” 이리저리 강연도 해왔고 그 덕에 출판쪽과도 연결됐다. “동물과 숲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싶고, 책도 좀 더 다듬고 싶은데, 그러려면 이 책이 좀 팔려야 하는데….” 설악산 산양연구로 석사논문을 썼으며 지리산국립공원 반달곰관리팀에서도 일했던 최태영씨는 지금 서울대 환경계획연구소에서 ‘서식지 적합성 분석’과 ‘도로생태학’을 공부하며 인간이 만든 도로에서 동물들이 자동차 등에 치여죽는 ‘로드킬’을 주제로 박사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한승동 기자 sdhan@hani.co.kr
저자 최태영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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