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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우의요즘읽은책] 비만은 남의 에너지 과도하게 뺏은 것

등록 2006-12-07 15:44

이권우/도서평론가
이권우/도서평론가
이권우의 요즘 읽은 책 /

<생명과학과 선> 우희종 지음,미토스 펴냄

연초에 신경질적으로 내팽개친 책이 있었다. 저자가 수의학과 교수인데다 책 제목에 생명과학이라는 말이 들어가 있어서였다. 넌더리가 낫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불교적 관점에서 생명과학을 바라본다는 것이 어딘가 비과학적일 것 같아서였다. 그러다 근 1년만에 그 책을 읽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학수 피디가 쓴 <여러분! 이 뉴스를 어떻게 전해드려야 할까요>를 읽다가 광풍에 맞서 학자적 양심을 지킨 인물 가운데 우희종 교수가 거론된 대목을 보았던 것이다.

몇 꼭지를 읽어나가다 보니 공감할만한 부분이 자주 나왔다. 조류독감이나 구제역 때문에 짐승들이 ‘살’ 처분되는 장면을 보며 지은이는 두려워 한다. 그 병들이 널리 퍼질까 그런 것이 아니다. 먼저, 인간의 탐욕에 대한 두려움이다. 없던 질병이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다. 오로지 생산성을 높이겠다는 욕심에 과도하게 밀집된 사육환경에서 짐승을 키운 탓이다. 자동차 사고로 사망할 확률보다 감염될 가능성이 수천배나 낮다는 조류독감에 과민하게 반응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인간들의 막연한 두려움을 알아차린다. 그리고 전염병이 발생할 적마다 방역미비를 질타하는 목소리를 들으면서는 인간의 오만을 목격한다. 과학의 힘으로 자연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어리석음의 발현이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가 죽음에 이르는 병에 이르렀다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가능성은 둘이다. 하나는 줄기세포나 동물장기를 이용하는 생명공학의 힘으로 이를 치료해보겠다고 하는 것이다.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 과학의 힘을 빌리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부처가 직접 보여주었다. 죽음을 앞두고 고통 받는 제자에게 부처는 신통력을 발휘하지 않았다. 그저 편한 마음으로 임종을 맞이하도록 이끌어주었다. 이 일화에 주목할 때 다음과 같은 지은이의 말에 공감하게 된다.

“세상만물이 이합집산과 성주괴공을 되풀이하고, 생로병사는 제행무상의 진리로부터 조금도 어긋나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우리들이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하고 의심도 하지 않는 병들고 늙고 죽는 것을 두려워하며 이를 막으려고 애쓰는 마음이야말로 그 자체로서 진리에 어긋나고 싶어 하는 마음으로서 어쩌면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짓는 악일지도 모른다.”

진정한 불자는 비만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에는 슬며시 미소를 짓게 된다. 비만을 좀 어렵게 정의하자면, 과도한 에너지 섭취에 비해 소모가 따라가지 못해 남은 에너지가 축적된 것을 말한다. 생명계는 서로 얽혀 있다. 나는 남에 의존해 있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나의 에너지는 남에게서 빼앗아 온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과도하다면, 나의 욕심이 지나쳤다는 것을 뜻한다. 이를 확대해석하면, 인간의 그릇된 집단적 욕망이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고, 이를 뒷받침하는 지식체계는 과학기술이 된다.


불교가 과학적인 것이 아니라, 과학이 지극히 불교적이라는 주장에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신심 깊은 불자로서는 얼마든지 할 수 있는 말인데다, 그 표현 자체가 중요하다고 여기지 않아서다. 지은이가 말한 불교라는 낱말을 생태, 생명, 지혜라는 말로 바꾸어도 괜찮을 듯싶었다. 지은이는 소욕지족한 선사들의 생태적 삶을 대안으로 내놓는다. 마음공부를 부지런히 하다보면 어느덧 우리도 그 삶을 살아갈 수 있으리라.

이권우/도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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