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파주 출판단지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에서 열린 대학생 독서토론대회 결승전 모습. 교보문고 제공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첫 대학생 독서토론회 불꽃 공방
논제 던지고 주장-반박 주고받아
논제 던지고 주장-반박 주고받아
“반 학생들이 ‘기표’를 정말 우상화했을까요?”(B팀)
“학생들이 기표에게 당하면서도 기표를 꺾으려 하는 담임에게 저항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 그것이 기표가 우상임을 보여주는 것 아닙니까?”(A팀)
“아닙니다. 이 소설에선 한 인간을 절대악으로 만드는 것은 제도이고, 학생들은 결국 그 제도에 순응합니다. 제도가 우상임을 보여주는 것이죠.”(B팀)
지난 28일 오후 파주 출판단지 안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1층 대회의장은 불꽃 튀는 토론장이었다. 교보문고와 숙명여대가 공동 주최한 ‘대학생 독서토론대회’의 결승전이 벌어지는 자리였다. 각각 두 명씩 한 팀을 이루어 레슬러가 링 위에서 태그매치를 하듯 두 팀이 단상에서 말의 공방, 논리의 대결을 벌였다.
정치·사회적 주제에 관한 대학생 정책토론 대회는 여러 번 열렸지만, 책을 읽고 그 책을 주제로 삼아 토론 대결을 벌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전국에서 199팀이 신청해 예선을 거친 뒤 모두 16팀이 본선에 진출했다. 이날 결승전에 앞서 본선 진출자들은 오전 9시부터 연거푸 8강전, 4강전을 벌였고, 그들 가운데 서울대 경기동-임미경 팀(B팀), 연세대 허진경-강서희 팀(A팀)이 결승전에 올랐다. 학생들은 ‘폭력에 대한 성찰’이라는 큰 주제 아래 르네 지라르의 〈폭력과 상스러움〉, 에리히 프롬의 〈자유로부터의 도피〉, 프란스 드 발의 〈내 안의 유인원〉, 그리고 전상국의 소설 〈우상의 눈물〉을 텍스트로 삼아 토론 대결을 벌였다.
이날 토론 대회는 사회자 없이 주어진 틀에 따라 각 팀이 서로 논제를 던지고 그 논제를 두고 대결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결승전 텍스트는 〈우상의 눈물〉이었다. 반에서 폭력을 행사하며 권력자로 군림하던 기표라는 학생이 담임교사와 그의 사주를 받은 반장의 주도면밀한 공략 끝에 아이들의 동정을 받는 처지로 무너진다는 것이 소설의 줄거리다. 결승전에 오른 두 팀은 각각 ‘암묵적 폭력으로 얻은 사회적 평화는 타당한가?’(B팀) ‘폭력에 대한 정당한 제재와 부당한 제재를 구분하는 기준은 뭔가?’(A팀) 등을 논제로 내놓고 팽팽한 접전을 벌였다. 최종 승리는 암묵적 혹은 제도적 폭력으로 얻은 평화는 진정한 평화가 아니며 구성원의 자율과 자유를 보장해주지 못하는 가짜 평화라는 논지를 편 B팀에 돌아갔다.
대회 심사위원장을 맡은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는 “텍스트가 지닌 여러 층위의 의미를 깊이 살피는 것도 좋지만, 그에 앞서서 텍스트에 기술된 사실 자체를 명확히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토론 대회를 강평했다. 대상을 받은 서울대팀의 임미경씨는 “한달 동안 토론대회를 준비했다”며 “책의 의미를 따져가며 속속들이 읽은 것이 유익했다”고 밝혔다. 대회를 준비한 이황직 숙명여대 교수는 “토론 기술을 실전에서 익히고 더 넓은 지식과 교양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주고자 독서 토론 대회를 열었다”고 밝혔다.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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