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배와 칼
리안 아이슬러 지음·김경식 옮김. 비채 펴냄·2만3000원
리안 아이슬러 지음·김경식 옮김. 비채 펴냄·2만3000원
수만년에 이르는 선사시대에는 여성과 남성이 사회·경제적으로 평등했거나 여성의 지위가 더 높았다. 신석기 시대는 여신을 숭배하고 생명과 자연의 힘을 찬미하며 삶의 희열이 넘쳐났다. 선사시대인들이 남긴 예술작품과 유적에서 전투장면이나 전쟁영웅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그렇다고 여성이 우월적 지배권력이었거나 남성이 종속적 지위에 있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러나 남성권력자들이 창조와 생산기술이 아닌 강력한 파괴력을 바탕으로 재화를 축적하면서 평화의 시대는 막을 내린다. 지은이는 지금과 같은 대결과 지배의 문화로는 인류의 미래는 없다고 단언한다. ‘이성’과 ‘기술문명’으로 포장된 남성지배체제는 파탄났다. 지은이는 이제 ‘페미니즘’이 새로운 삶의 방식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때 페미니즘이 남성 권력의 여성 대체를 하자는 것이 아님은 물론이다. 오히려 진정한 남녀유대를 바탕으로 만물상생과 인류평화의 ‘공동협력사회’로 나아가자는 것이다.
‘성배’는 여신(여성)의 문화를, ‘칼’은 폭력적인 남성문화를 상징한다. 지은이는 고고학 문화인류학 역사 여성학 등 방대한 분야를 섭렵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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