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의 혁명
라울 바네겜 지음. 주형일 옮김. 시울 펴냄. 1만6500원
라울 바네겜 지음. 주형일 옮김. 시울 펴냄. 1만6500원
1960년대 유럽에 ‘상황주의 인터내셔널’이 있었다. 무척이나 낯설고 뜬구름 잡는 개념 같다. 그렇다면 ‘혁명’이라는, 여전히 위험 혐의를 벗지 못하는 낱말을 ‘일상의 경쾌한 전복’, ‘축제 같은 반란’으로 바꿔보자. ‘상황주의 인터내셔널’은 삶과 문화와 혁명이 다르지 않다고 믿었던 아나키즘 성향의 전위예술가와 좌파작가들의 조직이었다.
벨기에 출신의 철학자이자 문헌학자인 바네겜의 <일상생활의 혁명>(시울 펴냄)은 그 대표적 이론서의 하나다. 원제는 <젊은 세대를 위한 삶의 지침서>로, ‘68혁명 세대의 바이블’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주요 개념이 ‘스펙터클’이다. 스펙터클은 ‘보이는 것’을 자기와 동일시하게 하는 일종의 착각이다. 바네겜은 이에 대해, 표상 뒤에 숨겨진 ‘사태’의 본질을 변혁을 열망하는 소외자들의 눈으로 볼 것을 촉구한다. 소비자본주의 체제의 덧없음을 딛고 열정적 삶의 본디 모습을 복권함으로써 새로운 전망을 모색하자는 것이다.
마무리는 <공산당 선언> 마지막 구절 패러디. “우리가 얻을 것은 즐거움의 세계요, 잃을 것은 권태뿐이다.”
조일준 기자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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