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불암산 소재…3개 한글비 중 가장 오래돼
옛 한글이 새겨진 비석이 처음으로 ‘보물’로 지정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8일 노원구 하계동 불암산 자락에 있는 ‘한글 고비’(서울시 유형문화재 27호)를 국가 지정 문화재(보물)로 지정해줄 것을 문화재청에 신청했다고 밝혔다. 영비(靈碑)로도 불리는 한글 고비(古碑)는 묵재 이문건(1494~1567)이 조선 중종 때 승문원(외교문서 담당 관청) 부정자를 지낸 아버지 이윤탁의 묘를 1536년 태릉에서 지금의 자리로 옮기면서 사람들의 훼손을 막기 위해 묘 앞에 세운 비석이다. 비석의 양쪽 모서리에 각각 한글과 한문으로 ‘신령한 비이니 쓰러뜨리는 사람은 화를 입을 것이라. 이를 글(한문) 모르는 사람에게도 알리노라’는 내용의 섬뜩한 경계문(警戒文)이 새겨져 있다. 비석을 세운 이문건은 조선시대 사대부들의 일상생활을 꼼꼼히 기록한 <묵재일기>의 지은이이며 조선 최초의 육아일기인 <양아록>을 남겼다.
한글 고비는 비석에 쓰인 한글 문장이 훈민정음 창제 당시의 <훈민정음 해례본>(1446)이나 <용비어천가>(1447)와 같은 글씨와 문체를 보여 주며, 지금까지 남아 있는 3개의 ‘한글비’ 가운데 비석의 건립 연대가 확실하고 가장 오래돼 일찍부터 학계의 관심을 받아왔다. 서울시 문화재과 김수정 학예사는 “지난달 서울시 문화재위원회의 의결을 거쳤고 문화재청 국보지정분과 위원과 국문학 연구자 등의 자문을 두루 받아 국가 지정 문화재 지정 신청을 추진했다”고 밝혔다.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