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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오후 토론] 남남갈등 해결의 길은 무엇인가

등록 2006-09-29 18:08

<2부 ‘남남갈등 해결의 길’-상호 이해와 협력 그리고 사회통합> (14:00~16:30)

사회 : 염재호 고려대 교수

토론 : 김호준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나성린 한양대 교수(선진화국민회의 정책위원장), 손호철 서강대 교수, 조형 이화여대 교수, 홍세화 한겨레신문 시민편집인

“북한인권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국가인권기관-보수-진보 진영 역할 분담해야”

▶김호준


남남갈등 격화시키는 요인 하나는 북한문제를 둘러싼 입장차이, 대북정책에 대한 시각차이다. 특히 북한 인권문제를 줄렀나 보수·진보 양 진영의 입장은 대척점에 있다. 보수진영 많은 사람들은 김정일 체제 무너뜨리고 자유민주주의 하는 것이 북한인권 문제를 개선할 수 있다고 본다. 반면 진보진영은 북한에 대한 외부압박은 북한 인권문제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북한 스스로 인권 개선하도록 지원해 나가가야 하며 남북의 화해와 평화정착이 시급한 주제라고 한다.

하지만 최근 양진영의 입장이 변화하고 있다. 변화의 수준이 미미하지만 의미있는 변화라고 생각된다. 그 몇가지를 들면, 지난 5월 보수진영 엔지오인 북한인권시민연대가 노르웨이에서 열린 국제회의에서 새로운 접근들을 제시했다는 점, 북한인권 문제에 소극적인 정부가 처음으로 정부 대표를 파견해 관심을 보였다는 것, 주최쪽이 종전처럼 북한정권 비난에 열을 올리기 보다는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현실적인 방안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올해 여름 북한의 수해복구 사업을 지원하자며 보수진영이 대북원조 지원에 앞장선 것도 변화한 점이다. 진보진영도 북한인권에 대한 문제제기를 시작했다. 부정하거나 침묵했던 입장과는 대조적인 것이다.

북한 사회는 인권 문제 제기에 대해 체제 전복을 위한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지만, 국제사회의 인권문제 제기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유럽의회는 총살 위기에 처한 손정남씨 정보공개 요구와 사형집행 중지를 촉구하는 대북인권 결의했고, 북한은 사형집행을 연기했다. 유럽의회의 압박을 무시할 수 없었다는 얘기다.

만약 북한인권에 대한 문제제기가 북한압박용 정치공세가 아니라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노력이라면 역할분담 강조하고 싶다. 통일부나 외교부가 남북회담이나 국제무대에서 당면 현안에 대해 북한과 협상하고 답변하는 것이 임무인만큼 인권문제를 제기하기가 쉽지 않지만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를 적극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국가기구다.

보수 진영은 미국의 대북 강경파를 상대로 한반도 안정을 중시하도록 설득하고 대북한 경제봉쇄 해제 조치를 건의할 수 있다. 진보 진영은 북한을 향해 6자회담 복귀를 촉구해야 한다. 이렇듯 정부 혼자 힘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일은 국민이 민간외교로 부축해야 할 과제다. 물론, 이러한 역할분담과 공조는 치열한 이념대결의 해소가 선행되어야 한다. 결코 용이한 문제가 아니다. 그럼에도 역할분담론을 제기하는 것은, 북한문제를 둘러싼 두 진영의 변화를 보고, 사태를 푸는 실마리를 찾지 않을 수 있을가 생각되기 때문이다.

“‘선진화와 통일의 병행’ 이상적…갈등세력 단결해 선진국 진입해야”

▶ 나성린

중진국에서 선진국 가기 어렵다. 20세기 1세기 동안 중진국에서 선진화에 성공한 나라는 일본 뿐이다. 우리나라는 철천지 원수처럼 싸우고 있다. 진보-보수 진영이 건전하게 경쟁하면서 이야기 나누고, 상생하면서 선진국으로 가도록 해야 한다.

이인호 교수는 ‘남남갈등의 본질은 현실적인 이해득실의 현격한 차이보다도 인식상의 차이에 기인하며, 지식인이나 정치인, 소위 엘리트라 불리는 사람들의 책임이 크다’고 주장했다. 남남갈등의 본질은 ‘현실적인 차이’와 ‘그 차이의 정치적 이용’ 두 가지에 있다. 즉, 남남갈등의 내용이 무엇이든 남쪽 사람들간의 다양한 현실적 차이가 존재했다. 또 정치권이 그러한 차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면서 갈등으로 증폭시켜 왔다. 따라서 이러한 남남갈등의 실체를 명확히 이해하고 참여정부 이후 더 심화돼 가는 갈등을 완화하고 해결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백낙청 교수가 제시했듯이 ‘소모적인 갈등을 줄이고 불가피한 갈등을 생산적·창조적으로 활용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지금 상황에서는 선진국 문턱에 들어갈 수 없다고 본다. 2만5000불 이상 되어야 한다. 싱가폴이나 홍콩이 소득만으로 선진국 대열에 들었지만 여전히 중진국이다. 남한 자체의 선진화도 쉽지 않는데, ‘선진화와 통일의 병행’ 해법은 이상적인 생각이다. 남한만이라도 불필요한 남남갈등을 극복하고 국가경쟁력을 높여 선진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대북관계는 지속적인 협조와 지원을 통해 북한 스스로 개혁과 개방을 통해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는 것이 현실적 대안이다. 남북한 간의 경제적 격차가 충분히 해소되고 문화적·정서적 동질성이 상당 수준 회복된 다음 국가연합과 같은 느슨한 통합을 통해 점진적으로 통일을 이루도록 해야할 것이다.

남남갈등의 본질은 좌우의 이념간 갈등 외에 지역간·계층간·세대간·노사간 갈등이 존재하며, 이런 모든 갈등이 합리적으로 해결되지 않고서 선진화는 불가능하다. 이런 갈등이 지금까지 정치적으로 이용돼 왔는데, 국론통합을 추구해야 한다. 국제사회의 개방화, 세계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이러한 세계사의 거대한 흐름 앞에서 우리 국민은 급변하는 세계를 바라보지 않고 국내 문제에 천착하여 자기 이익 챙기기에 급급해 있다. 참여정부는 이러한 경향을 더욱 부추기며 국론분열를 조장한 경향이 있다. 우리의 민주화 정도가 상당한 정도로 진전된 현 시점은 우리 모두 선진화로 나아가야 할 때이다. 과거의 모든 갈등세력들이 선진화를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 여전히 반미와 자주를 외치는 것은 시대상황에 맞지 않다.

우리나라가 세계 초강대국과의 동맹을 유지하는 것은 군사안보적인 차원에서 유리하며, 세계 최대시장인 미국과의 우호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경제적으로도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세계 최강대국이자 최대시장인 미국에 대한 반대보다는 상호 협조와 동맹관계를 계승발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국에서 얻을 것이 미국이 우리에게서 얻을 것보다 크다.

“남남갈등 극복하기 위한 정치·사회·지식·언론의 역할과 절제 필요”

▶ 손호철

남남갈등은 사실 우리사회 갈등 전체를 지칭하는 말이며, 특히 남북문제에 관한 남한 내부의 갈등을 일컫는다. 최근 증폭되어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는 2000년 총선을 겨냥해 정상회담을 발표한 김대중정부의 정략적 추진과 업적주의, 한나라당과 냉전적 언론의 정략적인 시비, 신자유주의 정책, 일부 운동권의 감상주의 내지 소영웅주의적 처신, 북한지도부의 체제 유지주의, 부시 행정부의 강경노선 등이 복합적으로 작동했다. 또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정부가 다시 승리하자 냉전적 보수세력이 위기의식을 느끼고 조직화하고 정치화한 것도 한 요인이다. 게다가 노무현정부는 불필요한 전투적이고 정제되지 않은 언어로 불필요한 갈등을 만들어 냈다.

또 하나의 핵심은 역사적 정통성과 현대적 정통성을 구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주사파는 해방공간에서 북한이 정통성이 있기 때문에 지금도 옳다고 보고 있고, 뉴라이트는 우리가 지금 옳으니까 과거에도 정통성이 있다는 논법을 쓴다. 해방 공간에서는 북한이 우리보다 상대적으로 정통성(친일청산, 토지개혁)이 있었지만, 현재는 남한이 정통성이 더 많다. 친일파 척결문제에 있어서도 남한이 떳떳하다.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통일이 된다면 분명 우리 중심의 통일이 된다. 통일은 이제 진보의 담론이 아니라 보수의 담론이다. 흠수통일론자는 김대중-노무현 정책이다. 경제적 접촉을 하다보면 힘의 관계에 의해 흡수통일 된다는 것이지 않는가. 보수 진영은 도둑처럼 통일이 찾아올까 걱정한다. 갑자기 북한이 망할까봐 걱정한다. 그렇다면 이를 수습할 방책을 보수진영이 갖고 있는지 묻고 싶다.

북한 인권문제에 있어서는 진보진영의 이중성을 반성해야 한다. 하지만 보수세력의 이중성이 더하다. 지금까지 대한민국 인권문제에 대해 안보를 위해서 눈감아야 한다고 해놓고 왜 이제와서 북한인권 문제에 눈을 돌려야 한다고 하느냐. 북한의 인권문제도 중요하지만 우리의 인권도 중요하고 대한민국 인권문제를 갖고도 싸워야 한다. 북한의 인권은 비판하면서 대한민국이 북한보다 좋은 나라니까 인권문제를 참으라고 하는 것은 이중적이다. 보수 진영은 대한민국 인권을 위해 무엇을 해왔나 반성해야 한다.

백낙청 교수는 6.15 선언에 대해 너무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6.15 선언 자체가 신자유주의가 아니라고 보는 것 자체도 잘못됐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의해 양극화가 이뤄지고 있다. 가장 반서민적인 정권이다. 먹고 살기 어려운데 북한에 퍼주고 있다거나 박정희 향수, 박근혜 불패신화가 일어나고 있는 이유인 것이다.

결국 남남갈등의 핵심은 단순히 진보 대 보수의 이분법으로 파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보수 진영이 제기하는 대한민국 정체성 문제다. 하지만 우리 헌법은 국가정체성을 자유민주주의로 규정하고 있는데 문제의 핵심은 자유민주주의가 단순한 반공주의가 아니라 사상, 결사, 집회,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정치체제라고 인정하고 있다. 미국의 가장 보수적인 교과서를 봐도 “어떤 특정 정당이나 세력을 부정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가 아니다”라고 명시돼 있다. 국가보안법이 있는 것 자체가 우리나라가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집회·사상·표현의 자유도 보장되어야 민주주의다. 남남갈등을 극복하기 위한 정치·사회·지식·언론의 역할과 절제가 필요하다.

“입장 차이에 대해 감정적 대립이나 언어폭력 지양해야”

▶조형

최근 이념적 양극화가 경제적 양극화보다 더 심각하며, 남남갈등이 어느 때보다 격화된 형태로 표출되고 있다. 남남갈등은 역사적 필연이다. 1987년 민주화 과정, 1997~8년의 경제위기, 2000년 남북 정상회담 시기를 거치면서 형성된 평화, 협력, 교류 무드 하에서는 현재의 치열하고 급박한 남남갈등 상황을 상상할 수가 없었다. 2002년 이후에 갈등이 격화되어 온 점에 주목한다면, 오래 잠복되었던 갈등의 소지가 분출할 수 있는 계기를 이때 만났기 때문이다. 최근 남남갈등은 남북관계에 기초하면서도 그것을 넘어서는 국내 및 국제 정치적 이슈들과 얽혀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남남갈등을 격화시키고 있는 근원은 우리 정부의 대북 접근방식과 대북관계를 둘러싼 주변국 특히 미국에 대한 정책에 있다. 남북간의 상호 인정과 평화적 협력 그리고 한반도 평화유지를 위한 주변국과의 협력관계의 유지를 원하는 체제안정지향 세력(혹은 보수 세력)과 미국의 간여 없이 남과 북이 자주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로 우뚝 설 것을 주장하는 현 정권(과 진보세력) 사이에는 이전 어느 때보다 극심한 대결구도가 노출되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체제 유지보다는 변혁과 개혁을 화두로 이전의 기득권 세력(혹은 소위 ‘민주화 세력’과 코드를 같이 하지 않은 세력들)에 대한 응징이 감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들의 불안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새로운 정치권력집단의 부상 과정 및 집권세력에 대한 다양한 집단의 불신과 저항이 분출되었으며, 남남갈등은 기존의 이념적 편차에 더하여 국내정치에서의 ‘친노’ 대 ‘반노’ 세력의 충돌 양상을 띠게 된 주요 원인도 여기에 있다. 남남갈등은 분명 소모적이고 비생산적이다. 또한 오늘날 우리 사회에 팽배한 상호불신 풍조와 매우 거칠고 척박하며 폭력적인 분위기를 악화시켜온 주원인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이념적 내지 정치적 입장의 차이에 대해 이름지어 낙인찍고 상호 비방하여 피해자를 만들며 감정적 대립을 조장하는 언어적 폭력화를 지양할 필요가 있다. 입장이 다르더라도 대화와 소통으로 공통점 내지 접점과 소통의 틈새를 발견하여 이견의 골을 좁힐 수 있는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본다.

유연하고 상호 대화 가능한 집단을 이념적 연결선 상의 중앙부위에 크게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도 ‘중도들’이 많지만 대개가 좌 혹은 우로 경도되어 있다. 지속적인 소통과 대화를 통해 이들이 유연하고 성숙한 “좌우 결합” 내지 “연대” 형태의 중도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은 총체적 합의가 아니라도 구체적 사안에 대한 토론과 합의를 하는 것부터 시작하여 한반도의 미래를 향한 방향과 기획이 그려질 수 있을 것이다.

“뉴라이트, 친북좌파세력이 누군지 분명히 밝혀라”

▶ 홍세화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타자를 규정하는 데 익숙했다. 하지만 뉴라이트들이 스스로 신우익을 규정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진전이다. 하지만 뉴라이트라는 것이 과거 수구냉전라이트와 어떤 차이를 두고 있는지 모르겠다. 과거 수구냉전극우세력이 반세기 가까이 분단체제 속에서 극우 헤게모니 속에서 집권해 왔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와 참여정부가 오면서 균열이 생겼고, 과거 수구냉전 라이트와의 차별성을 내세워 뉴라이트라고 이름지었다. 하지만 민주화운동을 통해 나름대로 획득한 남북관계 개선이나 민주화를 부정하면서 권력을 다시 탈환하려는 모습으로 보여지고 있다. 이 점에 있어서 이들이 합리적 보수와의 경계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에서 보수세력과 극우세력의 구분이 없는가. 뉴라이트에 그런 기대를 가졌는데, 진행된 과정을 보면 그렇지 못하다. 과거 수구냉전라이트와 같이 타자를 설정하는데 있어서 결국 친북좌파 세력이라든지, 대한민국반대 세력로 설정하고 있다. 친북좌파세력이 누군지, 지금 집권세력인지, 민주노동당인지, 전교조인지, 구체적으로 적시하면서 그 문제를 제기해야 할 것이다. 두루뭉수리하게 큼지막하게 친북좌파를 설정하면서 설정하면서 스스로 보수진영 사람이 극우세력과 선을 긋지 않는 것에 대해서 문제제기 하고 싶다.

두번째는 이들이 북한인권문제를 제기하는 것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싶다. 손호철 교수가 얘기했든 이중성과 양면성이 있다. 이들은 과거 국내에서 일상적인 고문이 행해졌을 때 입도 뻥끗 안했던 세력이다. 그래놓고서 지금 북한인권을 얘기할 수 있나. 권력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있느냐, 작동하는 곳에 있느냐에 따라 인권에 대한 시각에 있어 큰 차이가 있는 것이다.

결국 실체도 없는, 친북좌파세력·대한민국반대세력을 설정한 것과 한국의 자칭 보수 진영들이 극우가 아닌 보수를 참칭하고 있는 것이 가장 문제다.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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