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인디애나 존스’ 야생과 나눈 대화

등록 2006-09-21 19:44수정 2006-09-22 13:47

시간밖의 문명<br>
웨이드 데이비스 지음. 임자경 옮김. 무우수 펴냄. 1만2000원
시간밖의 문명
웨이드 데이비스 지음. 임자경 옮김. 무우수 펴냄. 1만2000원
잠깐독서

<시간밖의 문명>의 원제는 ‘태양의 그늘’(Shadows in the Sun)이다. ‘정신과 희망의 풍경으로의 여행’(Travels to Landscapes of Spirit and Desire)이란 부제가 붙어 있다. 1998년에 미국에서 첫 출간된 책이니 우리나라에선 8년이나 늦게 번역돼 출간된 셈이다. 8년이란 시간 차는 짧지 않다. 하지만 저자인 웨이드 데이비스가 관심을 기울인 전세계 오지에 흩어진 소수 문화의 흐름과, 열대우림 파괴와 같은 환경재앙 문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 책을 읽으면서 시차를 크게 느끼지는 못한다.

웨이드 데이비스는 하버드대학에서 민속식물학 박사 학위를 받은 저명한 문화인류학자이자 탐험가로, 영화 속의 탐험가 ‘인디애나 존스’에 비교되기도 한다. 그는 아마존과 안데스에서 8년 동안 토착민들과 함께 살면서 식물 연구를 했고, 아이티에선 부두 신앙과 좀비 현상을 관찰하며 4년을 지냈다. 티베트의 산악지대에선 구름무늬표범을 뒤쫓기도 했다. 북극지방에서 열대 아마존 밀림까지 인간이 살아있는 지역엔 거의 그의 발길이 닿았다.

이 책은 그의 그런 경험의 기록이다. 전문 학술서는 아니라 에세이에 가깝다. 사람 얘기에서부터 과학적 설명까지 자유롭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 북극지방에선 에스키모 사냥꾼의 사냥 모습을 그리고 있고, 아마존에선 밀림의 파괴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고 지구 전체에 어떤 해악을 끼치는지를 설명한다. 때론 역사도 담긴다. “1871년까지만 해도 북미대륙에서 사람보다 많았던” 버팔로들이 어떻게 삽시간에 멸종됐는지를 그는 말한다.

다양한 성격의 기행문들을 하나로 꿰뚫고 있는 주제는 저자 자신도 얘기하듯이, 자연을 유지하는 일 만큼이나 세계의 다양한 소수 문화를 유지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는 점이다. 그는 “여행이 주는 가장 강렬한 기쁨 중의 하나가 바로 옛 방식을 잃지 않은 사람들과 어울려 생활하는 것”이며 “그들은 바람과, 바위와, 씁쓸한 나뭇잎에서 과거를 느끼고 더듬으며 맛을 기억한다”고 적고 있다. 시대에 뒤떨어져 쓸쓸이 남아 있는 것처럼 보이는, 그래서 사라질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운명에 처한 것처럼 보이는 오지의 사람들을 한번 느껴보고 싶다면, 이 책은 부담없이 읽을 만하다. 그러다 보면 저자의 희망대로 “자연과 사람, 땅에서 끄집어낸 삶의 지혜와 지식을 재발견할 수 있을”런지 모른다.

박찬수 기자 pcs@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