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추얼펀드 제국 피델리티
다이애나 B. 헨리크 지음. 김상우 옮김. 굿모닝북스 펴냄. 2만1000원
다이애나 B. 헨리크 지음. 김상우 옮김. 굿모닝북스 펴냄. 2만1000원
잠깐독서
<박현주 펀드 1호> 수익률 79%. 1998년 12월 국내 최초의 뮤추얼펀드로 닿을 올린 이 펀드는 1년 뒤 경이로운 성적표를 공개하며 간접투자시대를 열었다. 1999년 말에는 무려 8조1543억원이라는 뭉칫돈이 뮤추얼펀드에 몰려들었다. 그러나 고수익의 단맛을 바라고 뒤늦게 ‘뮤추얼펀드 러시’에 합류한 다수 투자자들은 원금을 까먹는 쓴맛을 봐야 했다. 폐쇄적 운용과 환매 제약, 적지 않은 수수료로 인해 몇년간 사그라들던 뮤추얼펀드가 올들어 다시 활기를 찾고 있다. 퇴직연금 및 적립식 펀드의 급성장에 따라 수탁고는 이미 12조원을 넘어섰으며 한국 자산운용시장은 JP모건, 알리안츠, 도이치에셋, 피델리티 등 초대형 글로벌 자산운용사의 격전장이 되고 있다. 2004년 12월 한국에 진출한 세계 최대의 자산운용사 피델리티가 바로 뮤추얼펀드를 탄생시킨 장본인이다.
세계 최대의 단일 펀드인 <마젤란 펀드>와 전설적인 펀드 매니저 피터 린치로 더 유명한 <뮤추얼펀드 제국 피델리티>는 뮤추얼펀드의 역사 그 자체다. <뉴욕타임스>에서 17년간 금융탐사보도기자로 활약해온 지은이는 증권거래위원회의 조사 기록, 청문회 증언, 각종 법안, 인터뷰를 통해 뮤추얼 산업의 빛과 그림자를 숨막히도록 추적한다. 서론부터가 한편의 드라마다. 1986년 카이저 스틸의 경영권 다툼에서 총 투표수의 3분의 1을 거머쥔 피델리티 펀드는 막후협상에서 거대한 금융권력으로 떠오른다. 투자자의 돈으로 얻은 대주주의 지위를 이용해 기업사냥꾼으로 나서는가하면 고수익을 좇아 정크본드펀드를 만들고 대량 환매를 통해 사상 최대 주가낙폭을 기록했던 1987년 검은 월요일을 촉발시키기도 했다.
지금은 1조3천억 달러의 자산 규모로 세계를 주무르고 있지만 피델리티의 출발은 작고 초라했다. 보스턴의 500만달러 짜리 꼬마펀드를 1944년 피델리티 창업자인 에드워드 존슨 2세가 인수하면서 네드 존슨, 애비 존슨으로 이어지는 피델리티 제국이 다져졌다. 1946년 존슨은 ‘펀더멘털’에 주목하는 한편 시장 움직임과 경기변화에 따라 운용되는 뮤추얼펀드를 내놓아 보수적 운용에 머물던 시장판도를 바꿨다. 저자는 피델리티의 밝은 성장사 뿐만 아니라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증권거래위원회의 규제 시도를 무력화하는 등의 어두운 이면도 들춘다. ‘저축수단’으로써의 뮤추얼펀드를 접한지 8년밖에 안되는 한국 현실에선 미국 펀드산업의 60년을 돌아보는 과정이 미래를 가늠하는 추체험이 될 것이다.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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