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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 첫 시집 〈사물의 꿈〉을 냈으니 시력(詩歷)만 따져도 불혹이다. 평론가 고 김현의 말마따나 줄곧 ‘공기’와 ‘바람’이 바탕을 이루는 서정 세계를 시에 담아온 정현종(66)씨다. 이번에 나온 〈영원한 시작〉(민음사 펴냄)은 교수이기도 했던 시인의 제자들이 올해 정년 퇴임을 기념해 글을 모은, 이를테면 ‘정현종론’이다.
시인의 단짝인 ‘술’을 되짚은 글들을 먼저 주목하게 된다. 빈 술병을 보며 흐뭇해 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빈병당’을 제자들과 만들기도 한 그 스승, 그 제자들의 유착인 탓이다. 장철환씨는 물이 모든 생명의 근원인 것에 착안해, 비를 천착하는 시인을 두고 “비에 젖음으로써 삶과 대지적 존재들의 아픔에 동참한다”(〈비와 술과 이슬〉)고 말한다. 술은 일면 물과 불이 섞인 것인데, 들이켜 몸 안의 슬픔을 태우고자 하는 갈망이 그 화합을 요한다고 본다. 한편 “숨쉬는 법을 가르치는/술잔 앞에서/비우면 취하는/뜻에 따라서” 술은 시인에게 지난 시대의 엄혹함과 소중함을 화해시키는 수단이기도 하다. 외국인 제자 스티븐 캐프너가 ‘술잔을 낚는 어부’라고 일컫는 이유다.
“술잔을 낚는 어부”
제자들이 쓴 ‘정현종’ 정씨의 시적 벡터가 다양하고 촉수도 곳곳에 닿아 있어 그를 엿보는 제자들의 눈길이 제각각이다. 마찬가지, 책을 갈무리한 제자들과의 환담도 다채롭다. 시인의 ‘가벼움’을 화두로 한 시론을 포함해 네루다에 대한 상찬, 순위 매기기가 이뤄지는 예술세계에 대한 비판 따위가 생기 있게 전해지고 있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제자들이 쓴 ‘정현종’ 정씨의 시적 벡터가 다양하고 촉수도 곳곳에 닿아 있어 그를 엿보는 제자들의 눈길이 제각각이다. 마찬가지, 책을 갈무리한 제자들과의 환담도 다채롭다. 시인의 ‘가벼움’을 화두로 한 시론을 포함해 네루다에 대한 상찬, 순위 매기기가 이뤄지는 예술세계에 대한 비판 따위가 생기 있게 전해지고 있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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