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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부의 주도권 아시아로 오고 있다

등록 2006-08-24 19:35수정 2006-08-25 14:51

부의 미래<br>
앨빈 토플러·하이디 토플러 지음. 김중웅 옮김. 청림출판 펴냄. 2만4800원
부의 미래
앨빈 토플러·하이디 토플러 지음. 김중웅 옮김. 청림출판 펴냄. 2만4800원
미래학 선지자 토플러, 이번엔 ‘부’로 미래 내다보기
제3의 물결(정보화)로 옮겨간 지식기반 경제국가에서
제2의 물결(산업화) 빈국으로 제조업 이전하면 가난 퇴치
빈곤의 정치·사회적 의미 누락한 단순한 낙관 “글쎄…”
앨빈 토플러는 아마도 한국 정치인들이 가장 만나고 싶어하는 외국 학자일 것이다. 토플러는 여러 차례 한국을 찾았다. 그의 한국 강연은 청중들로 가득 찼다. 2001년엔 김대중 당시 대통령과 대담을 했다. 2005년엔 북핵 문제로 미국을 방문한 정동영 당시 통일부 장관이 바쁜 시간을 쪼개 로스앤젤레스에서 그를 만났다. 일반 대중에겐 낯선 다른 세계적 석학들과 달리, 토플러는 한국 대중들에게 너무나 친숙한 인물이다.

그의 한국내 인기는 온전히 80년대 초에 펴낸 <제3의 물결> 덕이다. <제3의 물결>은 한국 뿐 아니라 전세계에 충격을 줬다. 잘 알려져 있듯이, 제1의 물결은 농업혁명, 제2의 물결은 산업혁명, 제3의 물결은 정보지식혁명을 뜻한다. 그는 이제 공간적 거리는 의미가 없으며, 한순간에 지구 끝까지 갈 수 있는 첨단 정보기술을 장악한 자가 새로운 물결을 지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를 통해서 대중들에게 알려진 미래학이란 생소한 분야는 처음엔 학문이라기 보다는, 공상과학 소설에 가깝다는 비아냥을 받기도 했다. 80년대를 지나며 그가 예측한 ‘정보지식사회’가 현실화하자 토플러는 일약 미래를 정확히 내다본 선지자란 찬사를 받았다. 지금은 당연시되는 ‘재택근무’란 개념도 그의 책에서 그 모습이 그려졌다.

한국민들이 특히 그에게 열광하고 그 역시 한국에 강한 관심을 보이는 데는, ‘제2의 물결’ 때까지만 해도 그저 그런 아시아의 조그만 나라가 정보지식화라는 단계에선 세계 최고 수준의 속도로 내달리고 있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정보지식혁명은 어떤 방향으로 귀결될 것인가. 토플러는 새로 펴낸 책 <부의 미래>(Revolutionary Wealth)에서 ‘부’(wealth)라는 개념을 통해 미래를 내다보려 시도한다. 그는 21세기 진입을 전후해 벌어진 세계적 사건들, 9·11테러나 이라크 전쟁, 쓰나미, 1997~98년 아시아 금융위기, 중국의 급부상 등이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를 제공했다고 말한다.

그는 “인쇄 매체, 인터넷, 텔레비전, 휴대전화 등 모든 매체들이 이에 관한 보도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이야기는 부의 변화에 관한 기사들은 묻히고 있다”고 지적한다. 산업혁명이 “상호 연관성이 없어 보이던 수천 가지의 변화들을 한데 모아서 새로운 경제 시스템으로 만들었”듯이 부의 혁명적 변화도 산업혁명과 비슷하게, 어쩌면 파급력에선 훨씬 더 크고 광범위한 대격변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한다.

‘제4의 물결’은 부의 혁명


일찌기 ‘제3의 물결’을 예견했던 앨빈 토플러는 이제 역사적으로 전례가 없는 새로운 부 창출 시스템이 창조되고 있다고 말한다. ‘부의 혁명’은 세계 빈곤퇴치에도 절호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그는 내다본다. ‘절호의 기회’란 예컨대 부의 흐름이 새로 집중되고 있는 동아시아지역의 한국처럼 지식경제체제로 전환한 나라들이 제조업을 가난한 농업국가로 옮기는 것 등을 가리킨다. 청림출판 제공
일찌기 ‘제3의 물결’을 예견했던 앨빈 토플러는 이제 역사적으로 전례가 없는 새로운 부 창출 시스템이 창조되고 있다고 말한다. ‘부의 혁명’은 세계 빈곤퇴치에도 절호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그는 내다본다. ‘절호의 기회’란 예컨대 부의 흐름이 새로 집중되고 있는 동아시아지역의 한국처럼 지식경제체제로 전환한 나라들이 제조업을 가난한 농업국가로 옮기는 것 등을 가리킨다. 청림출판 제공
그가 말하는 부는 화폐, 돈만 의미하는 게 아니다. 보이는 부(visible wealth)와 보이지 않는 부(invisible wealth), 즉 화폐경제와 비화폐경제를 모두 일컫는 말이다. 그는 상호 작용을 하는 화폐경제와 비화폐경제에서 동시에 혁명적 변화가 발생해, 강력하면서도 역사적으로 전례가 없는 새로운 부 창출 시스템이 창조되고 있다고 강조한다.

부의 혁명은 빈곤 문제에서도 새로운 미래를 열어준다고 그는 주장한다. 그는 “미래에 대한 어떤 보장도 할 수 없지만 인류는 지식기반 경제체제인 제3의 물결과 함께 세계적 빈곤을 퇴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절호의 기회’란 한국과 같은 지식경제체제로 전환한 나라들이 제조업을 가난한 농업국가로 옮기는 것 등이다. 광범위한 농촌 빈곤층을 가진 중국과 인도가 제3의 물결과 병행해 제2의 물결(산업혁명)을 수행하면서 이들을 구제하는 것도 그런 예의 하나다. 토플러는 이런 과정을 통해, 빈곤 문제는 17세기와 비교하면 이미 엄청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강조한다.

산업화 또는 정보화를 빈곤의 탈출 기회로 보는 그의 인식은 현대사회 빈곤이 가진 정치·사회적 의미를 축소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제3세계의 공장 이전이 가져오는 그 지역주민의 빈곤의 탈출을 강조하지만, 나이키와 같은 다국적기업들이 라틴아메리카 공장에서 현지 노동력을 너무 저임금으로 착취하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선 언급이 없다. 아프리카에서 수백만명의 난민들이 기아선상을 헤매는 직접적 이유가 산업화 부진보다는 내전과 정치적 탄압 때문이라는 점도 그는 주목하지 않는다. 정보화와 그에 따른 부의 혁명적 변화라는 커다란 흐름 속에서 보면, 정치적·사회적 갈등은 하찮은 것이기에 그의 관심범위에서 벗어나 있다. 기존의 사회적 조직이나 관계가 급변하면서 모든 게 불확실해지는 시대, 그런 정보화시대의 도래를 미리 예측한 그가 전통적 시각으로 빈곤을 보는 건 어울리지 않을 것 같기도 한다.

한·중·일 예측 현실과 동떨어져

이 책에서 또하나 눈길을 끄는 건 한·중·일 동아시아 3국 미래의 예측이다. 그는 ‘지각변동’이란 장에서 특별히 세나라를 별도의 소챕터로 끄집어내 언급하고 있다. 세계사란 부의 이동의 역사다. 산업혁명을 통해 유럽으로 넘어갔고 2차 세계대전으로 미국으로 옮아간 부의 주도권은 지식혁명이란 제3의 물결과 함께 아시아로 다시 돌아오고 있다고 그는 말한다. 그가 한·중·일 세나라에 특별히 관심을 두는 이유다.

그의 분석이 현상황과는 좀 동떨어진 게 아닌가 하는 부분이 눈에 띠긴 하다. 가령 그는 일본을 내다보면서 “미국과 군사적 유대를 강화하고 중국과 경제적 연계를 다지기 때문에 아시아에서 중요한 균형자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미국-일본의 군사동맹 강화와 중국의 부상이 태평양에서 맞부닥치는 형국인 지금의 상황과는 맞지 않는다. 그러나 좀더 길게 보면 일본과 중국이 (여기에 한국까지 더해) 새로운 경제적 협력체제로 들어가지 말란 법도 없다. 미래란 항상 다양한 가능성이 열려 있는 공간인 것이다.

박찬수 기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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